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요조’의 청춘 에세이: 통(痛)의 7일
HS Ad 기사입력 2022.04.14 01:42 조회 1584
 

소위 ‘확진자’가 되어 일주일간 격리생활을 마치고 나서 돌아보니 7일이라는 시간의 길이가 되게 애매하게 여겨졌다. 긴 시간이었다고 말하기엔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 같고 짧다고 하기엔 주관적으로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실 때 딱 7일이 걸렸다고 하니 7일이라는 시간은 뭔가가 창조되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정리하는 게 좋겠다. 아닌 게 아니라 나에게서도 그동안 뭔가가 창조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신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만물이 주문하신 음료 나오듯이 재미없게 생겨나진 않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제 본질에 어울릴만한 다이나믹들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지난 7일간 아주 아주 많이 잤다. 그동안 폭발적으로 꿈을 꾸었는데 그 꿈들의 서사는 완전히 뒤죽박죽 엉망진창이어서 웬만해서 꿈을 잘 기억하는 나조차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것이 말하자면 내 안에서 뭔가 창조되면서 겪어야 했던 지각변동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7일동안 무엇이 창조되었나. 길게 말할 것도 없다. 통증들이다.
 
바야흐로 첫째날은 가장 신선한 통증과 함께 시작된다. 비인두 도말 체취 시 면봉이 코 안 깊숙이 들어오며 느끼는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두통, 생리통, 복통처럼 비인두통 이라고 해야 하려나. 신속 항원 검사를 받으면서 나는 팔을 버둥거렸다. 코로 들어간 면봉이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면봉이 입으로 나오거나, 뇌의 일부를 건드리거나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들 때쯤 검사가 끝났다. 검사를 마치고 뒤돌아 나오며 콧등을 감싸 쥐었다. 그러나 정말로 아픈 곳은 그곳이 아니었다. 앞서 나는 두 번의 PCR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랬다. 그러니까 일단 손으로 콧등을 감싸 쥐고는 있는데 통증은 비강과 인후를 너머 어딘가에서, 솔직히 말해 나도 어딘지 정확히 모르겠는 곳에서 느껴졌다. 존재하지만 찾을 수 없는 그곳. 혹시 거기가 바로 ‘빈정’이라는 곳일까? 한 번은 애인과 같이 검사를 받던 날 그에게 이렇게 물었더랬다. 혹시 너도 나처럼 빈정 상하는 기분으로 아프니…? 실제로 마포의 한 선별 진료소에서는 pcr 검사를 받던 사람들이 ‘뇌에 구멍 나면 책임질 거냐’며 간호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이 있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일주일치의 약을 조제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료확인서를 사진찍어 매니저에게 전송했다. 당장 그 주에 잡혀있는 공연 하나를 뒤로 미루어야 했다. 나 때문에 다른 공연진과 스태프들, 티켓을 예약한 관객들의 일상에 차질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죄송하고 절망스러웠다. 이틀째 되는 날 김홍란이라는 친구에게 ‘뭐하니 확진자야’라고 카톡이 왔다. 그는 코로나에 걸릴까 봐 매일 자가 키트로 테스트를 하고 딱 밤 10시가 되면 전기장판을 켜고 잠에 드는 애였다. 자기 전에는 꼭 쌍화탕도 먹는다고 했다. 김홍란은 자기 자신의 코로나에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엄격하면서 타인의 코로나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브이로그를 찍어보라는 둥, 매일 격리 일기를 써보라는 둥 혼자 신나서 아이템 회의를 열었다가 누적 확진자 천만명 시대에 확진자 브이로그는 너무 흔한 아이템이라면서 혼자 회의를 정리했다. 격리 일기라니… 통증 창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뭘 기록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나에게서는 다음의 통증들이 창조되었다. 인후통, 연하통, 두통, 고열, 오한, 근육통, 기침, 생리통. 가장 맹렬하게 창조된 통증은 두통과 고열, 근육통이었으며 내 통증의 세계에 후각과 미각의 마비로 인한 통증은 창조되지 않았다. 
 
잠이 쏟아졌다. 계속 아프고 졸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뭘 먹어야 했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화장실에 가야 했고, 씻어야 했고, 약을 챙겨 먹어야 했고, 집에 같이 사는 두 고양이의 밥그릇을 채우고, 그들의 화장실을 치워야 했다. 오한이 드는데도 환기를 하고 청소기를 돌려야 했다. 가까스로 해야 하는 일을 마치면 서둘러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이 들었다.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 덕분에 내 수면패턴이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나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잤으며 그중 깊은 수면은 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4일째 정도 되었을 때, 활자를 읽을 여력이 되었다. 갑자기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다시 읽고 싶었다. 동기는 단순했다. 나는 아팠고, 그래서 아픈 사람이 쓴 기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다 어떤 문장 앞에서 멈추었다.
 
환자의 삶을 산다는 것 -
그건 세상과 인생을 너무 열심히 구경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 앞에서 그즈음 내가 느끼고 있는 새로운 통증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심통’이었다. 나는 남은 격리기간 내내 극심한 심통 속에 머물렀다. 외출하지 못하는 집 안에서 세상을 지나치게 구경하면서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과, 한시도 쉬지 않고 나를 맴돌며 귀찮게, 더럽게 하는 고양이들과, 그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나의 체력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 상황을 아이처럼 증오했다. 코로나를 앓고 나면 예전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는 가장 먼저 내 목소리가 걱정되어 괜히 노래를 불러봤다가, 겁먹은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탁한 목소리에 눈물도 나오지 않는 슬픔을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격리 해제가 되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통증창조가 끝난 여운이 아직도 잔잔히 내 몸에 머물고 있다. 목소리는 여전히 비구름이 낮게 낀 날씨 같고, 금방 피곤해져 자고 싶다는 생각이 한낮부터 불쑥불쑥 든다. 그동안 동네를 조금씩 조금씩 걷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다시 달려보았다. 특별히 ‘브레히트 식’으로 달렸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시에서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길을 걷는다. 왜냐하면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달리다가 무릎이 부서져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한 발 한 발 바느질을 하듯이 길바닥에 놓인 작은 돌멩이까지도 두려워하며 달렸다.
 
누군가는 아픈 둥 마는 둥 하면서, 누군가는 생사의 기로에 접근하면서 7일을 보내고 있다. 그 누구도 ‘보시기에 좋았더라’로 마무리할 수 없는 일주일이지만, 나의 경우 얼결에 ‘보시기에 웃겼더라’ 정도로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를 피해보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던 김홍란이 현재 집에 갇힌 채 통증 창조 중이기 때문이다. ‘너랑 카톡 하면서 옮았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이번에는 내 쪽에서 카톡을 보낼 차례다. 뭐하니, 확진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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