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세계가 열리다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20.08.13 12:00 조회 3612
  
이른바 ‘부캐’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로 분화돼 각각에 걸맞은 활동을 하는 부캐의 세계. 무슨 이유로 이러한 개인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또한 이런 풍경은 우리 사회의 어떤 욕망을 담고 있는 걸까?




MBC <놀면 뭐하니?>는 국민 MC 유재석이 출연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드럼 연주로 얻은 캐릭터 ‘유고스타’를 계기로 이후 그는 트로트 신인 가수에 도전해 ‘유산슬’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분식점을 열고 라면을 끓여주면서 ‘라섹’이라는 캐릭터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하프 연주를 배워 ‘유르페우스’라는 캐릭터를 얻었고, 최근에는 여름 댄스 시장을 겨냥한 혼성 그룹을 결성하면서 ‘유두래곤’이란 캐릭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유재석 한 사람이 이토록 캐릭터를 많이 갖게 되자, 그간 보여 줬던 국민 MC로서의 유재석을 ‘본캐’, 확장된 캐릭터들을 ‘부캐’로 부르기 시작했다. 유재석으로부터 말미암은 부캐의 세계는 곧바로 국내 연예계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싹쓰리’ 멤버로 참여한 이효리는 ‘린다G’라는 부캐를 만들어 제주도로 내려가 무소유의 삶을 추구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개그맨 추대엽은 노래를 카피한다는 의미의 ‘카피추’라는 부캐로 인기를 끌고 있고, 개그우먼 김신영은 둘째 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 트로트 곡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 MBC
  
▲ 유재석의 부캐 ‘유두래곤’, 이효리의 부캐 ‘린다G’, 비의 부캐 ‘비룡’으로 구성된 그룹 싹쓰리.

  
그런데 왜 하필 부캐의 무한 확장일까. 여기에는 달라진 한국 사회의 변화들이 투영돼 있다. 그 첫 번째는 ‘개인의 확장’이다. 1970년대 개발 시대에 압축 성장을 일궈낸 힘은 개인보다는 가족을, 나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먼저 추구했던 가치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가족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사고방식은 1990년대 IMF를 겪고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개인주의로 변화했다. 한번 직원으로 들어가면 평생을 책임져 주던 이른바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제 한국인들에게 중요해진 건 바로 나 자신이 됐다.
성장주의 신화가 깨지면서 막연한 미래의 성공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현재의 확실한 행복이었다. 이 합리적 개인들은 일이 중심이던 집단주의적 세계에서 빠져나와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했다. 이른바 ‘워라밸’이 직장인들의 새로운 가치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일(Work)의 영역이 전부였던 과거에는 본캐만 존재했지만, 일 바깥(Life)의 영역도 중요해진 현재에는 그 다양한 세계를 탐험할 부캐들이 필요하게 됐다.
 

 

여기서 놀라운 건 때론 부캐가 본캐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 가지 영역만이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이들은 의외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걸 부캐 활동을 통해 알아차리고, 어떤 기회를 만나면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도 한다. 유튜브 같은 디지털 공간은 이러한 부캐 활동을 폭발적으로 여는 역할을 했다. 항상 직장 개념 안에서만 살아왔던 이들이 1인 크리에이터라는 일종의 부캐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유튜브는 완벽하진 않아도 저마다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해 줬다. 이처럼 부캐에는 합리적 개인주의를 추구하고 일만큼 일 바깥의 세계가 중요해진 한국사회의 변화가 투영돼 있다.
 

 
부캐는 또한 한국인들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했다는 걸 보여 주기도 한다. 즉 한 사람이 한 가지의 일관된 모습이어야 한다고 강요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한다는 걸 인정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뜻이다. 2020년 트렌드 키워드로 등장한 ‘멀티 페르소나’는 바로 이런 한국인들의 새로운 관점을 잘 보여 준다. 멀티 페르소나란 ‘가면을 바꿔 쓰듯이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층적 자아’를 의미한다.
 
한 가지의 일관된 정체성을 자아로 요구하던 과거에 이런 다층적 자아는 ‘정신적인 장애’처럼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가면은 가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숨겨진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상황에 따라 바꿔 쓸 수 있는 다양한 가면을 갖고 있다는 건 그 사람이 가진 확장 가능성을 의미하게 됐다.
 
 

물론 부캐 이전에도 ‘멀티 플레이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어가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일의 영역’이 강조된 것이라면, 부캐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취향과 취미의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멀티 플레이어의 시대에 다른 영역의 일을 넘보는 사람들은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취미나 취향 같은 다소 놀이의 영역에 해당하는 부캐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준비돼 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부캐의 세계에 푹 빠져든 건 그간 집단에 의해 억압됐던 개인들이 자신의 또 다른 면모들을 드러내고픈 욕망 때문이다. 그들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등장해 이것도 또 다른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지금껏 본캐의 틀에 갇혀 있던 다양한 가능성들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 부캐의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방송인이다. 대중문화를 통해 시대성을 모색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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