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LG경제연구원 인사조직연구실 책임연구원)
구글(Google), 그리고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Pixar). 이들이 창의와 혁신의 달인으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부러워하는 기업이 된 이유는 간명하다. 고객을 파고드는 우직함과 시장지향적인 혁신, 그 뒷받침이 되는 창의의 조직문화 혁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한 수 배워보자.
<구글플렉스와 업무환경>
몰입과 창의를 숨 쉬게 하는 구글
구글이 미국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9%로, 야후 29%, MSN 15%를 압도하는 1등 기업이다. 구글이 가장 많은 페이지를 검색해서 가장 신뢰성 있는 결과를 빠른 시간에 제공하는 원천에는 페이지랭크와 하이퍼텍스트 매칭이라는 완성도 높은 기술과 ‘단순함’을 지향하는 운영 마인드 때문이다.
야후를 비롯한 다른 포털 업체들이 가급적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동원한 것에 비해, 구글은 이러한 ‘끈끈이(Sticky Features)’를 없애고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도록 해주고 있다.
인터넷 붐을 타고 성장한 포털들이 기존 사업모델에 안주해 있을 때 후발주자인 구글은 고객의 본원적 니즈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이러한 역발상 혁신은 이들의 주 수입원인 인터넷광고에서도 빛을 발한다.
야후나 MSN은 검색화면 여기저기에 광고주의 로고가 반짝이는 배너를 달고, 노출 빈도에 따라 광고비를 부과한다. 그러나 구글은 고객이 검색하는 키워드와 관련된 광고만을 노출시키는 타깃 광고라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으며, 광고주 입장에서도 비용 대비 높은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고객과 시장을 향한 독특한 혁신지향적 마인드가 지속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구성원들의 몰입 에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조직문화와 이에 적합한 근무환경이 있다.
구글의 본사인 구글플렉스(Googleplex)는 마치 공원을 연상케 한다. 구글의 시장 찰리스 플레이스(Charlie’s Place)도 화려한 식사로 유명하다. 최고의 요리사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직원들에게 아침·점심·저녁 모두를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의 직원들은 애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도 있으며, 업무시간 중에 언제라도 수영이나 발리볼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한다. 단연코 업계 최고의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구글은 1년에 두 번 동료 5명으로부터 평가와 피드백을 받는 ‘동료 평가제(Peer Assessment)’를 실시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 중 사업화할 훌륭한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사내투표를 실시하는 등 내부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이와 같이 배려와 긴장감을 동시에 조성함으로써 개별 구성원들의 창의와 자발적 몰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의 직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20%인 주5일 근무시간 중 하루를 자유시간으로 보내게 한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픽사의 두뇌위원회에서는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토이스토리3>
집단 창의성의 상징, 픽사
구글처럼 꿈의 직장을 만드는 노력 이외에도 중요한 포인트는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 숨 쉬는 집단의 창의성을 분출하게 된다. 특히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면서도 격렬한 의견 교환과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문화가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가 좋은 본보기이다. 이 회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지난 15년 동안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켰다. 그 과정 속에서 1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는데, 중요한 것은 픽사에서 만든 모든 영화가 스토리·배경·캐릭터를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집단 창의성’의 대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픽사의 3가지 조직운영 원칙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 내용에 해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회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독특한 협력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모두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일하면서 집단 창의성을 맘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픽사의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뇌위원회’와 매일 진행되는 ‘리뷰회의’이다. 두뇌위원회는 픽사의 8명의 감독들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한다. 영화제작 진척사항을 확인한 이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두뇌위원회를 진행할 때에는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픽사에서는 이를 놓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모으는 최고 영화제작자들의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다.
일일 리뷰회의 역시 픽사의 협력문화를 대변한다.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픽사의 구성원들은 “두뇌위원회나 일일 리뷰회의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게 된다”고 한결 같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