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훈 | 글로벌 비즈팀 대리 / chriswon@hsad.co.kr
맨체스터 중심에서 서울을 외치다
행사 당일 경기장을 방문한 관중은 8만여 명. 이번 행사는 그들의 머릿속에, 그리고 맨유 시티와 유럽 전역에 ‘서울’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맨유와 서울시의 이색 파트너십
전 세계 축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그 정상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라는 클럽이 있다. 2007년과 2008년 <포브지>지에 의해 ‘세계 최고 브랜드 축구클럽’으로 선정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10회의 기록을 자랑하고 있으며, 1999년에는 유럽에서 최초로 한 해에 3개의 타이틀(프리미어리그•FA컵•챔피언스리그)을 동시 석권하는 역사적인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매 경기가 전 세계 220여 개국에 생중계되며 세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약 3억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맨유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불린다. 그리고 2009년 2월 21일, 맨유의 홈 경기장인 ‘꿈의 극장’올드 트래포드 한 가운데에서 ‘서울’ 두 글자(알파벳으로는 다섯 글자)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2008년, 7월 서울시는 맨유의 공식 여행지 파트너로서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맨유가 보유한 다양하며 효과적인 브랜드 자산을 서울시의 글로벌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전에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맨유를 후원한 적이 있지만, 하나의 개별 도시가 축구클럽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매우 이색적인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울시는 맨유 홈경기 광고보드 노출 및 공식 잡지 지면광고 등 마케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권리를 부여 받았다. 그 주요 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맨유의 홈경기 중 하루를 ‘스폰서 데이’로 지정하는 것. 그리고 이 중요한 권리를 활용, 파트너십 효과를 극대화시키고자 서울시는 2월 21일 블랙번과의 리그경기를 스폰서 데이로 지정하게 되었다.
이 행사의 테마는 ‘Discover Seoul.’ 보는 이로 하여금 서울을 방문해 숨겨져 있는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발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관심 폭발, 온라인 사전 프로모션 효과
스폰서 데이 행사에 대한 사전홍보와 함께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서울시는 홈페이지(http://story.seoul. go.kr/event/event_4.asp)를 별도 제작해 2월 1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온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홈페이지에는 행사설명과 더불어 라이언 긱스•박지성•패트리스 에브라와 같은 맨유의 유명 선수들이 직접 서울에 대해 얘기하는 ‘Seoul is…’ 영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서울을 체험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두 개의 이벤트를 전개했다. 서울을 소개하는 짧은 동영상을 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감상문을 짧은 리플 형식으로 남기는 것, 그리고 2월 21일 경기에서 디지털 광고보드에 노출될 응원문구를 직접 제안하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홈페이지 방문객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울 여행권, 맨유 선수 사인 유니폼, 맨유 홈경기 VIP 티켓 등이 상품으로 걸렸다.
(이 기회를 빌어 당시 알라딘 이벤트 안내문을 보고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방문해 이벤트란에 많은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온라인 프로모션의 결과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4주 동안 전 세계에서 약 40만 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그 가운데 2천여 명이 두 개의 프로모션에 참여를 했는데, 이는 8만 명 정도를 성공적인 수치로 생각하던 광고주의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성과였다.
하룻밤에 스티커 7만장 붙여봤니?
행사 5일 전 맨유로 건너간 강봉구 부장님과 나, 그리고 대행사 직원들은 올드 트래포드의 177개 스카이박스 중 1개 박스에 임시 사무실을 차렸다. 그 곳에서 우리는 맨유 담당자와 VIP 의전•공연•사이트 운영계획 등에 대한 사전조율을 진행하며, 미리 준비해간 맨유 유니폼을 전달해 박지성 선수의 사인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행사 전날인 20일 오후, 서울시 광고주도 동석한 최종 미팅 도중 맨유 담당자가 느닷없이 폭탄(?)을 터뜨려 버렸다. 이 프로모션을 위해 서울시는 ‘하이 서울’ 로고와 맨유 로고가 새겨져 있는 얇은 메탈 소재의 전자파 차단 스티커 7만 장을 제작했는데, 행사 전날 오후에 갑자기 배포가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이었다. 이유는 스티커를 휴대폰에 부착했다가 떼어내려 할 때 잘 안 떨어지고, 떨어지더라도 휴대폰에 흔적이 남는데 이러한 사항에 대한 경고 문구가 제품포장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사전에 샘플을 보내서 OK를 받았던 우리로서는 정말 날벼락 같은 얘기였다.
이 수많은 스티커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다시 배송비를 들여 서울로 보내야 하나……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럼 7만 장 모두 경고문구만 붙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순간 옆에 있던 강부장 님이 물었다. 그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강 부장님이 너무나 쉽게 해결이 되었다는 듯이 내가 우려(?)하던 말을 꺼냈다. “밤새 붙이면 되겠네, 뭘….” 너무 피곤하고 시차 때문에 졸리기도 했지만, 광고주도 같이 있는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으랴(강부장님, 그때 제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우리들을 보며 ‘말이 그렀지, 정말 그렇게까지 해내겠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에 오기가 생겼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올드 트래포드를 떠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져 한 개 팀은 라벨용지를 구입해 경고문구를 프린트해 호텔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미리 도착해 있던 사람들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현지 유학생들의 몫. 전자파 차단 스티커 하나하나에 라벨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 정말 많이 붙였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붙였다. 그리고 계속 열심히 노력한 결과, 21일 아침 6시 15분, 7만 장의 전자파 차단 스티커에는 전날까지만 해도 없었던 경고 문구 라벨이 각각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올드 트래포드로 이동해 전날 같은 장소에서 담당자에게 전달했을 때 그들의 표정이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독한 것들……’
맨유가 들썩! ‘Discover Seoul Day’
2월 19일부터 올드 트래포드 정면 출입구엔 ‘Discover Seoul’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서울을 알리는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었다. 대형 빌보드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성의 이미지가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 있었고, 같은 이미지로 래핑이 된 버스 4대가 올드 트래포드를 포함한 맨체스터 시내 주요 장소를 순환했다. 맨유 시티 전체가 그야말로 서울 일색이었다. 그 중 또 하나의 압권은 경기장 곳곳의 기둥을 장식한 ‘Discover Seoul’래핑. 맨유의 다른 메인 스폰서인 나이키와 AIG가 이를 보고 자신들도 추후 행사에 동일한 형식의 브랜딩을 할 수 있는지 구단에 문의를 할 정도로 혁신적이며 효과적인 광고 툴로 평가 받은 것이다.
이윽고 행사 당일. 경기장 외부 ‘Funzone’에 간이무대를 설치해 현지 교민으로 구성된 국악공연단 ‘들소리’의 타악 퍼포먼스 공연을 선보이는 한편, 200인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맨유 선수들의 ‘Seoul is…’ 등 다양한 홍보영상을 상영했다. 또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이안 로이드의 서울 풍경사진이 구장 주변에 전시됐고,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서울의 궁궐과 맨유 선수단 모습이 담긴 포토월(Photo Wall)도 마련했다. 이러한 행사 모습에 유럽의 메이저 스포츠 채널인 ‘유로스포츠’에서도 관심을 보여 취재를 하기도 했다. 당일 경기장을 방문한 관중은 8만여 명. 그들의 머릿속에, 그리고 맨유 시티와 유럽 전체에 ‘서울’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서울 데이’ 행사는 내년에도, 그리고 내후년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처음이라 준비과정에서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의 행사준비 과정 및 원활한 진행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으며, 내년에는 밤새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불상사가 안 일어나기를 소심하게 기도해 본다.
*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오랫동안 맨유의 팬이었던 내게 이번 행사는 정말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내가 관여하는 첫 행사인 동시에, 맨유의 홈 경기장에 와서 서울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한국의 수많은 맨유 팬들에rps 정말 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는 내게 이러한 기회를 주신 최태진 국장님, 그리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신 이석용 부장님, ‘제임스 봉’ 강봉구 부장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