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
도대체 그런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심리학적인 대답은 간단하다. ‘범주(Category)’라는 것 자체가 우리 인간이 지니는 본능적 현상이라는 데 그 실마리가 있다. 범주란 무엇인가? 명사다. 그리고 우리는 전혀 다른 두 대상을 같은 명사로 부르는 매우 독특한 언어 활동을 한다. 무슨 이야기냐? 아래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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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과 오른쪽 어느 것이든 우리는 ‘새’라고 부른다. 당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심리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문을 던진다. 도대체 전혀 다른 위의 두 모습을 어떻게 우리는 같은 종류, 즉 범주로 묶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그래야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효율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이다.
만일 위 두 사진 어느 것이든 그 명사 이름을, 즉 범주를 모른다면? 우리는 매번 그것을 묘사하거나 서술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범주를 좋아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해서 범주적 판단을 하고 싶어 한다. 범주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아래와 같은 추상화를 보면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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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새로운 범주를 갈망한다
어떤 대상을 보고 범주 이름을 대답하지 못하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왜? 내가 그 대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범주 이름을 말할 수 있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러니 인간은 더 많은 범주를 알기 원하고, 그 새로운 범주로 대상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인간은 늘 새로운 범주를 갈망한다.
그런데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혀 없는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겠지만, 이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사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그 어휘에 동의하고 이해하고 또 사용해 줘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가장 간편하면서도 빠른 방법은 범주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학교’라는 말을 알고 ‘종’이라는 말을 아는 아이는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그 ‘학교종’을 바로 이해하지 않는가.
자, 그런데 여기에서 학교종은 당연히 ‘학교에 있는 종’이다. ‘학교로 만든 종’이나 ‘학교가 안에 들어가 있는 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당연히 전자를 예상하고 있는데 아이 앞에 후자들 중 하나를 보여 준다면? 아이는 다소 놀라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어 할 것이다. 자신의 예상이 재미있게 깨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모든 코미디의 기본 요소다. 범주의 의외의 조합이나 비상식적인 연결 말이다. 한 개그맨이 관객에게 “여러분께 지금부터 도넛 상자를 하나씩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관객들은 모두 ‘도넛이 들어가 있는 상자’를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그 개그맨이 ‘도넛으로 만든 상자’를 나눠 주면 받아드는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릴 것이고, 아마 대부분은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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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의 새로운 결합
그러니 결론은 분명해진다. 첫째, 사람들은 범주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싶어 한다. 둘째, 그래서 범주를 더욱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며 가지고 싶어 한다. 셋째,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범주의 결합이다. 넷째, 범주를 연결시킬 때 그 연결 방식이 나의 예상과 다르면 우리는 놀라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단 하나다. 그 수많은 의외의 범주 결합들 중 우리는 어떤 것에 유독 매력을 느끼는가. 불행하게도 그 공통 코드를 알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어떤 대상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허용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만이 그만큼 다양한 범주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뒤집어 놓고 봐도 말이 된다. 그렇게 개방적이고 허용적인 사람일수록 범주의 새로운 연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표시하니 말이다. 그러니 한 사람의 심리학자로서 최근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더 열린 마음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