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광고, 감성이라는 양념을 뿌리다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09.10.29 09:31 조회 13104
글 | 한창희 유니기획 광고국 제작팀장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품 광고는 독일인 회사 세창양행의 학질치료제, 금계랍(金鷄納) 광 고 로1896년 독립신문에 게재된 이래 독립신문이 폐간될 때까지 거의 매일 게재됐다.

금계랍 광고 중 하나를 소개하면“세창양행 제물포. 세계에서 제일 좋은 금계랍을 이 회사에서 또 새로 많이 가져와서 파니 누구든지 금계랍 장사 하고 싶은 이는 이 회사에 와서 사거드면 도매금으로 싸게 주리라”로 소박한 고지문에 가깝다. 장수를 상징하는 학과 거북이를 비주얼로 금계랍과 연결시키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100여년이 지난 2009년, 변한 것은 국어 음운의 변화와 카피 스타일, 비주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감수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변하였다. 프레임과 메시지, 매체 등 요즘 제약광고는 100여 년 전 까지 돌아갈 필요도 없이 1990년대와 2000년 초와 비교해도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성과 감성을 조화시켜 제약광고의 호감 높여

첫째, 광고의 전반적인 변화는 고지에서 설득으로, 설득에서 다시 관계설정으로, 그리고 광고가 사회의 문화를 포섭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서 감성이 더욱 중요시 되는데 제약광고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성소구 중심에서 이성과 감성 요소를 조화시키거나 감성소구를 선택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제약광고의 전형적 소구방법인 이성소구, 하드셀링은 제품 메시지와 이익중심의 설득방법이라 딱딱하고 재미가 덜하다. 따라서 감성이라는 양념을 넣어서 광고를 만들면 광고에 대한 주의와 호감이 높아질 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관계설정도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또한 관여도 측면에서 보더라도 많은 약품들은 고관여와 저관여의 경계선에서 약간 고관여 쪽에 있는 정도이므로 정보전달형 광고가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로나민골드의 경우 손현주의 프리허그를 통해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있으며“오늘 하루 당신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는 카피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박카스 역시 박지성과 정대세가 서로를 격려하는 가운데 서로의 박카스가 되어 주는 관계에 있다. 부루펜과 신신파스는 파격적인 유머광고로 소비자에게 가볍고 재미있게 다가서고 있다.



둘째 긍정적인 메시지 프레이밍 광고가 많아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복용하지 않을 경우의 고통스런 상황보다는 복용할 경우의 건강한 상황을 표현하는 광고가 과거보다 많이 눈이 띈다.

현재, 제약광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광고를 해온 성숙기 품목이 많아 적응 증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굳이 부정적 메시지 프레이밍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파하고 찡그리고 피로해하는 광고보다는 즐겁고 활기차며 긍정적인 광고를 소비자들은 선호할 것이다.

이중매개가설에 의하면 광고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제품에 대한 인지적 단계와 그 제품을 좋아하느냐하는 감정적 단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즉, 광고를 좋아하느냐가 광고효과에 매우 중요한데 부정적 광고보다는 아무래도 긍정적 광고가 소비자에게 선호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것’이 안티에이징이라는 옥주현의 아로나민씨플러스나 20년 단골식당 주인의 무릎을 통해 효과를 말하는 트라스트, 간의 건강함에 만세를 외치는 우루사, 소중한 아이를 위해 고르고 또 고른 마데카솔케어, 신나게 춤추며 빨래하는 케토톱 광고 등이 있다.



셋째, STP의 정착으로 커뮤니케이션 타깃이 비교적 명확해지고 있다. 아로나민골드는 3,40대 남자, 아로나민씨플러스는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인사돌의 경우 최불암, 정애리 남·녀모델을 함께 기용하여 광고하고 있다. 우루사의 경우는 30대 직장인을, 박카스는 20대 젊은 층을, 게보린은 30대 이상 여성을, 타이레놀은 20대 직장 여성을 타깃으로 설정하는 등 타깃세분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넷째, 많은 광고들이 전통적인 문제해결(Problem- Solution) 기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사용효과는 주관적인 것도 있고 객관적인 것도 있다. 맛있다, 아름답다는 주관적이지만 열이 내렸다, 아프지 않다는 것은 보다 개관적 사실에 근거한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제품이 바로 기능성 제품으로 문제해결의 프레이밍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의약품도 기능성 제품에 속하므로 이 프레이밍을 띠게 된다. 최근의 이가탄, 타이레놀, 무스코판, 게보린, 케펜텍 광고가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운행에 있어 주매체로서 전파매체를 활용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앞서지적한 대로 현재 광고를 주도하는 의약품 대부분이 효능,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어 제품 정보를 전달할 필요성이 적기 때문이며 따라서 인쇄매체의 효용성이 감소되고 있다. 소비자와 심리적 공감과 교감을 통한 이미지와 친밀감 형성이 브랜드 자산의 주요한 요소이므로 감성적 어필이 쉬운 영상매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살펴보면, 건강기능식품은 37개의 고시형 제품과 50개가 넘는 개별 인정형 제품이 있을 만큼 다양하다. 광고는 전단지 같은 형식의 정보전달 위주이다. 제품소개, 적응증, 작용기전, 작용에 대한 근거, 전화안내 등 천편일률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광고효과의 제단계(주의-인지-호감-구매)를 단번에 이루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멀리는 상어연골에서부터 로얄제리, 알로에, 클로렐라, 헛개나무, 콜라겐, 글루코사민, 루테인, 쏘팔메토에 이르기까지 건강기능식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유행성이 강하며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단기간에 매출을 일으켜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특정 계층의 지칭이 불가능한 약사법시행규칙

우리나라에서 제약광고와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운신의 폭이 가장 좁다. 각종 법규와 사전심의 등 외부의 규제가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약광고 규제에 대한 주요 규정은 약사법시행규칙 별표7에 있다. 의약품은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므로 타 제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세밀하게 다루어져야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들 의식 수준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일부 지나친 규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약사법시행규칙 별표7의 특정 계층 대상 표현 금지는 광고 전략수립과 크리에이티브에 큰 제약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어‘40대 남성’‘전문직에 종사하는 35세 여성’ ‘상위 1%’등의 표현은 불가능하다. 광고에서 타깃을 설정
할 때 연령이나 직업, 경제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기준은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규정상 특정계층의 지칭이 불가하므로 타깃을 모호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 광고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사법시행규칙 별표7은‘의약품을 오용하게 하거나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지 말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제 같은 대중적인 의약품 광고의 경우‘부모님께 선물하세요’라는 표현이 불가한데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비타민제에 이런 규정은 지나치다고 여겨지며 따라서 오,남용을 조장하는 광고표현을 명시하거나 광고를 사전심의 하는 의약품 광고 심의위원회에서 이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했으면 한다.

아울러 노래가사에 제품명을 사용한 광고금지 조항도 지나친 규제이다. 브랜드 인지를 위해 CM 송에 제품명을 넣는 것은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유효한 수단 중의 하나임에도 이를 규제하는 제약광고에 커다란 손실이다. 요즘 소비자가 CM송 때문에 의약품을 오·남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추론으로 생각된다. 또한 현상품, 사은품 등 경품을 제공하는 광고금지 조항도 개선해야한다. 공익적인 요소가 있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벤트를 위한 경품은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2009년 28차 광고심의 결과를 보면 총 50건의 심의 중 적합은 12건에 불과하고 수정적합 34건, 부적합 4건으로 두 경우가 76%에 이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각 제품별로 광고표현이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제시하면 업계에 도움을 주고 심의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약품으로 오인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질병명을 광고에 사용할 수 없는데 이로인해 소비자에게 정확한정보전달이 힘들다. 예를 들면 천식은 목 알러지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렇게 비껴 표현하면 소비자에게 오용을 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표현과 증상에 대한 표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여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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