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꽃보다 할배>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넘쳐나는 아이돌 다 놔두고 평균 연령 78세,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 할아버지 4명이 떠나는 해외 여행기가 뭐 그리 대단히 재미있을까 싶겠지만 우리가 그냥 할아버지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버린 네 사람에게도 눈부신 젊은 날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각자의 개성 있는 성격과 말투와 재치가 보고 있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더라는
거지요.

‘직진’ 전문 대쪽 이미지의 이순재, ‘시크’하면서도 자상한 신구, ‘분위기 메이커’이자 ‘로맨티시스트’인 박근형, 투덜투덜 ‘투정쟁이’ 백일섭까지….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는 걸 보면 시청률 대박도 놀라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 그 꽃할배와 맥락을 같이하는 광고가 있었으니 바로 타코벨의 ‘Viva Young’ 캠페인입니다. 2013년 수퍼볼 인기 TOP 10 광고이자 2013년 가장 많이 다시 본 광고이기도 했으니 그만큼 공감한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도 되는 셈이겠죠?



은퇴자 아파트에 사는 한 노인이 취침 시간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가 몰래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클래식한 차에 올라타고,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클럽으로 향합니다.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남의 저택 수영장에 침입해 파티를 벌이고, 폭죽을 터뜨리고, 거침없이 키스를 나누는가 하면, 등 위에 문신까지 새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젊은이들의 놀이를 즐깁니다.

구내 식당에서 멀티비전을 통해 이 광고를 보면서 ‘어이쿠야…’ 하기는 했지만 젊은이의 나라보다는 노인의 나라에 한발 더 가까이 서 있는 저로서는 그들의 이러한 반란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더군요. 아마도 때마침 깔려 주는 락밴드 펀(Fun)의 ‘We are Young’이라는 흥겨운 노래와 가사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그들의 일탈은 새벽녘 허기진 배를 채우러 들른 타코벨로 이어집니다. 순찰을 도는 경찰차의 의심 어린 눈초리도 오히려 그들에게는 오히려 즐거움이 돼주죠. 동트는 새벽 하늘을 뒤로 하고 은퇴자 아파트로 향하는 한 노인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유명한 카피처럼 젊음도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저는 믿고 싶어요.

‘나이가 든다는 건 세상의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 마침내는 잊혀지는 그런 과정을 겪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와 용기로 또 다른 그들만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고요.





오혜원 상무 : 제작부문 ECD hyewon.oh@ch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