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재주는 없는데 그림 보는 걸 무척 좋아라 합니다. 그림 하나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기차를 타거나 같은 그림을 보기 위해 매일 미술관으로 출석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이니, 제 해외여행은 대부분 미술관 방문을 목적으로 채워집니다. 미술관에서 제가 개발한 놀이 중 하나가 바로 ‘그림 보고 제목 맞추기’로 몇 시간씩 혼자 이 놀이에 빠져 있는 저를 발견할 때마다 ‘광고에서 콘셉트를 잡거나 헤드라인 쓰는 일을 여기서도 하는구나’ 하고 혼자 피식 웃곤 하지요.
이번 칸에도 저를 한참 동안이나 붙들어 둔 인쇄 광고가 있었으니, 국제아동보호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시리즈 광고였어요. 제가 이 광고를 보고 받은 첫 번째 충격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평면에 담는 발상의 전환이었는데, 입체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랄까. 광고계의 피카소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 주 얼 은 보 시 다 시 피 어 릴 때 부 모 로 부터 학대받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다 시 자 식 을 학 대하 게 된다 는, 누 구 나 가 들 어 왔 고 또 말 해 왔 던 ‘ 폭 력 은 돌 고 돈 다 ’는 내 용 인데 그 걸 비 주 얼 로 옮 기 는 발 상 과 디테일이 얼마나 뛰어난 지, 단 한 줄 의 카 피 를 읽 지 않 고 도 종 이 한 장 이 온 몸 으 로 발 산 하 고 있 는 강 렬 한 메 시 지 때 문 에 도 저 히 발 을 움 직 이 지 못 하겠더군요.
자고 나면 새로운 미디어가 불쑥불쑥 생겨나 고 눈 이 휘 둥 그 레 지 게 만 드 는 테 크놀 로 지가 광 고 속 으 로 무 섭게 파 고 들 어 오 는 이 시 대 에 여 전 히 평 면 의 종 이 한 장 으 로 진 검 승 부 를 펼 치 고 있 는 광 고 쟁이들의 혼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오기까지 했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광고도 변합니다.
아니, 무엇보다 빨리 트렌드를 앞서가려고 발버둥칩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변하지 않고 품고 가야 하는 조개 속의 진주 같은 것,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있고 또 제 마음 깊은 어딘가에도 아직 숨쉬고 있을 ‘쟁이 정신’을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 번 꺼내어 닦아 두어야 하지 않을까…. 햇살이 너무 좋아 자꾸만 핸들을 꺾고 싶은 ‘완전 가을 아침’의 출근길입니다
[광고로 생각하기] 내 마음 깊은 곳의 그 '쟁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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