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세미나] Becoming a Designer of Your Dream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3.10.28 01:01 조회 3281


막연한 꿈 사이를 떠돈 방황기
어린 시절 한때 기계체조를 했다. 초등학교 때 전국대회 팀 경기 2등까지 올랐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중에서 텀블링을 하는 그 순간에 ‘더는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동작을 멈췄고, 난 부상을 당했다. 그 후 막연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기억은 수업 시간에 졸다 눈을 떠보면 다른 친구들도 졸고 있는 장면, 고등학교 진학한 후에는 밤하늘 사이로 반짝이던 학원 간판들이 생각난다. 대학에 들어가 금세라도 날아갈것만 같은 독수리상을 보며 ‘입시 지옥 탈출’의 기쁨도 잠시,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전공’에 눈이 머물렀다. 대학 인지도만 고려했을 뿐 전공에 대한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순진하고 수동적으로만 살았던 거다.

전공이 적성에 안 맞으니 자연스레 수업도 자주 빠지게 됐다. 대신 ‘화우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고, 나름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같은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키웠다.

몇 년 후 학교 미전에서 상을 받았다는 공지와 함께 담당 교수가 건넨 한 마디. “앞으로 자네는 이런 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던 시기였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아메리칸 드림
그러던 어느 날 홀로 미국서 생활하던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초청했고, 학교를 그만두고 이민을 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얻었다. 1980년 가을, 아메리칸 드림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영어를 모르니 어디 갈 수도 없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구 수선 가게에서 일만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삼아 텔레비전만 시청하던 시절, 내 인생을 바꾼 한 편의 광고를 봤다. 광고 카피는 이랬다. “Army. Be all you can be.” 가능성을 키워서 되고 싶은 사람이 돼라. 군대에서 월급을 받고 제대 후에는 대학 진학 시 학비를 대준다는 솔깃한 이야기에 눈 내리는 1월 말 입대했다.

전쟁터로의 파병 위기(?)도 겪었지만 다행히 3년 후 제대했다. 군 생활을 하며 조금 더 철이 든 나는 비로소 필라델피아 예술대학(The University of the Arts)에 입학했다.




잘할 수 있는 걸 하라
바라던 전공을 찾았고, 그야말로 열심히 했다. 만나는 교수마다 ‘Good’, ‘Excellent’, ‘Fantastic!’ 하고 칭찬했다. 알고보니 다른 학생에게도 했던 말이었다. 그때도 여전히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스러웠다. 수업 시간 중 들은 ‘잘할 수 있는 걸 하라’는 조언. 결국 난 렘브란트 같은 화가 대신 예술과 과학, 엔지니어링을 섭렵한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

수석 졸업하고 서른에 처음 취업한 곳은 IDI(Innovation & Development Inc.)였다. 이곳에서 만난 디렉터가 해준 말이 있는데 “Have a portfolio ready.” 언제 그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란 의미였다.

4년 동안 그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야말로 과제를 주면 혼자 열명 이상의 몫을 해내는 ‘One Man Army’로 지냈다.

이후 데스키 어소시에이츠(Deskey Associates)란 회사로 옮겼다. 이곳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제품 디자인보다는 제품 브랜딩을 하는 곳이었다. 3년 동안 마스터로서 일하며 아침에는 비행기를 타고 출장 가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오후에는 디자인을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마스터란 위치에 있다 보니 끊임없이 밑에 있는 디자이너들을 괴롭혀 무언가를 뽑아 내야 했다.

내가 디자인한 것이 전 세계 브랜드에 하나씩 들어갔을 정도로 알려졌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삼성에서 디자인 학교를 만드니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파슨스에서 3년 동안 강의했던 난 교육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될 수 있는 사람이 돼라
1995년에 설립한 삼성디자인학교 사디(SADI)에서 난 ‘학생들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끄집어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디(SADI)의 비전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 학교다. 내가 사디에 온 건 학생들과 즐겁게 놀기 위해서다. 내가 대학에 갔을 때 들은 조언처럼 많은 조언을 해주면서 여기까지 왔다.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하게 됐다. 나는 청소년기와 청년시절의 대부분 수동적으로 살면서 자아를 찾으려고 애썼다. 지금은 8년 동안 미국에서 프로 디자이너로 쌓은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으로 사디에 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건넬 수 있는 조언은 ‘될 수 있는 사람이 돼라’는 것이다. 무언가 되려면 노력과 재능,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인생은 험난하고 그 과정에서 선택받거나 또 선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일과 꿈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끝없는 터널 같아도 어느 순간 끝이 보이고 서광이 비치면서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박영춘 SADI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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