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마저도 감미롭게 … 부드럽고 진한 초콜릿, 가나초콜릿

글 ㅣ 이재한 (인쇄미디어팀 사원)

달콤한 초콜릿의 맛은 사랑이 시작되어 아름답게 피어나는 순간의 그것과 닮았고, 달콤함이 녹아버린 뒤 남아 있는 씁쓸함은 사랑이 끝나고 난 이후의 그것과 같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초콜릿이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전하는 매개로 통용돼온 것은, 초콜릿의 ‘맛’ 때문이리라.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사랑의 설렘을 느끼고 떠나간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려 초콜릿을 건네는 모습이 TV 속 초콜릿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 시절, ‘가나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는 카피를 내세운 가나 초콜릿 광고는 파격 그 자체였다.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
채시라의 청순한 외모만큼이나 놀라웠던 카피와 광고 컨셉트는 내 맘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미지의 전복, 가나 초콜릿 광고의 파격

20년 전에 보던 광고 하나가 내 인생 전체를 바꿔놓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광고기획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당시 가나 초콜릿 광고는 놀라운 시도였음에 틀림없다. 광고를 제작할 때 가장 안정적 방법은 기존에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제품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익숙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나 초콜릿 광고는 성공이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어느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을 선택했다. 당시 가나 초콜릿 광고가 선택한 ‘고독’이라는 컨셉트는 ‘사랑의 달콤함’이나 ‘사랑의 상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념이었다. 그 때문에 ‘초콜릿=사랑’의 등식은 해체되었고, 대신 ‘초콜릿과 고독을 연결하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광고역할이 제대로 빛을 발한 사례였다.

이후 가나 초콜릿 광고의 대대적 성공과 광고모델의 승승장구는 계속되었고, 가나 초콜릿은 ‘진한 그리움’이란 카피로 이미지를 ‘고독’에서 ‘그리움’으로 자연스레 교체하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특히 이미연이 등장한 광고는 예능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는 등 이미지 전복이 가져온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때 광고에 등장한 채시라, 이미연, 오연수 등 미녀 배우들은 쓸쓸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최근 광고에 등장한 민효린 역시 누군가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며 ‘진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슬퍼 보이진 않는다. 혼자라는 것이 슬프지 않다는건 외로움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 터. 가나 초콜릿 광고는 그 누군가의 자리를 가나 초콜릿으로 대신할 것을 추천한다.

가나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로울 것이므로.

감미로운 고독을 함께 느껴볼 그대는 어디에…

얼마 전 신문에서 여름휴가 때 혼자 여행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20%를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홀로 고독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긴다.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와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 진한 커피 향기와 뿌연 담배연기, 그리고 초콜릿 한 조각. 얽매일 그 무엇도 없고 구속할 그 누군가도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다.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나 초콜릿 광고는, 여행에 대한 내 고정 관념과 초콜릿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버렸다. 나는 여기서 진정한 광고의 가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광고의 위대함을 배운다. 다만 안타까운 건, 아직 나는 광고에 등장한 그녀들처럼 가나 초콜릿의 감미로운 고독을 나와 함께 느껴볼 여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