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신다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2.10.19 05:21 조회 921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신다


글  권진호 카피라이터 | 이노션

  광고회사라곤 제일기획 밖에 모르시던 우리 엄마는, 작은 아들의 이직으로 이노션이라는 회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다. 이것 저것 뉴스를 검색하시던 엄마는 며칠 후, 아들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 라며 기분 좋게 이노션 주식을 몇 주 매수하셨다. 그리고 결과는…

“엄마 미안해요.”

  엄마는 아들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환갑을 훌쩍 넘긴 엄마에게 광고 제작이란 아마 촬영 현장에서 액션을 외치며 이 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는 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의 모습인 듯 하다.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는 판사,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의사,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처럼, 선명하고 단순한 직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입에도 잘 붙지 않는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라니…

“엄마 이것도 미안해요.”

  광고라는 직업은 주변인들에게 떨어질 콩고물이 별로 없다. 의사라면 아플 때 질문하거나, 법조인이라면 법적인 문제를 상담하겠지만, 일반인이 TV 광고 단가나 레퍼런스 서칭 스킬을 궁금해할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프로페셔널함에 대한 강박이 있는 아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인을 받아준다든가, 사진을 찍어 준 적도 없다. 혹시라도 김호중님의 사인이라도 받게 되는 날이 오면 엄마에게 하나 가져다 드리고 싶긴 한데, 아마도 내가 은퇴하기 전 까지 김호중 님과 촬영할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엄마 정말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오늘, 또 한번의 불효를 저질렀다. 편집실 가는 길 걸려온 엄마의 전화, 언제나 그렇듯 “퇴근했어?” “저녁 먹었어?” 라고 물어보는 엄마에게 아들은 언제나 그렇듯 “응 퇴근했어. 밥도 먹었 지”라고 거짓말 했다. 경쟁 PT 수주 보다 거짓말을 더 자주하는, 불효자 카피라이터 아들은 오늘도 웁니다.

  이쯤 읽다 보면 이 글이 광고인의 자부심에 대한 글인지 자괴감에 대한 글인지 헷갈린다. 편집 담당자님의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 눈에 선하다. 어쩌면 지금쯤 다른 기고자를 찾기 위해 급하게 전화를 돌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OT를 받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레퍼런스를 찾고, 카피를 다듬고, 새벽녘 편집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을 반복하 게 만드는 힘은 뭘까?

나는 단연코 ‘새로움’이라 말하고 싶다. 

  광고는 새로움으로 가득 찬 ‘뉴스데스크’다. 숫자와 팩트를 전달 하는 그런 뉴스 말고, 2022년 오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 음 안에 숨겨진 ‘인사이트의 뉴스’ 말이다. 요즘 가장 회자되는 유행어부터 떠오르는 모델,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생각까지. 그 뉴스를 위해 매일매일, TV에서 인터넷에 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싱싱하고 새로운 생각’을 탁탁탁 머리 치 고, 꼬리 치고, 매끈하게 손질해 회의실 좌판에 올리는 일이 나는 아직도 늘 새롭고 짜릿하다.

  내 동년배 친구들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질어질 멀미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듯 사시사철 현란하게 변하는 세상은 뭐든지 싫증 잘 내는 INTP 카피라이터에겐 세상 가장 즐거운 놀이터다. 세상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부터 갓 나온 아이돌의 싱글 앨범, 수소 자동차, NFT 열풍까지 배우고 느끼고 곱씹 을 수 있는 건, 광고인들만이 가진 의무이자 특권이다. 그러니, 나처럼 새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망치고 밀어내고 모른 체 해도 소용 없다. 이 자리가 바로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다.

  앞서 엄마에겐 여러 번 미안하다 말했지만, 엄마의 행복은 결국 자식의 행복 아니던가. 그래서 광고를 하는 지금 사실 엄마에게 그리 미안하지 만은 않다.

“엄마, 나는 엄마가 걱정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카피라이터 ·  #광고대행사 ·  #새로움 ·  #광고인 ·  #웃픈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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