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거나, 매혹당하거나 - 향수이야기 Ⅰ
제일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0.04.28 05:39 조회 15418
 
최병두 프로 I 영국법인
 

향수의 기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향수(Perfume)는 라틴어‘per fumum’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 의미는‘연기를 통해서(Through Smoke)’라고 한다.

향수의 기원은 로마나 페르시아 시대 이전인 메소포타미아나 고래 이집트까지그 유래가 올라가는데, 역사적으로 세계 최초의 향수를 제조한 사람은‘Tapputi’란 이름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여성(설형문자로 남아있는 기록에 의하면)으로 그녀는 꽃?창포?기름 그리고 몇 가지 향기나는 물질을 섞은 후 일곱 번 증류해 향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고고학자들은 사이프러스(Cyprus), 파이고스(Pyrgos) 지역에서 60종이넘는 향수 재료와 그릇 등을 발굴했는데 그 기원이 4000년 이전까지 올라가 향수의 역사가 인류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향’의 마술사, 클레오파트라

역사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서구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향수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 중에 하나가 클레오파트라(Cleopartra VII Philopator)일 것이다.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학계에서는 여러 역사적 물증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용모와 자태는 인류에게 많이 알려진 바와 달리 그리 뛰어나지 않았고 오히려보통 미만이었다는 발표를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집트를 정복하러 온 로마 제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저(Caesor)와 안토니우스(Antony)를 차례로 사랑에 빠지게 만든 그녀만의 강점은 수개 국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는 설득력 있는 언변과 교양, 그리고 귀족적인행동이었을 것이라는 관점에는 아직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녀는 상대방의 심리적 저항을 무너뜨릴 만큼 향기를 잘 다루었다고 하는데,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줄리어스 시저>를 보면 당시 클레오파트라의 나이는 38세였다.

향을 통한 유혹은 안토니우스를 맞이 하는 밀실에서 절정을 이룬다. 무릎이푹 빠질 만큼 장미꽃을 쌓아두고, 벽에는 장미로 가득한 망사 주머니를 매달아 두었다.

온몸에선 숨막힐 듯 강렬한 장미향이 쏟아져 나왔다. 발가락 사이 사이에는 아몬드?벌꿀?계피?오렌지 꽃으로 만든 크림을 발라 클레오파트라가 엎드려 두발을 휘저을 때면 침실은 온통 달콤한 향기가 안개처럼 피어 올랐고, 시저와 안토니우스 세기의 두 영웅은 자기도 모르게 입에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고 한다.

인간의 여섯 가지의 감각, 즉 시각?후각?미각?청각?촉각 그리고 육감 중에 후각을 통한 경험이 가장 강력하게 각인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이를 감안할 때 적어도 클레오파트라는 화학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학과 행동학적으로 향수(Perfume) 또는 향(Aroma)을 제대로다룰 줄 알았던 뛰어난 마케팅 전문가(Marketing Guru)임에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향수에 대한 모든 것

그럼 향수의 본고장인 유럽에 향수가 도입된 것은 언제쯤일까? 향수에 대한 지식이 유럽에 소개된 것은 이슬람문명의 확장시기였던 14세기로 최초의 근대식향수(오일에 알코올을 섞은)를 도입한 것은 프랑스(흔히 향수의 본고장이라고 말하는)가 아니라 헝가리였다.
 
이후 향수에 대한 다양한 기법(Art)이 16세기 이탈리아로 확산되었고, 이어 프랑스가 유럽 향수의 본고장으로 대두되었다.

 

당시 향수는 오늘날과 같은 특별한 날, 특별한 모임을 위한 부가적인 화장의 일환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없었던 부유층이 몸 냄새를 가리기 위한 방향제로 쓰였다고 한다.

18세기 이후 프랑스는 방향물질을 추출할 수 있는 식물들을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향수 디자인 및 거래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대의 향수는 용해제 속에 집어넣는 방향물질의 조합(Compound)과 농도에 따라서 종류가 결정되는데, 용해제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에탄올 또는 에탄올과 물의 조합이다.

향수를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브랜드명과 상관없이 향수병 에‘오드뚜왈렛(Edu de Toilette)’이나‘오드콜로뉴(Edu de Cologne)’라는 표기를 보고“이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하고 궁금해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표식 은 다름아니라 용해시킨 방향물질의 조합 정도(비율)를 나타내는 것으로 구분하 자면 아래와 같다. 향수를 만드는 소스는 무척 다양한데 꽃,과일,나뭇잎,씨앗 등과 같은 식물성 재료를 포함해 사슴(Musk), 사향 고양이, 꿀벌 등과 같은 동물성 역시 전통적인 향수 재료인 반면, 현대로 갈수록 각종 방향재료(Aroma)를 합성해서 만드는 합성향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는 수천, 수만 종의 향수가 미용뿐 아니라 향기를 이용한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향수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명명하기 위해 향수 업계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향기의 바퀴(TheFragrance Wheel)이다.
 

이 향기의 바퀴는 마이클 에드워드(Michael Edwards) 란 컨설턴트가 1983년 개발한 체계로, 플로랄(Floral), 오리엔탈(Oriental),우디(Woody),푸제르(Fougere),프레쉬(Fresh) 등 다섯 가지 기준(나중에 푸제르가 빠진 네 가지로 다시 정립됨)으로 향기를 구분하고 그 아래 다시 부가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다.

영국인이 사랑하는 향수

영국은 소비 대국답게 향수시장도 매우 커서 2007년 통계를 보면 여자 향수시장이 6억 38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2760억 원, 연간 성장률 5%, 전체시장의 64%) 수준이고 남자 향수 시장은 3억 6000만 파운드(한화 약 7200억 원, 연간성장률 4%, 전체시장의 36% 비중) 수준으로 이 둘을 합하면 9억 98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9960억 원)의 만만치 않게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성용 향수시장의 62%는 상위 5개가 독점하고 있는데,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해서 매년 약 200종의 신 상품이 출시되었다가 2년 후에는 그 중 5%가 그리고 3년 후에는 3%만이 시장에 살아남아 있다고 한다.

반면 남자는 링스(Lynx) 브랜드가 시장의 굳건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링스는‘섹시 코드(Code)’를 매우 유머스럽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링스의 브랜드 마케팅전략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영국 향수시장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트렌드(2008년 <Marketing Trend>의 시장조사에 따르면)는 앞서 언급한 향기의 바퀴를 기준으로 할 때 전통적으로 여성은 꽃 향기가 남성은 나무 향기가 강세였지만, 최근에는 여성시장에서 나무 향기를 주제로 한 제품들이 점점 더 많이 소개되고 있고(에스티 로더의‘Sensuous’) 반대로 남성시장에는 꽃 향기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향수에 있어서도 정통적인 남녀구분의 코드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럼영국에서 향수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계절은? 그 정답은 크리스마스로, 향수가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영국인들의 가치관이 한몫하고 있지만 더불어 이 때 대목을 노린 향수업체들이 가장 많은 가격할인을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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