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끌려갈 것인가, 함께 갈 것인가
HSAd커뮤니케이션, 2008년, 11-12월, 216호 기사입력 2009.02.12 04:36 조회 7153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끌려갈 것인가, 함께 갈 것인가

복합매체소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수렴형 광고 캠페인이 2009년에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광고 창작자들은 어떤 매체끼리 어떻게 짝짓기를 시켜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하고, 어떤 크리에이티브로 접근하는 것이 광고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변화는 해가 갈수록 놀라울 지경이다. 2008년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수렴형(Convergence) 광고 캠페인’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다중적 매체소비 또는 복합매체소비(Polychronic Media Consumption)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대 소비대중사회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매체조합을 통해 광고물에 접촉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렴형 광고 캠페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알맞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매체 조합에 공통적으로 사용될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문제는 아직 미미한 상태이며 시작 단계에 불과한 듯하다.
 

한편 2008년 들어 온라인광고와 옥외광고 부문에서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두드러졌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기존의 4대매체만이 창의성을 대중적으로 알릴 매체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4대매체가 전부였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는 듯하다. 이에 매체 부문을 따로 나누지 않고 주목할 만한 2008년의 크리에이티브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KTF SHOW 캠페인은 2007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한민국광고대상을 받아 2관왕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광고는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상품의 소비자 혜택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광고 보는 즐거움까지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살의 쇼’, ‘7살의 쇼’, ‘20살의 쇼’ 같은 세 편으로 구성된 ‘내 인생의 쇼’ 캠페인 광고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1살의 쇼’ 광고에 출연했던 갓난아이 광고모델의 표정 연기는 광고 창작자들의 끈기 있는 기다림으로 건져 올린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1살의 쇼’ 편의 카피를 살펴보자.

‘ NA: 1살의 쇼
엄만 더 이상 나한테 관심이 없어/ 이대론 안 돼/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해/ 자… 날 봐!
여: 여보~ 얘 좀 봐봐~ / 남: 어! 섰다!!!
자막: 인생은 무한도전
남아: 내일은 뛰어볼까~
NA: 쇼하고 살자! SHOW ’

이 캠페인에서는 일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공감을 유발하고 있으며 유머를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광고 보는 즐거움까지 제공했다. 특히 ‘쇼하고 살자’라는 캠페인 주제를 그대로 살리되 일반적으로 텔레비전에서 쓴 메시지를 그대로 다른 매체에 원용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해 매체별로 이벤트별로 새로운 메시지를 개발해 캠페인의 확장을 시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WCDMA의 혁명을 쇼가 바꾸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국수집 할머니, 독도를 우리의 역사로 만들고 지켜낸 사람들, 아버지의 구두, 그리고 태안 자원봉사자들을 소재로 하여 ‘혁명가’ 시리즈로 캠페인의 메시지를 확장한 것이다.
 




한편 인쇄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광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즉 광고 컨셉트를 텔레비전으로도 전달할 수 있겠지만 인쇄광고로 표현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경우로, 매체의 성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광고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LG전자 휘센 신문광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편을 보면 바람이 멀리까지 간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신문 양면의 하단 전체를 활용했다. ‘높이 나는 바람이 더 멀리 간다! 휘센 9m롱파워 바람’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광고모델 사이로 바람이 멀리 가는 흔적을 보여주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광고는 카피 메시지와 비주얼 메시지를 조화시켜 시너지를 유도하는 레이아웃에 따라 소비자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대한항공은 기존의 항공사 광고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즉 비행기가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는데, 설득력 있는 카피를 캘리그라피(Callygraphy)로 제시한 점에서 인상적이다. 전체가 헤드라인으로 활용되고 있는 카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코파카바나 바다 속에는/ 물빛 하늘이 잠겨있고/ 코르코바도의 예수상은/ 푸른 바다를 떠받치고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몽환적인 아름다움 앞에 그 의미를 잃었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이과수 폭포는/ 잠들어 있는 아마존 밀림 속/ 내면의 에너지를 깨운다/ 태고의 비밀을 품고/ 조용히 꿈틀거리는/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최근 광고 실무계에서는 캘리그라피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시리즈 광고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면 나오는 폰트와는 다른 인간적인 느낌의 서체로 여행 서비스의 혜택을 전달했다.

네이버의 ‘세상은 자란다’ 캠페인은 인터넷은 차갑지만 그 결과물은 따뜻하다는 인터넷의 참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이전에 나온 포털 사이트 메시지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큰 이야기를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서비스의 속성을 쉽고 친숙하게 접근함으로써 정보의 공유를 통해 혜택을 나누는 포털사이트의 긍정적인 서비스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는데, 다음과 같은 카피가 돋보인다.

‘자막: 남산타워를 추억하다
1981. 5. 승훈 첫 나들이 -헌터스(bissa_99)님의 블로그/ 1989. 5. 3학년 1반 단체미팅 -예쁜 아내(yunmilove2)님의 블로그/ 1998. 9. 샛별유치원 가을소풍 -qkrcks0519님의 블로그
NA: 우리가 함께 나눈 추억 덕분에 세상은 좀 더 따뜻해졌습니다.
자막: 2002. 11. 태회와 준수 처음 손잡은 날 -mori78님의 블로그/ 2005. 5. 백수 탈출 기념 축하공연 -알렉스(allexkim76)님의 블로그/ 덕분에 세상은 좀 더 따뜻해졌습니다.
NA: naver
자막: 세상은 자란다.’

이 캠페인은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들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시대상황에서 인터넷 안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질문을 해오면 자신이 아는 지식을 기꺼이 알려주기도 하고, 좋은 음악을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널리 퍼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모순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인터넷이라는 차가운 매체를 지식정보와 감정을 나누는 장으로 따뜻하게 채워가며 공유와 참여의 확산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 인터넷의 참 가치라는 점을 전달하는데 손색이 없는 메시지였다.





2008년 크리에이티브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스타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리얼리티 광고가 유행했다는 점이다.

방송에서 먼저 연예인의 사생활 엿보기를 시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행했기 때문에 광고표현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추측되지만, 유명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일상의 단면형(Slice of Life)과는 다르다. SK텔레콤 T의 ‘생각대로 하면 되고’에서의 ‘정지훈’ 편과 ‘김건모’ 편이 리얼리티 광고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정지훈’ 편에는 늦은 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몰래 라면을 먹으려던 정지훈이 매니저의 전화를 받자 사우나를 하고 있다고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장면으로, ‘김건모’ 편에서는 만화가 허영만의 관상만화 <꼴>을 모바일로 보다가 방송 스케줄을 펑크낼 뻔 했다는 내용으로 웃음을 유도했다.

하이트맥주의 텔레비전 광고 ‘파티’ 편에는 이종격투기 스타 추성훈이 팬클럽 회원과 함께 춤추며 맥주를 즐기는 파티 현장이 광고에 생생히 담겨있다. 광고에 나오는 120여 명의 출연진은 실제 추성훈의 팬클럽 회원이라고 알려졌는데, 이런 접근 역시 리얼리티 광고의 진정성을 높여주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SK브로드밴드가 국내 최초로 IPTV 쌍방향 광고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앤 TV에서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의 캠페인 광고를 쌍방향 방식으로 제공했다. IPTV의 상호작용 광고는 기존 TV광고가 가진 일방향성의 한계를 뛰어넘었는데, 예컨대 삼성전자 기업PR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 중에서 ‘할머니의 손맛’, ‘훈이네 올림픽’, ‘게임 나라 훈이’ 같은 3편의 광고에 제시된 에피소드 중 인상 깊은 1편을 뽑는 이벤트에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Sing a Soul’에서는 소울에 관한 다양한 퀴즈 이벤트를 펼쳐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상호작용 광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자의 참여를 통해 광고에 대한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쌍방향 광고는 광고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동시에 광고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광고사적 의의를 갖는다. 또한 광고 1.0 시대에서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광고 2.0 시대의 새 장을 펼쳐나갈 광고사적 사건이라고 하겠다.

이밖에도 광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푸르덴셜생명의 라디오 광고 ‘아기웃음’ 편, SK텔레콤의 신문광고 시리즈 ‘사람을 향합니다’ 캠페인, 풀무원의 잡지광고 ‘콩’ 편, CJ홈쇼핑의 인터넷 광고 ‘쇼핑불패’ 시리즈, 휴렛팩커드(HP)의 SP광고인 터치스마트PC 체험관 같은 광고가 주목할 만했으며 광고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상에서 2008년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경향과 특성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광고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킨 2008년의 크리에이티브 특성은 2009년에도 두드러진 현상으로 계속될 것이다. 특히 복합 매체소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수렴형 광고 캠페인이 2009년에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광고 창작자들은 어떤 매체끼리 어떻게 짝짓기를 시켜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하고, 이때 어떤 크리에이티브로 접근하는 것이 광고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래저래 광고 창작자들의 고민은 2009년에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kimthomas@hanmail.net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겸 CD로 일하다가, 뒤늦게 공부에 빠져 한양대 대학원에서 광고학 박사를 받았다. <소비자는 어떤 광고에 반응할까?> <광고카피창작론> 외 10여 권의 책을 짓거나 번역했다.뉴미디어 광고 사업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  광고 ·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  광고캠페인 ·  미디어 ·  인쇄 ·  매체 ·  캘리그라피 ·  광고요소 ·  쌍방향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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