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다시 보다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06.09.01 12:00 조회 8387


이용재 | BTL전략팀 차장 youngjai.lee@samsung.com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느냐 하는 것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거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게 되면 숙제 풀이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 아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소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지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즐겁고 흥미있는 소재라 하더라도 브랜드의 관심 밖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만화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
2004년 말, 중국 당국에서‘모든 중국 내 광고는 국가존엄과 이익을 지키고 본토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방영금지 처분을 내렸던 나이키의‘공포의 방(The Chamber of Fear)’이라는 광고 캠페인이 있다. 중국적 배경 속에서 주인공에게 농락당하는 쿵후 고수들의 모습에 심기가 불편했었던 모양이다.

나이키가 NBA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LeBron Raymone James)를 주인공으로 활용한 공포의 방 캠페인은 액션 영화배우인 이소룡의 유작‘사망유희’를 주 모티브로 사용한, 농구와 쿵후,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힙합의 요소가 결합된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광고였다.

공포의 방 광고 시리즈는 모두 3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에서는‘매스미디어에 의한 왜곡’을 상징하는 무림의 고수와, 스포츠 스타가 빠지기 쉬운 각종 유혹을 상징하는 여인들이 등장하여 주인공 르브론 제임스와 한판 승부를 펼치고(광고 1), 2편에서는 현란한 쌍절곤 실력을 뽐내는 당수 무술가들과 불을 뿜는 용이 등장하여‘질투’와‘자만’과의 한판 승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을 그렸다(광고 2). 그리고 3편에서는 르브론 자신의 모습을 한 상대가 등장하여 실제 르브론과 농구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자아 극복’을 표현하였다(광고 3).

무협 스토리를 광고에 차용했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나이키가 르브론 제임스를 주인공 캐릭터로 한 농구 무협만화를 광고와 동시에 발간했다는 점이다(그림 1). 한국 만화가가 그린‘공포의 방’만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호주 등 8개 국어로 번역되어, 나이키 매장과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되었다. 공포의 방 캠페인은무협만화 같은 이야기를 광고 소재로 활용하고, 실제로 같은 주제를 지닌 만화까지 제작·발간하였던, 만화를 활용한 대표적이면서도 보기 드문 캠페인 중 하나였다.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설명 만화
만화는 매력적이다. 글과 그림을 통해 상황을 보여 주며 소비자를 이해시키는 데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실제 인물의 모습과 특징을 간결하게 처리한 캐리커처 형식으로 표현된 만화 주인공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에 안성맞춤이다.

글과 그림, 상황, 그리고 사운드까지 들려 주는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 안에 스토리를 흘려 보여 주는 획일적인 전달 수단인 영상물에 비해 만화는 천천히, 보고 싶은 부분에 충분히 주목하면서, 필요 없는 부분은 가볍게 건너뛰고 볼 수 있는 자유가 독자들에게 주어진다고 주장한다면 억지일까?

  최근에는 네티즌을 위해 온라인용으로 제작된 웹툰이라는 만화가 등장하면서 만화 활용의 걸림돌이었던 인쇄출판과 유통의 한계가 극복됨에 따라 만화를 활용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이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만화를 활용하는 전통적이고 널리 알려진 방법 중의 하나는, 어렵고 복잡한 기능을 삽화를 통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 제품 설명서를 위한 만화다.

한국후지필름에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활용하면 효과적인지를 설명해주는 <파인픽스 매거진>이라는 설명서 만화를 발간하고 있다(그림 2).  지금까지 모두 다섯 편이 발간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하였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파인픽스 매거진>은 기존의 삽화형 설명 만화 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간 스토리형 설명 만화로 발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친근함을 전달하는 만화형 캐릭터

설명서 만화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대표적인 만화 활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면, 만화를 통해 소비자의 경계심을 없애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만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캐릭터의 활용이다.

인터넷 쇼핑몰인 롯데닷컴은 올해부터 매월 ‘하늘이의 가족이야기’라는 온라인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초등학생으로 설정된 하늘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 캐릭터들을 온라인 이벤트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 이슈를 활용한 경품 이벤트 사례를 보면, 롯데닷컴은 여성이 남성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발렌타인용 선물 상품들을 구성·판매하였는데, 경품 이벤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하늘이의 고모와 고모가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캐릭터를 등장시킨 한 컷의 만화로 상황을 제시하였다.

하늘이 고모와 남자친구가 만난 지 1년이 지나 사랑의 설레임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사랑의 설레임을 되찾고 싶어한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롯데닷컴에서 기획한 발렌타인 기획 선물 상품들 중에서 이런 상황에 적절한 선물 아이템과 함께 전달할 메시지를 공모하는 내용이었다(그림 3).

이러한 캐릭터와 상황의 제시는 기획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상업적 느낌을 전혀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만화형의 캐릭터가 소비자들에게 경계심을 없애고 친근함을 전달하는 효과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크라이슬러 그룹은‘Ask Dr.Z’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크라이슬러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해 만든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차량의 우수성을 알리는 캠페인으로 Dr.Z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회장인 디터 제체(DieterZetsche)를 지칭한다.

홀리스틱 캠페인(HolisticCampaign)으로 TV, 라디오 캠페인과 세일즈 프로모션, 그리고 고객들이 웹사이트(
www.AskDrZ.com)에서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에 관한 궁금한 내용을 입력하면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답변을 제공해 주는 온라인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캠페인을 위해 크라이슬러 그룹은(그림 4)에서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친근한 이미지를 담은 디터 제체의 만화형 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CEO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CEO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그리대수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80% 이상이 Dr.Z를 디터 제체 회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가공의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비판 기사가 있는 것을 보면 CEO를 만화형 캐릭터로 활용하는 사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흔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크라이슬러 그룹은 Dr.Z가 디터 제체라는 것을 전달하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화형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를 내리고‘Ask Dr.z’캠페인을 지속하겠다고 한다.

만화 콘텐츠의 활용
만화를 활용하는 또 다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만화의 형식적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 콘텐츠 자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브랜드 자체의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소비자들과 감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홍초불닭은 주로 젊은 연인들이 매장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남녀 주인공들이 사랑을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를 담은‘핫뜨러브(Hott Love)’라는 만화를 자체 제작하였다(그림 5).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 3월부터 10월 초까지 24회에 걸쳐 연재한 핫뜨 러브 만화콘텐츠를 활용해 젊은 고객들에게 홈페이지 방문을 유도하여 브랜드를 알리고 호감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스틸 사진과 말풍선을 결합해 스토리를 만드는 일명 포토드라마 또한 사진으로 그려진 만화 콘텐츠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포토드라마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공군이다.

올해부터 공군 사이버 홍보팀에서는 포트드라마 형식으로 된‘장병생활백서’라는, 군생활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은 만화 콘텐츠를 인터넷에 꾸준히 공개하여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그림 6).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인터파크는 영화, 뮤지컬, 연극 등과 관련한 카툰을 만들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쇼핑몰 사이트에 업데이트한다.

만화 작가들이 실제 상영되거나 공연 중인 문화 행사와 관련한 만화를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제작한다. 쇼핑몰에서 티켓 판매중인 문화 행사에 대한 홍보, 공연과 관련한 스토리 콘텐츠로 즐거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그림 7).

최근 중국인들에까지 유행하고 있는 두 컷짜리 조삼모사 패러디 만화 시리즈는, 만화 콘텐츠가 단순히 보여 주는 즐거움을 넘어 소비자 참여로까지 활용 방법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그림8~10).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궁’, 최근에 상영
된‘다세포 소녀’, 추석에 개봉 예정인 영화‘타짜’, 이들의 공통점은 인기 만화 스토리를 영화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새로이 쓰고 있는‘괴물’의 경우에는 거꾸로 영화의 모티브를 만화 스토리로 옮겨 제작한다고 한다.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데 정통한 대중 문화계가 만화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차분하고 진지한 브랜드 이미지와의 거리를 좁히는 시도가 뒤따른다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를 위한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드라마, 음악이라는 장르에 만화를 포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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