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WA코리아 신입사원 일곱 명이 박웅현 ECD의 지도아래 ‘청바지로 세상 읽기’라는 과제에 도전했다. 신입사원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것은 근 일년간 이어졌고 마침내 그 결과는 직장 내 훈련 기록서로 탄생했다. 그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는 청바지가 세상을점령했음을 조목조목 논리 정연하게 나열되어 왜 청바지가 세상을 점령했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프래그머티즘에서 팍스아메리카나로,
제임스 딘에서 양희은으로,
노동에서 여가로,
미국에서 세계로,
실용에서 사치로,
마초에서 페미닌으로,
반항에서 제도권으로,
해방에서 구속으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대량 생산에서 수제로…
-서문 중에서-
TBWA코리아의 허진웅, 윤혜진, 김현우, 이상민, 조주연, 양희선을 만났다. 입사한지 이제 일년 된 파릇파릇 신입사원들이다. 첫눈에 딱 봐도 ‘병아리’ 냄새가 몰랑몰랑 나는 신삥(!)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발칙한 광고인의 끼가 다분하다. 일년여 동안 직장 내 훈련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관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를 둘러싼 신입사원 6인의 유쾌한 대화를 들어보자.
동향_ 누가 책 소개 좀.... 어떻게 책 낼 생각을 했죠?
현우_ 처음에 신입사원 교육을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하다가 좋은 소재가 나오면 책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어요.
상민_ 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할 수도 있었어요, 정해진 것은 없었거든요.
동향_ 책 나온 거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현우_ 신기했죠. 다른 사람이 쓴 책만 보다가… 요즘 시간나면 네이버에 책 검색해보고 인터넷서점 들어가서 판매지수도 보고 그래요. 그래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거든요.
희선_ 판매지수도 나와?
현우_ 응. 책에 대한 리뷰나 댓글도 읽어보고…
동향_ 판매지수를 본 소감은?
상민_ 요즘 참 불경기구나, 역시 이런 한가한 책을 팔리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죠.
모두_ 풉!
동향_ 책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은데요?
현우_ 저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책이 나왔다는 거에 대해 기분도 좋고. 그런데 우리가 쓴 글이 그대로 실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많이 수정, 편집되어 다르게 나온 부분이 많았어요.
동향_ 조금이 아니라 많이 편집당한 거 같은데요? 책 자랑해달라고 했더니 비판이 더 많은 거 아니에요?
상민_ 아까 제가 한가한 책이라고 했던 부분은 분명 내용면에서 보면 청바지를 소재로 한 연관된 다른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어요. 청바지 자체에 대한 내용은 아니죠. 근데 책 제목만 보거나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만 봤을 땐, 어떤 청바지를 사고, 어떻게 입어야 잘 입는지에 대한 스타일에 관한 내용인 것 처럼 보여서 조금 아쉬웠다는 점이예요.
동향_ 한 파트씩 맡아서 진행한 듯한데, 자신이 맡은 분야에 불만은 없었나요?
현우_ 한사람씩 발표를 하다보면 개개인의 성향이 드러나나봐요. 박웅현 ECD께서 저희의 성격을 잘 파악하셔서 정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진웅_ 저는 프래그머티즘과 같은 철학적인 부분을 맡았는데, 아마 관련 철학책을 3~4권은 읽었을 거예요. 글쓰는 어려움 보다는 개념 이해가 더 어려워서 진행이 힘들었다. 챕터1의 역사부분의 경우, 리바이스의 내용에 대해 사실 관계의 검증여부와 저작권관련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동향_ 제일 어려운 부분을 맡으신 분이, 힘드셔서 나가신 거군요?
희선_ (아니에요.) 이직했어요. 글은 다 쓰고 나갔어요.
동향_ 사실 책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신입사원 교육치고는 혹독한 거 같은데요?
상민_ 다른 대기업처럼 신입사원 모아놓고 몇 달씩 연수를 받는 게 아니라 현업에 배치된 상태로 아침에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잠깐씩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거예요. 현업도 하고 교육도 받다보니 정확하게 ‘청바지’를 주제로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 3개월이고 주제를 잡고 책 나오기까지 7개월이 걸렸어요.
동향_ 작년에도 박웅현 ECD 총괄아래 책이 나왔던 거 같은데…
상민_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란 책이에요. 박 ECD님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즐기시는 것 같아요.(웃음)
동향_ 입사하고 달라진 점 없어요?
진웅_ 학교 다닐 때 공모전 많이 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마감시간이 있다는 거. 정해진 시간 안에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니깐 그 자체로 제 자신에게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동향_ 회사 생활은 어떤가요? 선배들은 잘 해주나요?
희선_ 저는 정말 신나게 다니고 있어요. 팀분들 모두 너무 잘 해주시고, 이런 표현 진부하긴 하지만 가족 같은 회사인 것 같아요.
동향_ 잘해주시는 팀장님 성함이?
희선_ 이선엽 수석님요.
모두_ 뭐야... 아부야.(웃음)
동향 _ TBWA코리아, 꿈꾸던 광고회사의 이미지에 가깝나요?
희선_ TBWA코리아가 아닌 다른 광고회사를 다녔으면, 그동안 꿈꿔왔던 광고회사의 이미지가 깨졌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우리 회사는…이렇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오~진짜?’라고 놀라서 되묻는 게 정말 많거든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광고회사의 이미지를 정말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싶어요.
진웅_ 팀 내에 AE도 있고 아트디렉터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개개인의 열정이나 재능이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뛰어나요. 한분 한분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도 정말 많고, 더욱 놀라운 건 같이 모이면 시너지가 엄청나다는 거죠. 예전에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런 걸 느끼지는 못했거든요.
현우_ 보통 사람들이 밥 먹을 때나 모여서 회사 흉을 많이 보잖아요. 근데 여기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대단해요. 부정적인 얘기보다는 항상 좋은 얘기만 해요.
주연_ 회사에 대해 느끼는 것은 개개인별로 다를 수 있다고 봐요. 저는 광고업 자체가 너무 좋아요. 일반 대기업이라면 큰 업무를 최대한 쪼갠뒤 세분화시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실제 자기가 어떤 부분의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여기 와서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어떤 부분의 일을 하고 있는지, 조금씩이라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혜진_ 사실 저는 BTL 파트에 있다가 AE로 옮겼어요.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브랜드 오너십이 생긴 거요. 제가 담배를 싫어했는데, 담당 광고가 담배여서 요즘 담배 피는 사람들 유심히 관찰하는 게 일과예요. 시각이 많이 바뀌었죠. 책임감도 생기고, 거짓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한쪽으로만 보던 걸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동향_ 마지막으로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을까요?
상민_ 박 ECD께서 하신 얘기 중에 이 책이 나온 목적을 생각해볼 수 있는 말이 있어요. 우리 회사는 OJT(직장 내 훈련 기록)를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게 보일 수 있다는 거요. 그래서 다른 회사의 인사팀이나 사장님께서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해요.
Q1 하는 일, 맡은 광고
Q2 즐겨입는 청바지
Q3 가장 비싸게 산 청바지의 가격(대)
Q4 청바지 예쁘게 입는 노하우
Q5 청바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
Q6 청바지가 등장하는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김현우
Capter4. 이념
A1_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팀, 수시로 바뀜.
A2_ Diesel을 즐겨 입으며 특히 Zathan모델을 좋아함.
A3_ 30만 원대.
A4_ 체형에 맡는 스타일 선택, 분위기에 맞는 워싱 선택, 상의와 신발(구두)와의 매치.
A5_ 모토로라 RAZR2 v9m, 얇아서 주머니에 넣고 빼기 좋음.
A6_ 젊은 남녀가 벽을 뚫고 질주하는 역동적인 이미지의 Levis engineered jean의 광고.
양희선
Capter7. JEANNE
A1_ AE, 박카스, 모닝케어, 블랙빈테라티 등.
A2_ 최근에는 스키니진. 스키니진 입고 부츠 신는 게 제일 따뜻함.
A3_ 30만 원대.
A4_ 요즘 소녀시대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패션! 하얀 티, 하얀 셔츠와 입는 청바지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함. Simple is the best! Less is more!
A5_ 청바지 때문에 태어난 우리 책?(ㅋㅋㅋ)
A6_ Motorola RAZR 핑크 광고, 여자가 낑낑거리면서 청바지를 입고, 핸드폰을 쉽게 스윽~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던 광고. 청바지에 대해서도 제품에 대해서도 인사이트가 굉장하다고 생각했음.
윤혜진
Capter3. 팍스아메리카나
A1_ AE,광고 9팀, 인피니티, 제스프리, KT&G-보헴&디스플러스.
A2_ 요즘은 즐겨 입는 청바지가 없다. 한참 Guess에서 구입한 뒤에 큐빅 박힌 청바지와 알마니 익스체인지에서 구입한 청바지를 잘 입었는데 너무 오래 되어서 요즘은 잘 입지 않는다.
A3_ 20만 원대.
A4_ 몸에 딱 맞게 입는다.
A5_ 하이힐.
A6_ 제임스딘과 리바이스 501광고. 제임스딘은 내 시대의 스타도 아닌데 참 멋스럽고, 그가 입은 501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이상민
Capter5. 보보스
A1_ 광고 1팀, SK에너지 기업PR
A2_ 리바이스. 최근에는 디젤 청바지가 좋은데 자금 압박이...
A3_ 20만원 후반
A4_ 청바지에 자킷
A5_ 청바지와 흰 티(소녀시대의 이름다운...)
A6_ 김민이 출연했던 칠성사이다 광고. 우리 책 중 청바지와 코르셋 부분과 너무 잘 통함.
조주연
Capter6. 다양화
A1_ AE, 광고본부, SC제일은행, CJ 엔터테인먼트
A2_ 로빈스 진이라는 엉덩이에 날개가 수놓아진 청바지 브랜드.
A3_ 40만 원대.
A4_ 스판덱스 함량이 없거나 거의 적은 진으로, 살 때는 들어갈 듯 말 듯 한 정도로 타이트한 청바지를 살 것.
A5_ 당연히 하이힐이나 하이힐 부츠
A6_ Pin-up 모델의 컨셉으로 아주 섹시하게 촬영한 Guess 청바지 화보
허진웅
Capter2. 실용
A1_ 카피라이터, 제작 3팀, 생각대로T, 아디다스, 인피니티
A2_ 리바이스, 캘빈, 트루릴리젼,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 없음
A3_ 30만 원대
A4_ 옷을 잘 못 입는데… 신발을 잘 신어야 되지 않을까?
A5_ 영혼을 팔아서 산 오토바이
A6_ 김호철 국장님이 만드신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리바이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