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콘텐츠 속 광고인의 네오포비아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4.04.26 11:08 조회 848
글 ·그림 임태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제일기획

네오 필리아
네오필리아 (neophilia)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욕구’라는 뜻이죠.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도록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취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을 자극하여 소비를 만들어내는 기업들.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는 광고인들 역시 늘 새로운 것을 강요받습니다. 못 봤던이미지를 가져와라, 새로운 미디어와 신선한 모델을 제안해 달라… 덕분에 광고인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죠. 요즘 뜨는 힙한 동네도 가보고, 새로운 미디어와 브랜드를 찾아보고, 따끈따끈한 콘텐츠들을 남들보다 먼저 소비하고 관찰하는 그런 생활을 하게 됩니다. 

뭐 나름 괜찮은 직장생활입니다. 얼리어댑터적인 삶이죠. 돈이 좀 들긴 하지만 나쁘지 않아요. 회사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자료조사차 여기저기 다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나름 즐거운 일이죠. 근데 이게 시간이 좀 지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슬슬 숙제처럼 다가오거든요.


쏟아지는 콘텐츠들
OTT의 등장 이후 많은 양의 콘텐츠들이 쏟아집니다, 정말 엄청난 물량이죠. 영화와 드라마들이 쉴 새 없이 론칭됩니다. 시리즈물 하나 나오면 보통 8부작, 12부작 정도 되니 정주행 하는데 최소 10시간은 걸리는 거죠. 시작하기가 두렵습니다. 게다가 마블처럼 세계관을 이해해야 되는 경우는 새로 나온 영화 한 편 보려고 열댓 편은 봐야 하는 수고를 동반하죠.
여하튼 볼만한 게 하나 나오면 일단 관심 콘텐츠로 찜 해놓습니다. “좀 한가해지면 봐야지.” 그렇게 묵혀 두면 금방 새로운 게 또 나오죠, “앗 이것도 봐야지.” 봐야 할 것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처음 골라놨던 콘텐츠는 점점 낡은 것이 됩니다. 왠지 안 보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트렌드를 못 읽는 것 같아서 미루다 미루다 결국 유튜브 요약본으로 때웁니다. 밀린 방학숙제 마냥 봐야 할 콘텐츠들이 점점 쌓여갑니다. 스트레스죠. 

네오필리아와 반대되는 의미의 용어는 네오포비아(neophobia)라고 합니다.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네오필리아였던 광고인들은 네오포비아로 넘어갑니다. 

아니 뭐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까지 봐야 하나 싶겠지만 콘텐츠를 다루고 분석하는 일이 업의 기본이다 보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제작들의 경우 콘텐츠를 보면서 착안하는 인사이트들이 있어서 뭔가 계속 인풋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트렌드도 읽어야 하고.



결정장애가 만드는 네오포비아
솔직히 말하자면 볼 시간이 없다는 것도 핑계인 게 사실은 결정장애 문제가 더 큽니다.모처럼 시간이 남아 뭔가 하나 보고 싶어서 OTT를 켰다가도 이거 볼까, 저거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케이블에서 천만번쯤 틀어준 ‘존윅’이나 보며 맥주를 따는. 늘 그런 식이죠. 콘텐츠의 홍수가 만들어낸 선택 장애입니다.

그렇게 선택으로 인한 피로감이 몰려올 때 저는 아주 예전에 봤던 것들을 다시 봅니다. 90년대 즈음 히트했던 영화들 위주로 카테고리를 좁혀서 보는 거죠. 짐 캐리의 ‘마스크’ 라든가, 레이더스를 필두로 한 ‘인디아나존스’ 3 부작 같은 영화들. 특히 그 시절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을 보면 리프레시가 됩니다. 오우삼의 ‘페이스오프’ 라든지 ‘고공침투’, ‘더 락 ’뭐 이런 류의 9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어차피 아는 내용이니 중간에 잠깐 딴 짓을 해도 좋고, 아 맞다 저 배우가 있었지, 저 음악이 있었지 하며 새록새록 생각나는 기억들도 좋고, 뭔가 푸근한 것이 아주 마음이 편합니다.

물론 지금 보면 그래픽도 어색하고 스토리 개연성도 엉망인 경우가 많습 
니다만 상대적으로 시간도 짧고 기승전결도 단순해서, 뭐랄까요 느끼하 
고 양 많은 음식만 계속 먹다가 깔끔한 분식으로 가볍게 때우는 그런 깔끔 
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가장 최근에 찾아본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콘에어’입니다. 1997년 작이죠. 무려 27년 전 영화랍니다. 캐릭터도, 스토리도 굉장히 심플하죠. 죄수 호송 비행기를 탈취한 나쁜 놈들과 의도치 않은 사고로 복역 중인 가석방을 앞둔 전직군인 캐서방. 아니 니콜라스케이지. 막 탈모가 시작된 그분의 진지한 연기를 보면 좀 웃기기도 하는데 나름 몰입감 있습니다. 게다가 조연들도 지금 보면 하나같이 유명한 사람들이고 액션장면도 나름 스케일감이 있죠. 편집이나 음향 쪽도 나무랄 데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 영화보다 편집이 훨씬 직관적이고 기본기가 좋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열심히 만든 기운이 느껴진달까요.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날로그 전자제품을 보는 느낌 같아 좋습니다.

어쩌면 광고인의 네오포비아는 봐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 저거 봤어” 라는 한마디를 하기 위해 정작 중요한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닐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콘텐츠를 즐기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지쳤을 땐 뒤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넘쳐나는 콘텐츠에 지쳤다면 클래식한 블록버스터 한편 어떠실까요?
adz ·  네오 필리아 ·  네오포비아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광고에 맛을 넣다.(원명진 부장, 레오버넷)
  광고에 맛을 넣다. 원명진 CD (레오버넷 부장)       # 1.우연과 운명사이 “애초부터 광고를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감일까? 광고가 그의 운명이라는 뜻일까? 어쩌면 광고는 그의 재능이 발휘되었던 하나의 수단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런 그의 말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
이노션, 강남대로 최대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 론칭
  -디지털 아트 캔버스로 새롭게 태어난 옥외 전광판 - 이노션이 서울시 강남대로에 최대 규격 및 최고 화질의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을 새롭게 론칭하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LED 미디어월 ‘더 몬테 강남’은 이노션이 자체 운영하는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로, 강남역 사거리 몬테소리 빌딩에 설치된 기존의 전광판을 리뉴얼해 재탄생했다. 총 면적은 337.5㎡로
대홍기획 7월 새 소식
 제41회 DCA(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 개최 대홍기획이 국내 대표 대학생 공모전인 제41회 ‘대홍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이하 DCA)’를 개최한다. 대홍기획은 1984년 제정된 DCA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40여 년간 수많은 수상자와 광고 전문가를 발굴해왔다. 올해 대홍기획은 광고 마케팅의 패러다임 전환 및 급변하는 매체 환경에 맞춰 전통적인 광고 형식에 한정되지 않은 대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구글의 AI는 자비스를 꿈꾸고 있을까?
 전승민 과학 전문 저술가   챗GPT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가 챗GPT의 새 버전 ‘GPT-4o’를 깜짝 발표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키보드로 소통해야 했던 대화형 AI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었다.   GPT-4o를 활용한 각종 기능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 (출처 : OpenAI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구글의 AI는 자비스를 꿈꾸고 있을까?
 전승민 과학 전문 저술가   챗GPT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가 챗GPT의 새 버전 ‘GPT-4o’를 깜짝 발표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키보드로 소통해야 했던 대화형 AI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었다.   GPT-4o를 활용한 각종 기능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 (출처 : OpenAI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글로벌 성공 사례
    1931년 미국의 코카콜라 컴퍼니는 그들의 크리스마스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입니다. 바로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릴 것 없이 잘 알려져 있던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아버지’로 불리던 산타 클로즈는 미국의 어느 목사가 쓴 시에 묘사되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알려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인물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처음 등장하는 코카콜라 광고 / 출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디자이너 VS 개발자, 판교 밈으로 풀어낸 KT AI
제일기획 배재현 프로 (비즈니스 17팀)   “AI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부터 자율주행, 의료 진단 교육 방식까지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급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챗GPT가 스스로 답한 내용이다. AI의 자화자찬(?)이 아닌 실제로
구글의 AI는 자비스를 꿈꾸고 있을까?
 전승민 과학 전문 저술가   챗GPT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픈AI가 챗GPT의 새 버전 ‘GPT-4o’를 깜짝 발표했다. GPT-4o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키보드로 소통해야 했던 대화형 AI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이었다.   GPT-4o를 활용한 각종 기능을 시연하는 라이브 데모 (출처 : OpenAI
파리올림픽 마케팅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올림픽은 스포츠가 적어도 4년에 한 번 제대로 빛나게 하는 지구촌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종목을 한꺼번에 담아낸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