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와 속초 대포항
- 스탑 푸틴, 스탠드 위드 우크라이나-
글 이희정 CD | 빅밴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본부
제목이 뜬금없습니다. 키예프로 줄곧 알고 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대한민국 속초 대포항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말이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속초를 방문한 저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작지만 심각한 문제는 이 글 마무리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국제 정세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365일 다이내믹하고 새로운 사건 사고가 많은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 데다가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거나 K컬처에 관한 일이 아니고는 국제 뉴스를 꼼꼼하게 보지 않습니다. 이 전쟁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러시아 왜 저러지? 설마 전쟁이 나진 않을 거야… 근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옆인가?’일 정도로 무지하고 무관심했습니다.
막상 침공이 시작되자 주택가에 유치원까지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야만성에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낡은 무기를 들고도 러시아에 당당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굳은 용기와 결연한 눈빛이 놀라웠습니다. 당연히 주변국 피신 행렬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귀국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신기했습니다. 거리에서 러시아 군인들을 꾸짖는 노인들의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경이로웠습니다.
저만 그리 느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와 개개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는 걸 보면요. 광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Group M, 원더맨 톰슨 등이 속한 영국의 WPP는 3월 초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했고요. 프랑스의 퍼블리시스, 미국의 인터퍼블릭 그룹과 일본의 덴츠까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수천 명의 직원들의 생계와 미래,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 이후의 비즈니스까지 생각하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직원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았을 전쟁 때문에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황망할지, 얼굴도 모르는 그들과 가족들이 입고 있을 피해도 걱정이 됩니다. 큰 의미에서 그들도 저의 동료들이니까요.
칸 라이언즈의 우크라이나 대표인 콘스탄틴 쿠즈네초프는 스탑푸틴넷 www.stopputin.net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에 동참하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사이트 첫 화면에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었거나 계획 중인 우크라이나 지지 이벤트 리스트가 나옵니다. 계획 중인 활동을 추가할 수도 있고요. 기부 가능한 사이트와도 연결되어 있고 국가별 참여도도 그래프로 확인 가능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대륙과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이름이 높은 순위에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이 올린 포스터와 아트워크들도 다운받을 수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국기를 활용하여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응원성 이미지들도 있는 반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전쟁광이나 악마로 표현하여 강한 반전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도 있으니 직접 들어가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어느 쪽이든 어서 이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다른 의미에서 피해자이기도 한 러시아 일반 국민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가지 일 것입니다.
글 머리에서 언급한 키이우와 대포항의 상관관계는 이렇습니다. 3월 어느 날 대포항 어느 횟집에서 대게를 주문했는데 보통 때보다 조금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레 이야기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전쟁 때문에 킹크랩, 대게, 명태 가격이 확 올랐다며 푸틴에게 엄청나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유가가 상승한 것도 다 푸틴 때문이라고요.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영업도 힘들고 지쳐 있는데 전쟁까지 겹치니 너무 힘들다고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남의 나라 전쟁이라는 것도, 먼 나라 국민들만의 불행이라는 것도 없다는 점을요. 지금 여기 제가 할 수 있는 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서 이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Stand with Ukraine.
참고 The PR (www.the-pr.co.kr)
매드타임스(www.madtimes.org)
브랜드브리프(www.brandbrief.co.kr)
이미지 출처 (www.stopputin.net/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