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의 덴츠(One Dentsu)로 나아갈 것_덴츠 코리아 대표 김덕희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4.04.25 11:03 조회 1486

글·취재 정현영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광고산업의 창의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덴츠 그룹은 지난해 말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에이전시 모델을 발표했다.

One Dentsu Operating Model 
원 덴츠 오퍼레이팅 모델

세계 145개국에 진출해 있는 덴츠 대행사들은 각 나라의 고유성을 유지하되, 본사가 발표한 에이전시 통합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고객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뭉쳐서 시너지를 내고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 이렇게 덴츠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시기에 한국의 덴츠에서는 ‘김덕희’ 대표 (사진)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덴츠 APAC CEO인 랍 길비(Rob Gilby)는 신임 김덕희 대표에 대해, “글로벌 대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기업에서 근무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존경받는 리더로, 국내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김 대표는 덴츠 코리아에 합류 전, 종합 PR회사인 프레인 대표 이사와 WPP 계열 미디어 전문 대행사인 그룹엠코리아 부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그룹엠을 5년 만에 국내 최대 미디어 회사로 성장시킨 성과를 보여줬다.

김덕희 대표가 덴츠에 취임한 지 약 6개월, 인터뷰를 위해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를 찾아갔다. 취임 후,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그는 새로운 리더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마이클 왓킨스 교수의 저서,'90일 안에 장악하라’라는 말을 인용하면서도, 기업 마케팅 캘린더상 연초에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만큼 3개월이 아닌 2개월 안에 조직을 파악, 세팅하기 위해 하루에 미팅을 6개나 소화하며 바쁘게 보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부터 2개월간은 덴츠라는 회사와 직원, 고객사, 파트너사, 매체사 등을 파악하고 미팅을 많이 했습니다. 올 1월부터는 덴츠 코리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간을 가졌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직단에서의 실행에 들어갔습니다.”취임하자마자 김 대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본사가 있는 대만을 방문해 대만, 중국, 홍콩의 CEO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긴밀한 협력 을 논의하는 등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을 내보였다.
 
 
올해 덴츠 코리아의 가장 큰 목표(미션)은 무엇인가요?
“덴츠에는 각각 전문 서비스 영역에 따라 많은 법인체가 존재 합니다. 덴츠의 새로운 에이전시 모델인 ’ODOM(One Dentsu Operating Model)’은 그러한 법인체를 없앤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덴츠, 하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통합한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그것을 잘 수행해야 할 것이고, 한국에서는 어떻게 우리 고유의 컬러를 통해 원 덴츠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가 미션이지요. 동북아시아 지역 본부와 긴밀히 의논해 나가면서 방향 설정과 세팅을 마무리해가고 있는 단계입니다.”쉽지 않겠다는 우려에, 김 대표는 “쉽지 않은데, 또 어렵지도 않다”라고 응수했다. “골(goal)은 하나,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30여 년간 부침이 심한 광고업계에 있으면서 국내외 수많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 성공시킨 그다운 대답이었다.

“크리에이티브나 미디어나 다양한 전문 분야별 활동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고객사의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하는 딱 한 가지 과제만 존재해요. 그래서 그 미션 아래 각각의 다른 이름표를 달기보다는 고객사를 위해서는 누구든, 어떤 일이든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실행하고, 전달하는 거죠. 한국에서는 종합광고대행사 모델이 익숙해서 큰 심리적 어려움이나 저항 없이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저희가 빠르게 접목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선임된 대표와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새롭게 내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텐데, 본인은 물론 회사 임직원들을 설득, 동기부여를 어떻게 전달했을지 궁금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업 방향이나 중요한 의사결정, 변화에 대해 충분히 직원들과 공유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덴츠 코리아의 160명 직원이 지시적 상하관계보다는 동료로서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진 굉장히 논쟁적인 질문을 한 직원은 없지만 좀 더 친숙, 익숙해지면 토론이 벌어지겠지요. 저는 ‘질문이 그 사람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 내용이나 토론매너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그래서 질문을 잘했으면 좋겠고, 직원들의 그 어떠한 질문도 항상 웰컴입니다.”
 
 
최근 아이소바코리아(이하 아이소바)를 흡수 합병했습니다.
“디지털 에이전시 영역이었던 아이소바는 덴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이하 덴츠 크리에이티브)로 합병됐으며, 한국에서만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글로벌리 모두 같은 방식으로 합병된 사안입니다. 아이소바에서 리더였던 분은 덴츠 크리에이티브에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조직인 CX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의 그룹장으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새롭게 조직개편이 이뤄졌습니다.”
 
 
현재 덴츠 코리아의 브랜드(계열사)가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인력으로 보면, 약 50%가 덴츠 크리에이티브에 있고, 나머지 50%는 미디어 서비스 영역에 있습니다. 덴츠 크리에이티브는 하나의 법인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합니다. 기획 전략, 크리에이티브, CXM, 경험솔루션 본부로 구성돼 있죠. 미디어 서비스 영역은 캐러트, 아이프로스펙트, 덴츠엑스 3개의 법인으로 나뉩니다. 덴츠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조직을 총괄하는 것이 덴츠 홀딩스 코리아예요. 저는 총괄 대표로서 모든 5개 법인체의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덴츠 코리아의 강력한 차별점 혹은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경쟁력은 원 덴츠, 원 보이스를 내는 만큼 조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민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오히려 통합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었습니다. 옛날처럼 빅 아이디어, 빅 캠페인을 2~3년 동안 캠페인을 유지하기보다는 요즘엔 테스트해보고 실행하는(Test Try & Run) 방식, 스몰 캠페인을 여러 개 해보고 실행해서 디벨롭 시키는 시나리오 계획 개념으로 가고 있어서 내 몸처럼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에이전시를 선호하는 고객사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덴츠 코리아는 종합광고 대행사로서 클라이언트들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할 때 필요한 전문 비즈니스 모듈이 모두 탑재돼 있으면서 이런 트렌디한 움직임을 빠르게 커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지요.”
 
 
덴츠 코리아의 가장 큰 광고주가 어디인가요?
“한국토요타자동차입니다. 렉서스 등 토요타 브랜드가 많습니다. 작년 연말에 프리우스 신형이 출시되면서 캠페인을 총괄했는데, 프리우스는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가 선정하는 2024 대한민국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디자인’과 ‘올해의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2개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외에도 한국에서 마케팅하는 일본계 브랜드는 대부분 담당합니다. 또 Kering 그룹의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부쉐론 등 다수의 브랜드를 담당합니다. 사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를 매우 매력적으로 생각해요. 특히, 명품 클라이언트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너무 사랑하고 한국 시장을 최우선으로 두더라고요. 이외에도 코카콜라, P&G, 페레로로쉐, 이케아 등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회사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과 합이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Integrated growth partner’가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융합형 인재라고 하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오인지 될 수 있기에 ‘통합형 인재’라고 할게요. 자신이 전문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섞고, 합쳐서 통합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광고가 아닌 영역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론 광고와 관련 없는 전공을 지닌 분들도 들어올 수 있겠지요.”
 
 
생성형 AI Sora와 같이 새로운 기술,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과거 인터넷이 등장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기술의 완성도도 엄청나게 높고 정보의 수도 수억 개로 많아졌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인간의 영역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큐레이션하는 역량이 더 중요하게 될 것 같거든요. 브랜드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면 인지하고, 판별해서 그룹핑을 할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서 세련되고 유사한 것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선택 장애가 더 많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중심을 잡아주고 본질을 지켜주는 추천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효율성을 위해 기술이 필 요하더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잃어버리지 않게, 브랜드를 빛나게 해주는 크리에이티브를 결합해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판별력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확신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결국 사람이 핵심이지 않을까요?”
 
 
많은 광고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트렌드에 집중하는 광고와 본질에 집중하는 광고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의 경우는 어떠신지요?
“이 고민은 3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드라마‘응답하라 1994'를 보시면, 90년대 당시에도 90년대만의 트렌드가 있잖아요. 똑같아요.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제 생각은 광고가 멋있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보다는 브랜드가 남아야 한다는 겁니다. 브랜드가 남는 힘 있는 광고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덴츠 코리아의 클라이언트들은 TV와 온라인 매체를 비교했을 때, 어느 매체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인가요?
“디지털이 50%가 넘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OOH 매체에도 선호도가 높아졌는데요. 올해 더 강화될 것 같습니다. OOH는 TV보다는 매체비가 적고, 클라이언트들이 디지털을 선호하긴 해도 사실 사이버 스페이스이고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서 브랜드를 접했을 때, 웅장함이라든지 스케일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다 보니 색다른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광고업에 종사하신 지 30년 정도 되셨습니다. 지속적으로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나 일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선배 광고인으로서 해주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특히 여성 후배 광고인들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많지 않아서요. 어제도 누군가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서 OECD 29개국 중에서 한국이 꼴찌, 여성 리더 비율도 한국이 최하라고 하더군요. 여성들에게 커리어에서 출산, 육아가 큰 분수령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출산 휴가를 내려는 후배들이 저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저는 항상 이런 말을 해줍니다.‘달리는 자전거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된다.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해서도.’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결혼 전이나 출산 전(아기가 없을 때)에 일할 때는 자전거 스피드가 100이라고 하면, 출산 후에는 70이 100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100을 하려고 노력하면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에서 내리거나 가다가 넘어지거나 병이라도 나면 개인적으로도 안 좋고 회사에도 마이너스, 같이 사는 가족들한테도 하나도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천천히 가되, 내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힘들겠지만, 하다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덴츠 코리아는 글로벌 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아시아가 본사인 회사입니다(Asian Born, Global Company). 아시아 문화에서 시작해서 아시아 맥락이 있고, 아시아 인재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국내외 비즈니스를 하는 고객사에게 다른 어느 회사보다 한국향의 글로벌 마케팅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회사라고 확신합니다. 새로운 호흡으로 시작하는 덴츠 코리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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