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세분화되면서 소비자 커스터마이징이 매출 향상의 새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의 욕구와 감성을 만족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커스터마이징은 기업과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던 마케팅'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을 가능케 한다. 소비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마케팅,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에 대해 알아본다.
글 한성희 이한 마인드클리닉 대표 shh2013@gmail.com
사람들은 동류 집단 속에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취향이나 욕구에 있어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의 개성 표현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근원적인 무엇일까.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를 가만 들여다보면 유유상종(類類相從)하듯 동질성을 찾아 동호회, 동창회, 향우회 등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거미줄같이 얽혀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상대와 나 사이의 공통분모를 발견하며 안도감과 소속감을 확인한다. 혹자는 그런 끈끈함이 싫어 단절을 자처하기도 하지만, 동질의 관계망 속에 들어있지 않다는 건 불안을 유발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동질성의 흐름에 편입돼 무리 중 하나로 존재할 때 확보되는 강력한 소속감과 안정감은 위안을 준다. 그것은 ‘나’를 숨김으로써 얻어지는 안정감과 평형감이다. 흔히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로 회자되는 심리의 저변에는 자기주장, 선택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나약한 도피와 합리화가 숨어 있다. ‘나’라는 개인 아이덴티티 대신 집단 아이덴티티 안에 나를 숨기는 동안 자신의 결함이나 실책에는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익명성 속에 숨어 집단의 이름으로 자신의 공격성과 파괴성을 투사해 버리는 사회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동일함이 주는 편안함, 나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해서 얻게 되는 이점(利點)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환경 역시 못 견뎌 한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 함몰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람은 타인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욕구, 나만의 유니크함을 가진 독립된 개체로 인정되기를 소망한다. 나 자신의 정체감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존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서 소외될까 두려워하면서도 나만의 차별성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율배반적이다. 이러한 모순적 현상은 청소년 시기 이후의 젊은이들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된다. 그들은 개성을 외치면서도 똑같은 유행의 옷을 입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똑같은 아이돌을 숭배하며, 몰개성의 집단 행동에 탐닉한다. 청소년 시기야말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몸부림치는 시기라서 그렇다.
생각해 보자. 왜 우리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치면 민망해질까? 옷이란,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만의 유니크한 매력이 돼야 할 ‘나의 옷’이 다른 누군가의 몸에 걸쳐져 있는 모습을 마주치게 된다면 당혹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나’라는 고유의 개성이 한순간 ‘일반화(Generalization)’의 형태로 희석돼 증발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개성이란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려는 욕망이다. 그것에는 독립과 자기실현, 자유 의지의 개념이 들어 있다. 내 입맛대로, 내 취향대로, 나의 만족을 위해 창조적으로 인생의 순간을 소비하고픈 마음. 그것은 자신이 ‘살아 있음’의 증거이자 생동감의 표현이다. ‘나만의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은 개별성(Individuality)과 독창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는 본능의 목소리인 것이다.
한성희는 정신분석 전문의이며,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