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지구촌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제광고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비교문화 연구자 마리케 드 무이(M.de Mooij)는 ‘글로벌한 제품은 있을 수 있지만 전(全) 글로벌한 인간은 있을 수 없다’고 <글로벌시대의 국제광고론> 서문에서 밝힌 바 있다. 오랫동안 국제광고 전문가들은 광고에서 감성 소구 방법이 이성 소구에 비해 세계인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해왔다. 이는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존재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문화권의 감정을 다른 문화권에 적용하면 동일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일찍이 호프슈테드(G. Hofstede)는 문화권에 따른 국가 문화적 가치관의 5가지 차원을 제시했다. 즉, 권력거리(Power Distance), 개인주의-집단주의(Individualism-Collectivism), 남성성-여성성(Masculinity-Femininity), 불확실성의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장기지향성(Long-Term Orientation)이 그것인데, 이 모형은 오랫동안 비교문화 연구의 맥락에서 국제광고 전략을 전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기본 전제로 간주되어왔다.
표준화와 국제화를 결정짓는 ‘보는 규칙’
국제광고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질문은 한 문화권의 광고가 다른 문화권에 제시될 때 그 문화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광고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는 규칙(the Rules of Seeing)’을 배우는데 이것은 보편적인 원칙이 없고 우리가 처한 자연환경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성된다. 우리나라 국제광고의 대표적인 사례로 두 가지 유형의 국제광고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표준화의 경우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 광고는 표준화 전략을 구사했다. 커피 한 잔보다 가벼운 갤러시탭 10.1의 무게를 재미있는 상황으로 표현하여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탭 10.1의 무게는 570g으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보다 가볍다는 휴대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한 남자가 갤럭시탭 10.1로 상사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가 시작된다. 지각한 남자가 직장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듣자, 서둘러 맨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아탄다. 그런데 웬걸? 삐삐~ 하며 인원 초과 신호가 울린다.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면 더 늦어지는 상황이라 급한 마음에 갤럭시탭 10.1을 밖의 남자에게 건네지만 계속 인원 초과 신호가 울린다. 그때 럭시탭 대신 들고 있던 커피를 밖으로 건넸는데 인원 초과 신호가 울리지 않는다. 남자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끝나는 이 광고를 보는 외국인은 갤럭시탭 10.1이 커피 한 잔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례3]
둘째, 현지화의 경우이다. 먼저, 2012년 현재 방송되고 있는 베트남 롯데리아 Tv광고는 철저히 베트남 현지 특성에 맞게 구성된 국제광고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 롯데리아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중고생은 물론 가족단위의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즐거움’이라는 롯데리아의 핵심 가치를 롯데리아의 주력 메뉴를 먹는 소비자들의 아카펠라 노래로 표현했다.
특히 롯데리아를 베트남의 특성에 알맞는 즐겁고 사랑이 충만한 장소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광고와 연계한 캠페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페이스북을 활용하여 소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이 광고를 통해 베트남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롯데리아의 브랜드 가치로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례1]
이미지 캠페인과 현지화를 동시에 전개
또한 대한항공은 전 세계를 리드하는 항공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브랜드 이미지 캠페인과 지역별 현지화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했다. 현지화의 사례를 보자.
고객이 자신만의 앞서가는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동시에 항상 새로움을 생각하고 열린 사고를 하며 자신과 다른 것에 개방적이라는 개인화 마케팅에 치중했다. 아시아 지역에 방영된 광고는 모델이 뉴욕의 상공이나 파리 에펠탑 상공에 있거나 비행기 위를 걸어가거나 창턱에 걸터앉은 모습을 보여준다. 상상할 수 없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비자 혜택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카피는 현지어와 영어를 병행하거나 영어만 써서 보여주었는데 영어 카피는 다음과 같다. ‘전혀 새로운 스케일의 글로벌 네트워킹의 새 수준을 경험하세요. 엑설런스 인 플라이트, 대한항공(Experience a new level of global networking… for life on a whole new scale.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 미주와 유럽 지역 방영 광고도 같은 카피지만 비주얼은 현지 사정에 맞게 바꿨다. 이 광고들은 전체 브랜드 캠페인과는 달리 지역의 항공사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대한항공의 광고 이미지는 좋은데 구체적인 취항지를 알 수 없다는 고객의 불만을 이 광고를 통해 어느 정도 잠재웠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사례2]
국제광고의 8가지 광고 표현 전략
그렇다면 우리나라 브랜드로 국제광고 전략을 전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1994년 프랜젠(Franzen)은 국제광고에서 통용되는 광고 표현 전략을 8가지로 분류했다. 이 분류 기준은 특수 문화권에만 적용되는 에믹(Emic) 접근법이 아닌, 세계 여러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에틱(Etic) 접근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리케 드 무이(M. de Mooij)는 20개국의 인쇄광고와 13개국 5000여 편의 Tv광고를 조사한 결과 이 8가지 표현 전략이 국가에 따라 방식은 달라도 모든 문화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국제광고의 보편적 표현 기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공개(announcement) 기법은 사람의 설명에 의지하지 않고 사실이나 모양 그 자체로 상품을 대변하는 가장 기본적인 광고 기법으로 상품 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진열(Display) 기법은 진열대에 상품을 진열하는 것처럼 상품의 주체나 사용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연상전이(association Transfer) 기법은 상품의 주체, 대상, 행위를 다른 사물이나 사람 또는 상황 및 환경과 연결하여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업(Lesson) 기법은 광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며 쟁점을 제시하거나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방식이다.
드라마(Drama) 기법은 두 사람 이상의 상호작용 메시지를 통해 행동의 연속성, 시작, 중간, 해피엔딩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오락(Entertainment) 기법은 직접적인 상품 판매보다 광고 수용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상상(Imagination) 기법은 만화, 영화, 비디오 기법처럼 비현실적인 상상 세계를 묘사함으로써 광고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특수효과(Special Effect) 기법은 카메라 효과, 녹음 효과,비디오 기법, 음악 효과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는 현대적인 테크닉을 적용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8가지 표현 전략은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국제광고를 전개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현지에 맞게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슬로건은 국제광고의 금과옥조로 인용되어왔다. 그렇지만 국가 간 자유뮤역협정(FTa)이 긴밀하게 논의되고 있는 지금까지 표준화 전략이 맞는지 현지화 전략이 효과적인지 비교문화 연구 학자들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글로컬’이라는 애매한 표현이다.
하지만 국제광고에서 애매한 접근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표준화 전략과 현지화 전략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지 사전에 치밀하게 검토한 다음 이상에서 제시한 광고 표현 전략의 하나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국제광고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비상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