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미국 發, 유럽 發 경제 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와 3월 대폭설, 7월 대폭우 등 일상화된 이상 기후 현상을 겪으면서 어둡고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사람들은 “무엇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라고 외치며, 불확실성 속에 살아남기(Survivng Uncertainty)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 “언제는 안 그랬나?”라는 반문이 들기도 하지만, 2009년 이후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확실히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12월 19일 제일기획에서 출간된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서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국 주요 6대 도시(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거주하는 만 13~59세 남녀, 3,8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 2010년, 2011년 3년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제일기획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서 던진 2011년 화두는 불확실성과 개인이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액체 근대’에서 역설하였던 모더니티(Modernity)처럼, 사회 구조에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이제 더 이상 사회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해결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회, 경제 등에서 팽배해진 불확실성은 개인의 일상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내년엔 경기가 좀 좋아지려나?”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스펙 5종 세트,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거야?”, “연금을 들어야 하나, 펀드를 해야 하나”등은 불확실성 속에서 어느 하나 의지할 곳 없이 의사 결정에 주체가 되어야 하는 개개인에게 체득화된 불안감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은
소비자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2011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안전지향적인 성향이 아니다. 성실하게만 살아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이 2009년 이래 증가 추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안정적인 것은 없다’고 외치며, 오히려 생활이나 행동에 있어 위험 지향적으로 변하였다. 개인의 불안정성을 더 이상 사회에서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액체 근대의 모더니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또한, 자신의 이익에 더 크게 반응하는 개인들은 가족에게 의존함으로써 개인적 영역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얌체’로 변화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할 의향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자녀들은 가능한 한 독립의 시기를 늦추고, 부모들은 노후에 자녀에게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의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 즉, 불황기에 흔히 말하는 ‘가족 이기주의’ 모습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가족보다는 나의 이익이 먼저인 ‘얌체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2011년 사회 이슈에 대한 반응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자기 이익에 영향을 주는 이슈 외에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점점 더 무감각해지기 시작하였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FTA 등 나의 이익에 당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이슈에는 크게 반응하지만, 환경문제, 소외계층에 대한 보장, 빈부격차 문제 등, 개인의 이익과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거시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대한민국이 되어가고 있다.
2011년 불확실 속에서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도전정신도 소용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요즘, 전세계 어디에서도 자신의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내 삶의 영역에 들어오는 국제적인 요소들은 부담스러워졌다. 해외에서 더 큰 꿈을 이루어보려는 도전의식은 ‘국내나 해외나 다 똑같은 상황이지, 오히려 해외 취업이 더 어렵지’라는 생각으로 점점 약화되고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안으로 움츠러든다
2012년 게릴라 연대가 뜬다
당장 나의 이익을 위해 얌체가 되고, 나의 이익과 관계없는 사회 문제에 무각해지며, 안으로 움츠러드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2012년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제일기획과의 인터뷰에서 “불안하면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며, 개인의 불안감 증대는 새로운 행태의 다양한 연대로 나타날 것이다” 즉 새로운 연대의 등장에 주목하라고 말하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정부도, 기업도, 뉴스도, 광고도 아닌 오직 ‘나와 같은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과 그들로부터의 정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SNS와 만나 빠르고 쉽게 다양한 연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연대? 옛날에도 있었던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과거의 연대와 지금의 연대는 (1)공익성과 (2)지속성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연대가 ‘소비자조합’, ‘NGO’ 등과 같이 ‘대의명분 중심의 조직적 연대’ 였다면 현재의 연대는 ‘같은 이익을 중심’으로 짧은 기간 뭉쳤다가 흩어지는 게릴라 성 연대이다.
이러한 게릴라 연대의 대표적인 예는 ‘아이폰 3G 환불 모임’이라든지, FTA를 반대에 가장 많은 회원수를 동원한 다음의 ‘쌍코’ 까페이다. 이렇게 ‘나’의 이익을 중심으로 ‘최소공약수(最小公約數)’가 아닌 ‘최소공이익(最小公利益)’을 중심으로 한 게릴라성 연대의 활성화가 2012년 소비자 트렌드가 될 것이다.
2012년 이렇게 준비하라
그렇다면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성의 강화와 이에 따라 이익과 불안감을 공유한 게릴라 연대가 나타나는 2012년,기업과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기획은 본 연구를 통해 개별 브랜드의 타깃 고객 집단마다 서로 다른 이익을 바탕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소비자들.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기업 및 브랜드는 제품이 소비되는 시점에서의 단면적 이해를 넘어서 나의 고객집단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대자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를 이해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2012년 기업과 브랜드에 다음을 제언한다.
감성을 넘어 실체를 제시하라
불확실성 속의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 가져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이다. 이제 ‘당신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습니다’라던가, ‘우리 함께 헤쳐 나가요’ 등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은 한계에 다다랐다. 감성만이 아니라, 감성을 넘어 실제적인 가치와 혜택을 보여줄 수 있는 직간접적 경험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를 생활 현장 속에 파악하라
나를 위한 이익, 가치에 더욱 반응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의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생활 현장에 직접 나가 생활 속에서 제품 이용 모습을 관찰하고, 소비자들의 말과 행동에서 소비자 인사이트를 직접 끌어내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일기획은 2010년부터 라이프셰어(LifeshareTM)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 모델을 개발하여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맺으며, 활용되고 있는 지를 연구하여, 특정 브랜드가 어떻게 다른 업종의 브랜드와 연대하고, 고객과도 연대할 수 있는지 팁(tip)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화(Personalization) 접근을 통해, 소비자가 원할 만한 것을 먼저 제안하라
나에게 혜택을 주는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연구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원할 만한 것’을 주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별 니즈를 파악하기 위하여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마케팅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과거의 행동과 선택을 분석하여 소비자 프로파일을 만드는 데이터 마케팅은 소비자가 좋아하고, 원할만한 새로운 상품을 미리 제시하는 데 적극 활용될 수 있다.
2011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서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진정한 마케터는 경제 불황에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 궁리를 하는 이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2012년은 단순히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해하는 소비자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들이 진정 바라는 가치를 더욱 편리하고 부담없이 전해주는 ‘사람 전문가(people expert)’로서 다가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