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 줄의 광고카피 어떻게 두려움 없이 실패할 수 있을까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4.02.21 04:29 조회 885
글 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씨세븐플래닝즈


이미지출처: 아사히 신문광고 홈페이지 adv.asahi.com


일본의 광고카피를 중심으로 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사회, 문화적 배경과 함께 본인이 느낀점을 에세이 형태로 담아낸 글이 연재됩니다. 생각을 깨우는 한 줄의 광고카피로 영감을 얻길 바랍니다.

2023년, 스포츠 분야의 빅이슈는 단연 LG트윈스의 KBO리그 통합우승이었다. 서울을 홈으로 쓰는 인기구단이 이룬 29년 만의 우승은 여러 가지 화젯거리를 남겼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도, 선대 회장이 MVP에게 주려고 남겼다는 억대의 롤렉스 시계도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많은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과 전략이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그는 많은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시범경기부터 선수들은 감독의 의중대로 움직였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서 압도적으로 많은 도루를 감행했는데, 팬들과 야구관계자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일었다. 도루 실패가 잦아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팬 커뮤니티에는 잦은 도루 지시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TV 중계화면에 ‘제발 그만 뛰라’는 피켓을 든 관객들의 모습이 잡히곤 했다. ‘자살특공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시즌을 통틀어 10개 구단 중 최하위인 62.2%의 도루성공률을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잘못된 전술이 우승으로 가려졌다고 평가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난 후 염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숨겨놓았던 의외의 생각을 밝혔다. 많은 도루는 상대팀을 흔들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것이다. 암흑기를 거치며 강팀으로 부상한 LG트윈스이지만, 결정적인 큰 경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감독은 선수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어떤 것 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주장 오지환 선수도 감독이 요구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인해 실패에 주눅 들지 않고 도전적으로 선수들이 바뀐 것이 우승한 동력
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멋진 스토리를 들으면, 우리 마음 안에도 무언가 불끈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왠지 나도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하지만 정작 고개 돌려 우리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어깨가 움츠러든다. 우리는 오랫동안 실패가 좋은 자산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책임의 굴레가 되는 것을 보며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최선을 다한 실패를 독려하는 리더나 시스템을 만나는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을 통과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국민성?”

이런 점은 옆 나라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최근 영국의 저술가 매튜 사이드의 책 <Black Box Thinking>이 <실패의 과학(失敗の科?)>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에서는 2016년에 <블랙박스 시크릿>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 있다. 
우연히 일본의 도서 리뷰 유튜브 채널인 페르미 만화대학(フェルミ漫?大?)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책 내용만큼이나 일본의 실패 문화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실패를 부끄럽거나 명예롭지 못한 부정적인 일로 받아들였으며, 서양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는 국민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결이 다른 듯하면서도, 한국의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희석됐지만,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동아시아적인 정서가 여전히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광고는 시대와 가치관을 반영한다. 광고카피는 이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드러낼까. 2015년에 게재된 동경해상일동의 신문광고의 카피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실패의 사회론을 역설한다.

失敗をこわがる社?。
何度でも挑?できる社?。 
私たちの?は、今どちら側だろう。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우리나라는 어느 쪽일까.

동경해상일동은 1879년에 설립되어 보험업계를 이끌어 온 기업이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형 금융 기업이다. 일본 보험업계의 리더답게 업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도전정신이라는 프리즘으로 해석한 광고를 많이 발표해왔다. “어떤 대기업도 시작은 벤처였다.”, “보험은 모험에서 시작됐다.”, “도전의 수만큼 보험이 있다.” 등의 유명한 카피들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 광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심플한 디자인 위에 커다랗게 박혀있는 타이포그래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일본사회는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사회인가, 실패를 도전의 과정으로 감싸 안는 사회인가.

“경영의 본질은 실패의 허용”

이렇게 실패를 통한 도전을 강조하는 광고카피가 대문짝만하게 박히고, 실패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자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일본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혁신과 성공을 일군 마스다 무네아키(?田宗昭)도 자신의 저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에서 ‘경영의 본질은 실패의 허용이다.’라고 단언한다. 사람이 불가능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실패의 크기도 커지지만, 성장을 위해 피해 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10년 전의 일본 사회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같은 무게로 전해진다. 한국 사회도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라고들 한다. 구글 검색창에 이 문장을 넣고 검색하면, 100만 개 이상의 문서가 발견된다. 책마다, 언론사의 칼럼마다, 사람들의 블로그마다 ‘실패를 응원하는 사회’를 목놓아 주장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최근까지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그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2024년은 우리 사회가 실패를 좀 더 품어 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기를 꿈꾼다. 개인과 기업의 노력과 사회적인 협력이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이상주의적 희망 사항만은 아니다. 작년 프로야구 챔피언의 변화가 하나의 힌트다. 과감한 실패를 독려하는 감독의 비전에 따라 구단은 연봉책정에 반영되는 고과 정책을 바꿨다. 선수의 평가항목에서 마이너스 지표였던 도루 실패와 주루사를삭제한 것이다. 23개의 기록적 도루 실패를 기록한 선수가 연봉 고과 1위를 차지했다. 3억이었던 연봉이 5억 원대로 뛰었다. 아마 2024년 시즌에도 이 팀의 선수들은 두려움 없이 뛸 것이다.
카피 ·  카피라이터 ·  LG트윈스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월간 2024밈] 4월 편 - 잼얘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HSAD 광고 사건  펠꾸 모음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  잼얘 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유명한 유튜브 먹방 유튜버 떵개떵. 출처: 유튜브 떵개떵  음식을 맛있게 먹는 떵개떵의 이름에서 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떵개했다'라는 말을 사용해요! '오늘 점심
우리의 일상을 금연 동기 가득한 일상으로, “이렇게 참은 김에, 이참에, 금연 어떠세요?”
“금연에 관심이 있는 흡연자들이 금연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동 메시지를 개발해 주세요.”
우리가 사랑한 다이닝, 아웃백 ㅣ 脫 패밀리레스토랑을 위한 2024년 아웃백 리브랜딩 캠페인
“패밀리레스토랑 1등을 넘어 캐주얼다이닝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정의, 리딩하고 싶습니다”
근데, 언제 봤다고 주인공이세요?
  눈 떠보니 '나'로 태어난 사람.   기억의 수첩을 뒤적여 본다. 맨 첫 장엔 무엇이 쓰여 있을까. 후뢰시맨 가면을 쓰고 엑스칼리버 장난감을 휘두르던 아이. 다섯 살 첫 기억에서 나는 악의 세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용사이자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좀 더 커서 마왕을 단칼에 썰어버릴 줄 알았던 나는, 거울 속 빨갛게 올라온 여드름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른이 됐다. 정의로움으로 세상을 밝힐 줄 알았던 나는, 블로그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REAL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 브랜드 광고’를 소개합니다
HSAD에서 국내 최초로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의 브랜드 광고 캠페인을 선보입니다.
[월간 2024밈] 4월 편 - 잼얘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HSAD 광고 사건  펠꾸 모음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  잼얘 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유명한 유튜브 먹방 유튜버 떵개떵. 출처: 유튜브 떵개떵  음식을 맛있게 먹는 떵개떵의 이름에서 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떵개했다'라는 말을 사용해요! '오늘 점심
새로운 1:1 마케팅 도구 모바일 위젯
작년부터 웬만한 IT전문 블로그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바로 위젯, 그리고 위젯의 모바일판이 ‘모바일위젯’이다. 그만큼 이 작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업계전방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2009년은 모바일에서도 본격적으로 위젯을 마케팅 도구로 상용하는 성공사례가 나타날 것이다.
사람, 마음을 ‘기술’하다
  어느 날, 우리 모두에게 미션이 생겼다.   업계 상관없이 맞이한 그 미션은 바로 ‘AI 시대에 대한 적응’이다. AI는 디지털로 인한 정보의 평등을 타고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름 비슷한 종류의 변화들에 힘껏 적응해 왔던 90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어려울 정도이다. AI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부터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두가 시대 변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REAL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 브랜드 광고’를 소개합니다
HSAD에서 국내 최초로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의 브랜드 광고 캠페인을 선보입니다.
[월간 2024밈] 4월 편 - 잼얘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HSAD 광고 사건  펠꾸 모음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  잼얘 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유명한 유튜브 먹방 유튜버 떵개떵. 출처: 유튜브 떵개떵  음식을 맛있게 먹는 떵개떵의 이름에서 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떵개했다'라는 말을 사용해요! '오늘 점심
새로운 1:1 마케팅 도구 모바일 위젯
작년부터 웬만한 IT전문 블로그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바로 위젯, 그리고 위젯의 모바일판이 ‘모바일위젯’이다. 그만큼 이 작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업계전방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2009년은 모바일에서도 본격적으로 위젯을 마케팅 도구로 상용하는 성공사례가 나타날 것이다.
사람, 마음을 ‘기술’하다
  어느 날, 우리 모두에게 미션이 생겼다.   업계 상관없이 맞이한 그 미션은 바로 ‘AI 시대에 대한 적응’이다. AI는 디지털로 인한 정보의 평등을 타고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름 비슷한 종류의 변화들에 힘껏 적응해 왔던 90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어려울 정도이다. AI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부터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두가 시대 변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REAL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 브랜드 광고’를 소개합니다
HSAD에서 국내 최초로 100% AI를 활용해 제작한 LG유플러스의 브랜드 광고 캠페인을 선보입니다.
[월간 2024밈] 4월 편 - 잼얘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HSAD 광고 사건  펠꾸 모음  카카오톡 미니 이모티콘  잼얘 해봐.   오늘 점심 떵개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유명한 유튜브 먹방 유튜버 떵개떵. 출처: 유튜브 떵개떵  음식을 맛있게 먹는 떵개떵의 이름에서 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떵개했다'라는 말을 사용해요! '오늘 점심
새로운 1:1 마케팅 도구 모바일 위젯
작년부터 웬만한 IT전문 블로그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바로 위젯, 그리고 위젯의 모바일판이 ‘모바일위젯’이다. 그만큼 이 작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업계전방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2009년은 모바일에서도 본격적으로 위젯을 마케팅 도구로 상용하는 성공사례가 나타날 것이다.
사람, 마음을 ‘기술’하다
  어느 날, 우리 모두에게 미션이 생겼다.   업계 상관없이 맞이한 그 미션은 바로 ‘AI 시대에 대한 적응’이다. AI는 디지털로 인한 정보의 평등을 타고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나름 비슷한 종류의 변화들에 힘껏 적응해 왔던 90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어려울 정도이다. AI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부터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두가 시대 변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