안녕하세 요? 저 는 ‘C D’라 는 직함입니다. 저는 광고대행사의 명함 위에 살고 있습니다. 명함에 제 이름이 박히면 어 느 광고대행 사 에 서나 공 히 광고 제작 을 맡는다 는 뜻으 로 통하고 요. 아시다시피 정식 명칭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입니다.
제 이름이 제일기획 명함에 등장한 것은 10여 년이 조금 넘습니다. 그러나 광고업계를 잘 모르시는 분들과 명함을 주고 받을 때에는 아직도 이런 질문을 받곤 하죠. “그런데 CD가 뭔가요? PD 같은 건가요?”
하긴 사람들의 머릿속에 CD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좀 있습니다. 1. 광고대행사에서 아트와 카피를 총괄해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 제작팀장. 2. 테이프가 아닌 저장 매체로서의 CD 3. 명품 브랜드 크리스천 디오르(Christian Dior)의 약자.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저는 꽤 어려운 직함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인터넷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제 이름이 인기 검색어에 올라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얼마 전 안타깝게도 패션계 아이콘 중의 한 명인 우모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본업이 패션디자이너인 그는 여러 패션 브랜드를 성공시키면서 방송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요. 그의 프로필을 전하면서 가장 많이 나온 수식어는 이 말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말입니다. 저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제 이름을 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많이 접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생전에 패션 브랜드에서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상품 기획, 마케팅, 광고, 홍보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어떻게 보면 광고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보다 그는 더 넓은 무대를 뛰어다녔는지도 모릅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일이라면 말이죠.
이제껏 광고대행사 명함 위에서 박혀 살아 온 저로서는 광고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닌 패션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더 유명해져서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아지겠구나’ 하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보세요. 매거진이나 패션 브랜드에서는 너무 당연한 직함이고 요즈음엔 유명 부띠끄 호텔에서도 인테리어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자문을 받는다고 하네요. 세상이 크리에이티브해질수록 어쩌면 더 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필요로 하는 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의 경우 디지털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조직에서 CD는 단순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까지 섭렵하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 지스트(Creative Technologist)라고 직책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광고대행사 명함에 박혀있는 제 이름 ‘CD’가 제일 좁은 영역의 일을 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저명한 마케터 누군가는 마케터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가진 첫 직장에서의 첫 명함에 ‘마케팅’이라고 적힌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정의는 어떻게 될까요?
점점 광고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이 더 이상 일부 스태프들의 특권이나 탤런트가 아닌 세상이 되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을 명함에 인쇄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 같습니다.
세상은 크리에이티브로 가득하고 그만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감성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니까요.
제 이름을 전유물처럼 써온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분들께
한마디.
“요즈음, 긴장되시죠?”
[제작의 밤] 세상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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