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Bell - 太來飛賦
HS Ad 기사입력 2013.11.27 01:52 조회 4859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작은 골목길뿐이다. 골목 밖은 마치 조명이 꺼져있는 무대처럼 깜깜하다. 눈을 감으면 늘 골목에만 불이 들어오고, 내 기억은 냄새를 쫓는 사냥개처럼 연신 킁킁거리며 골목길을 헤집고 다닌다. 비교적 골목 입구 쪽에 있었던 우리 집- 정확히 말해 우리가 세 살던 집- 건너편에 삼화여인숙이라는 간판을 단 집이 있고, 그 건너편 오른쪽 대각선으로는 제법 큰 나무가 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넓찍한 나무문이 풍채 좋게 서 있는 집이 나온다. 조명은 한참동안이나 그 집에 머무른다. 어스름 저녁, 아이들은 삼삼오오 그 집 앞으로 모여들고, 입을 모아 ‘테레비’ 보여주기를 간청한다. 마침내 대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6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변두리 구로동의 골목길에도 마침내 텔레비전이 등장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텔레비전의 등장은 나나 내 또래 아이들에게 가히 충격의 도가니였다.

지금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진 애들 나무랄 것도 없다. 아니, 텔레비전에 빠진 건 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일 선수의 레슬링이 인기였는데, 온갖 반칙을 당하다 박치기로 경기를 끝내며 선혈이 낭자한 얼굴로 양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매일 남의 집에 가 텔레비전 보기를 구걸하던 모습에 울컥해선지 부모님은 없는 돈에 마침내 텔레비전을 들여놓았다. 매일 닦고 또 닦고, 그런 가보가 없었다. 이제 맘 놓고 황금박쥐도 보게 됐고, 요괴인간(사실 이들 만화영화는 서울에서만 방영되었던 터라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한테 얘기할 때는 조금 조심스럽게 말할 때가 많다)도 보게 됐다. 요괴인간은 꼭 저녁 먹을 때쯤해서 밥맛없게 만든다고 어머니의 투정을 들어야했다. 하지만 벰,베라,베로의 이야기는 공포만화였지만 왠지 모를 페이소스를 불러일으켰다.‘ 젠장, 무슨 만화영화에서 페이소스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이라면 한번 보시길 권한다.

어쨌든 바보상자라는 힐난을 받기도 하는 텔레비전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강력한 기계다. 얼마나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미국 abc방송국에서 만든 캠페인의 카피들을 보라. ‘만약 텔레비전이 없었다면 소파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떻게 정할까’, ‘그렇게 텔레비전이 해롭다면 왜 병실마다 텔레비전이 있는 걸까?’ 위트가 넘치는 카피들이다. 하나 더 생각이 난다.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엔 두 번의 세계대전이 있었다. 그 이후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텔레비전의 등장만큼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은 기계도 드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지지 않는 말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사람도 있다. 20세기 폭스 사의 사장님은 단언하시길 “텔레비전은 처음 6개월이 지나면 시장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텔레비전이 어느 날 액자처럼 벽에 걸려있더니만 이제는 3D에 올레드에 울트라 HD에, 그 진보의 발걸음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하고 숨 가쁘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벽체만한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영상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몇날 며칠 텔레비전 광고 아이디어로 골머리를 앓다보니 별별 잡생각이 다 나는 것 같다.

그나저나 텔레비전은 그때보다 더 재미있어진 걸까?

 

이현종
CCO (Chief Creative Officer) | jjongcd@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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