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심의섭 CD
나는 도둑이다.
아이디어를 사람에게서 훔쳐온다.
인터넷에서 몰래 구입한 데져트 이글 44매그범을 들고
‘너, 아이디어 내놔! 안 그럼 죽어’ 이러진 않는다.
때때로 강한 유혹을 느끼지만.
가만히 눈을 감은 후
머릿속 사람들의 이름표가 붙은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본다.
‘조용한 창’이 컨셉트인 샤시(거실과 베란다의 창문?) 광고를 한다면….
창이 꽁꽁 닫힌 건물 위로 비행기가 가깝게 날고 있다.
안에선 아무 소리도 안 들려야 한다.
완벽방음 창이니까. 진짜 안 들릴까?
엄마의 서랍을 연다. 무슨 말을 했었는지.
집 밖으로 용달차의 확성기 소리가 창에 막혀 들리지 않을 때,
엄마는 기척만을 느꼈는지 이렇게 말하곤 하셨다.
‘뭐가 왔다갔냐?’. 그 말을 훔쳐왔다.
물론 시집의 시도 대상이다. 특히 카피를 쓸 때면 더더구나.
<식객> <신의 물방울> <바텐더> 같은 만화책도 마찬가지!
요즘엔, 트위터의 짧은 글도 도둑질의 대상이다.
140자의 짧은 글들.
무섭게 함축적이면서도 살아있다.
그리고 스리슬쩍 훔치기도 쉽다
<그림 1> 어머니 그림 - 가족·친구·상사·놀이터의 아이.
셀 수 없이 많은 삶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그림 2> 안도현 시집 - 사람을 아름다운 글자로 만나는 곳.
시집은 무궁무진한 카피 아이디어의 보고다.
<그림 3> 트위터 -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훔쳐오는 공간.
게다가 공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