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기조 중앙일보 R&D팀 팀장
우려한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국 경제성장률 역시 당초 전망치(3%p)에서 후퇴하여 2.7%p로 수정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전망치와 큰 차이가 없다. 역시나 지겨운 저성장의 늪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강처럼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통 미디어의 쇠퇴가 당연시된 최근 수년간 그 전통미디어들을 중심으로 한 가지 화두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모두 자신들이 처한 색다른 입장과 위치에서 한결같이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머지않은 어느 지점에 가서는 ‘혁명’까지 선언할 태세다. ‘혁신’의 실체 탐구, 그리고 실천에 앞서 일단 ‘혁신’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살아남은 것 같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들에게 ‘혁신’은 만병통치약이며 전지전능한 ‘전가의 보도’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신문 산업의 위기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든 신문 종사자들은 이제 ‘저널리즘(Journalism)’보다는 ‘미디어 플랫폼(business)’으로서의 ‘신문’을 재해석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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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ism without mission is cynicism, Journalism without business is bankruptcy”
폴란드의 전설적 언론인 ‘아담 미치니크’의 말이다. 투박하게 번역하면 “사명감 없는 언론은 냉소주의일 뿐이고, 사업(성)이 없는 언론은 파산할 뿐이다” 정도로 해석된다. 인류가 처음 ‘신문’이라는 미디어로 접했던 1609년 독일의 주간신문과 이후 본격 일간신문으로 알려진 1660년 독일 라이프찌히의 「Ein Kommede Zeitung」으로부터 무려 350여 년 만에, 언론종사자들은 ‘아담 미치니크’의 경구 중 ‘Journalism’에만 천착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뒤의 ‘Business’라는 단어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문(사)들이 이미 100년 전에 언론의 상업적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파한 언론 선각자의 경구를 재해석하는 이유는 사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영향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무언가 답을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갈피를 잡지 못하던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사인 ‘뉴욕타임스’가 일정 정도의 해답을 제시했던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으로 알려진 「뉴욕타임스」의 보고서에는 ‘혁신(Innovations)’이라는 단어가 셀 수 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차근차근 ‘혁신’을 시작한다. 아직까지 그 모델의 지향점의 논리적인 결함이나 불가함에 대한 지적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경쟁적으로 그 정체 모를 ‘혁신’의 대열에 동참했던 것이다. 마치 사옥 전면에 ‘혁신’이 들어가는 현수막을 걸어두지 않으면 무언가 심대한 퇴보의 늪에 빠져 영영 헤어나지 못할 것처럼. 2015년, 국내 신문업계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었고, 더 보태면 ‘디지털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업종별 리뷰
마케팅 위주의 광고가 전반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문 플랫폼을 주요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업종이 존재한다. 부동산 정책의 규제 완화와 지속되는 초 저금리 기조는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분양상품을 시장에 풀어 놓게 했다. 이는 은행에서 나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배회하던 시중의 부동 자금을 유인했고, 신문광고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갔다. 역시 부동산 업종은 신문광고 유지의 일등공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 등 오프라인 매장은 다양한 목적구매 상품을 개발하여 역시 신문의 양 전면 광고를 주기적으로 선보이며 모객을 했으며, 명품·패션 등의 업체들도 신문이 가진 고급 타깃 독자들을 겨냥하여 꾸준히 전년 수준을 넘나들며 신문을 활용했다. 이 밖에 수입차와 식음료 업종도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웃도어와 서적, 제약 업종은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금융상품 광고 역시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웃도어 광고가 신문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이제 희박해 보인다.
올해 업계에서 광고비가 눈에 띄게 증가한 업종으로는 단연, 모바일게임과 O2O서비스 앱 광고를 꼽는다. 국내에 투입한 광고비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클래시 오브 클랜’의 TV 광고를 필두로 라인의 ‘라인 레인저스’, 넷마블의 ‘레이븐’ 등의 모바일게임 광고가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통해 타깃층을 찾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올해 약 30조 원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 업종 역시 신문이라는 플랫폼과의 골은 깊어만 보인다.
이제 신문광고를 주도하는 업종은 두드러진 몇 개 업종으로만 정리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신문은 고학력, 중, 장년층을 타깃으로 공략하는 마케터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20~30대를 위한 생활과 문화 인프라에서는 이제 ‘꼰대의 고집’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혁신’의 실행 지점이 바로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다.
업계 리뷰 - 신문
2015년의 마감을 앞두고 신문 전체 광고 매출은 소폭 하락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제일기획은 예상했다(14,943억 원 → 14,600억 원(f) : 제일기획 광고연감 추정).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신문의 발행형태와 성격에 따라 분류하면, 중앙 종합일간지의 실적은 전년 수준, 경제지는 전체 동반 상승 그리고 스포츠지와 지방지의 급락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처럼 신문광고비의 하락 요인이 대체로 스포츠지와 지방지에서 발생한 것임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낙폭이 앞서 제시된 수치보다 상당히 줄어들거나 전년과 동일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지와 지방지의 매출 포션이 그리 크지 않은 데 비해 경제지 등의 성장 폭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결국 전년 대비 동일 또는 소폭 성장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며 올해를 마감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독자층의 축소와 마케팅 광고의 축소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나 이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히 콘텐츠 생산과 의제설정 기능은 유효하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신문광고가 여타 플랫폼 광고 트렌드와 비교되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스포츠지가 꾀하는 변신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스포츠 기사보다 산업 관련 기사를 강화하며 ‘경제 스포츠지’ 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영역의 예산에서 언론홍보 영역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경제지는 망하지 않다’는 속설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라 씁쓸하다.
무엇보다 10개 경제신문의 한결같은 성장은 (전년비 평균 7% 포인트 증가) 인터넷, 디지털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만화경이며 스포츠지마저 산업부와 경제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인이 되었다는 점이 우울은 하지만 이해 또한 가능한 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업계 리뷰 - 잡지
신문과 함께 인쇄 미디어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잡지 광고 시장은 신문보다 훨씬 각박한 디지털 시대를 맞아야 했다. 저성장 시대의 직격탄의 피해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했다. 폐간과 휴간이 이어지고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더해졌다. 2013년부터 이어졌던 이 추세는 특별한 변인이 없는 한 반등의 계기 마련은 요원해 보였다. 대체재가 없는 일부 멤버십 매거진과 라이선스 잡지 상위군 시장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전반적인 매거진 하향추세에 광고주들은 거의 모든 광고 소재 제작을 중단했고 주부지, 여성지 등 일반 로컬 매거진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 와중에 잡지사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해 자구책을 미리부터 준비해 온 일부 대형 잡지미디어 군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그리고 SNS를 통합한 패키지 상품으로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패션과 화장품 등이 주요 광고 업종인 이들의 광고주들이 셀럽(Celebrity의 줄인 말 : 연예인이나 유명인, 전문가 등으로 통칭)을 이용한 행사를 진행하거나 화보, 동영상(비하인드, 메이킹스토리 포함)의 제작을 통한 고객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에 착안한 자구책이었다.
이러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판단한 각 잡지미디어의 TF에서는 각 사의 인프라(사진, 편집 등)를 활용하여 광고주의 대 고객 마케팅 제작물을 직접 만들어 주고 자신들이 보유한 SNS를 통해 일정 수준의 바이럴을 일으켜 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길게는 2년 동안의 지속적인 영업사원들의 기획 제안 활동이 요즘 유행인 디지털 ‘네이티브애드’의 한 방편으로 인식되며 최근에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성과로 인해 노출플랫폼의 수 확장 및 fan, 좋아요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광고주들이 이제는 먼저 여성잡지 패키지를 찾기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중·소규모의 클래스(오프라인행사)도 기획, 광고 그리고 제작물과 함께 판매하여 매출 급락 이전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잡지가 가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며, 잡지가 가진 독특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한 대안의 마케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사지 등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시원한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본인들의 특장점을 활용한 대체 마케팅 툴의 구조가 시급하다.
언젠가부터 신문광고는 금리, 유가,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 관련 지표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관계로 수정 설정되어 버렸다. 총 광고비가 예의 그 지표에 대체로 정비례하는 것과는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신문광고 시장이 경제 관련 지표와 밀접한 마케팅, 영업, 유통 부문의 비중이 점차 줄고 (5.5%p) 애드버토리얼과 브랜드 PR 부문의 비중이 증가(4.5%p)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는 것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기이한 현상일까? 아직 견고한 오프라인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신문 선진국들의 상황은 어떨까? 전 세계 2위의 총 광고비 지출국가이지만 인구, 문화 발달의 정도 차이가 상이한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10대 광고비 보유국 중 전체의 78%를 점유하는 독일, 일본, 프랑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 등 6개국의 총 광고비 대비 신문광고 비중과 그 추이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표본으로 설정한 상위 6개국 중에서 한국의 총 광고비 중 신문광고 비중은 금속 활판 인쇄술과 신문의 발상지로 아직도 견고한 오프라인 구독층을 유지하며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전환에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독일에 이어 2위로 나타난다. 콘텐츠에 대한 유료 소비성향과 종이문화에 대한 천착이 여전히 건재한 신문의 왕국 일본마저 2014년을 기점으로 한 자릿수로 하락했음에도 말이다. 거기다 한국은 연간 하락 폭에서도 가장 완만한 경사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표를 통해 보다 또렷하게 확인되는 변하지 않는 사실은 결국 신문광고의 하향추세는 다소간의 차이만 존재할 뿐 전 세계적 공통현상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전 세계적으로 신문(사)들이 외치는 구호가 ‘혁신’이고 ‘변화’가 된 것이며 이는 공허한 구호가 아닌 절박한 생사의 지점에서의 외침인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인 「뉴욕타임스」 는 디지털로의 혁신 이후에 새로 구성된 「T BRAND STUDIO」 ‘네이티브 애드’의 캠페인 100여 건을 통해 약 $45million(약 521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고, 그보다 작은 규모로 비슷한 시기에 ‘WP BRAND STUDIO’를 설립하여 브랜디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도 50여 건의 온, 오프라인 캠페인을 통해 약 $10million(약 116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 모두 현재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마케팅 상품을 내놓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현재의 브랜디드 컨설팅 서비스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이런 지속적인 성장 흐름을 약 4~5년 지속하면 예년, 안정적인 오프라인 시대 수준의 수입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마저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과 어느 상황에서라도 결코 쉽게 안주할 수 없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모두 현재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마케팅 상품을 내놓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현재의 브랜디드 컨설팅 서비스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이런 지속적인 성장 흐름을 약 4~5년 지속하면 예년, 안정적인 오프라인 시대 수준의 수입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마저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과 어느 상황에서라도 결코 쉽게 안주할 수 없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2016년도는 기치를 높이 든 국내 신문(사)들이 현재 오프라인의 영역을 최대한 지켜내면서 디지털로의 변화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수백 년의 전통으로 쌓아 온 콘텐트 생산기지로서의 아성에 디지털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다양한 SNS플랫폼들을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시너지 플랫폼을 구조화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과의 전략적 결합을 우린 ‘프레너미(Friends+Enemy)라고 부른다. 신문의 고품격 콘텐츠와 그들이 가진 대중적 플랫폼의 결합이다. 이러한 혁신과 이로부터의 변화는 신문(사)의 건설적 재편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결국 본인들이 가진 플랫폼의 고루함이 결코 콘텐트의 그것과 동일하게 여겨지지 않는 한, 신문이 가진 고유의 의제설정 기능과 고품질의 독자층은 다소간의 구독층 이탈과 열독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쯤 있어줘야 할 그런 꼭 필요한 꼰대’로 계속 자리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