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8.3cm 갑상선암에 걸린 광고감독의 웃픈 투병기를 그려낸 서준범 엑스라지픽처스 대표/감독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0.07.07 04:14 조회 3447
[ 8.3cm 갑상선암에 걸린 광고감독의 웃픈 투병기를 그려낸 서준범 엑스라지픽처스 대표/감독 ]
 

자신이 암투병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유서를 작성하면서도 묘비 문구는 공모전형식으로 선정해서 넣어달라니!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암투병기뿐만아니라 리얼한 광고 감독의 일상을 보여주는 웹툰 '광고감독의 발암일기'는 평점 9.7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광고프로덕션 '엑스라지픽처스' 대표이자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서준범 감독을 만났다. 

‘광고감독의 발암일기’ 웹툰의 팬입니다. 최근에 단행본으로도 나왔는데, 처음에 어떻게 웹툰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제가 암 수술 후 병상에 누워있을 때,미련이 남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 삶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어서 크게 미련이 남을 만한 삶은 아니었지만,유독 간절히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못한 일이 바로 ‘웹툰’이었어요. 학창 시절에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할 정도로 만화가가 꿈이었지만,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고, 대학 시절부터는 제가 쓴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구현해 줄 그림 작가를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많은 분들과 미팅했고 진행될 삔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제 의지와는 달리 제대로 완성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광고 감독을 하면서도 항상 미련이 남아 그림 작가를 구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스스로 능력 되는 만큼만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병실에서 바로 태블릿(펜마우스)을 주문하고,입원 중에 1 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삶을 뒤돌아보니 가장 미련이 남았던 것이 웹툰이었네요. 마음을 먹고선 생각보다 쉽게 바로실천을 하신 거 같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어떠셨나요?

수술 후 2주 가까이 병원에 있으면서,밤낮으로 그림을 연습하고 퇴원하자마자 회사 복귀 후 틈틈이 1 화를 그려 업로드 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금세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곳에연재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도 차폐실에 입원할 경우에도 노트북과 태블릿을 챙겨서 주1 회씩 꾸준히 연재했죠. 내용에 있어서는 제가 기억력이 많이 안 좋은 편이라 SNS에 올려뒀던 제 글과 사진을 참고해서 내용을 꾸미는편이에요. 사실을 기반한 웹툰인 만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10화까지는 제가 글과 그림을 도맡아 하다가,엑스라지픽처스 회사 설립 후 일이 바빠져 그림 작가님을 별도로 구해서 그 이후로는 협업하고 있어요.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감독님의 웹툰 연재가 알려졌을 때, 주변반응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사실 살면서 워낙 많은 일을 벌려왔던 터라,‘뭐 하나 또 하나보다.’ 정도의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일들이 많아지자,은근히 본인들도 언젠가 웹툰에 나오지 않 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는 걸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친하게 지내는 광고대행사 분들이나 광고주분들이 일할 때마다 ‘저도 이제 곧 나오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같은 반응이 많았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내의 생일이 들어 있는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모으는 습관이 있어요. 자동차 넘버라든지,전화번호라든지,아파트 동,호수라든지.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는데,웹툰 말미에 실제로 제가 그동안 모아둔 사진들을 덧붙였어요. 그때 많은 분들이 방대한 사진에 경악(!)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감동이라고 하신 분들도 많았고요. 웹툰이어서 있을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사진을 보고는 많이들 놀라신 것 같더라고요. 하하. 연재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몰해 초에 웹툰 단행본 발간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또 그 단행본으로 좋은 일도 하신다고요? 단행본 발간은 좀 더 뜻깊은 일을 하고자 해서 진행한 게 컸어요. 웹툰을 연재하면서 암 환우분들이나 그의 가족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많이 받았거든요. 그분들이 제 웹툰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면,조금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보자’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냥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나만이 할 수 있고,나답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비로 책을 발간하고,병원에 책도 기부 했어요. 수익금 역시 전액 갑상선암센터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부디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