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3]The Fast and The Furious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6.01.11 01:55 조회 3631
빠르고 맹렬한 광고가 온다 
2016년 대한민국 광고 시장은 어떤 흐름으로 움직일까? 경제적, 사회 심리적 배경을 토대로 향후 광고 산업의 트렌드를 도출해 본다.
 
혼란의 대한민국 혁신을 요구하다

2015년 우리는 메르스 충격, 유가 급락, 정치적 갈등을 포함한 국내외 변수들의 영향으로 광고 시장을 비롯해 경제 전반이 침체를 경험했다. 경제 관련 연구기관들이 2015년 경제성장률을 2.5% 미만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고 있으며, 2016년 전망도 험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연구기관들은 중국발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2016년 한국 경제에 핵심 변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제조업이 직면하고 있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융합도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샤오미(Xiaomi)를 포함한 제조업 후발주자들의 선전과 구글을 포함한 IT 사업자의 제조업 융합은 국내 기업들에게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환경 변수들의 강력한 영향 관계들 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서는 미래 대비적 긴축 소비와 현실 중심의 사치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모순적인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폭스바겐 사태를 비롯해 최근 국내외적으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은 대형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 개개인의 자기 보호 심리를 강화시켰다. 또한 장기 불황 시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청년 실업은 ‘헬조선’과 ‘흙수저’ 등 청년층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파생어들까지 탄생시켰다. 청년층이 주도적 소비 주체로 성장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적인 문제는 향후 지속적인 사회 갈등 요인이자 소비 위축 요인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장년층이 이끄는 소비 구조는 국가 단위 산업의 신선도와 역동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경제적, 사회 심리적 배경에서 필자는 아래 세 가지 광고 산업의 흐름을 도출해 봤다. 


1.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저 계급론’은 2015년의 사회상을 나타내는 키워드 중 하나다. ⓒshutterstock.com
2. 명품 의류를 구매하지는 못해도 럭셔리 향수를 구매하는 등의 ‘작은 사치 현상’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shutterstock.com
 
합리적 소비, 그리고 합리적 사치
지속되는 불황은 가계의 긴축 소비를 생활화시켰고, 합리적 소비생활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전파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보 중심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위 ‘스마트 소비자’ 소구 광고들이 늘어나는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얇은 지갑을 이유로 소비를 줄일 때 오는 긴장감과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서 합리적 사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례로 명품 의류를 구매하지 못해도 럭셔리 향수를 구매하는 등의 ‘작은 사치 현상’, 집은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고가의 가전제품과 차량을 구매하는 ‘자기 과시형 소비’, 저축을 통해 고가의 하이킹 여행에 참여하고 무인도와 같은 독특한 여행지를 찾는 ‘경험형 소비’는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증가하는 독신 인구는 타인을 위한 구매가 아닌 자신을 위한 구매를 늘려가고 있으며, 이들을 충성 고객화하려는 마케팅 노력도 늘어날 것이다.

불신의 시대, 신뢰 커뮤니케이션
올해 9월 폭로된 독일 수입차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단순히 ‘Made in Germany’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것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글로벌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전면적 리콜을 요청했고, 아직도 해당 기업은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노한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안티 브랜드 메시지들은 지금도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고 있으며, 이 자동차의 오랜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됐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는 같은 달 광주 서구에 위치한 또 다른 유명 수입차 대리점 앞 도로에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에 분개한 소비자가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시키는 충격적인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리점 측의 미온적인 소비자 대응이 부른 촌극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대형 브랜드에 대한 불신은 역으로 광고 산업에서 2016년 소비자 대응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단편적 판촉 소구보다는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주도형 혁신, 광고계에 긍정적 영향을
경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정부는 규제 완화, 창조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 창출 등 혁신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면서 불황을 타개하려고 동서분주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규제 완화(2014.9)를 기점으로 정부는 지난달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카카오와 KT를 선정한 바 있다. 이런 규제 완화를 통해 온라인 은행 시장 및 온라인 상거래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특히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 서비스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 옥외광고에 디지털 광고물에 대한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는 등 광고 산업에 관련된 규제 완화는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이 융합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의 성공은 연관 산업인 광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정부와 민간 사업자들의 다양한 시도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고대한다.
 

1. 최근 출간이 늘고 있는 개인 단위의 여행 도서들. ⓒ장상길
2. 광고 매체 담당자들의 프로그래매틱 바잉에 대한 태도 조사. ⓒeMarketer(2015년 2월)
3. 페이팔(Paypal)은 자사 서비스에 비콘 등 신기술을 활용,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gigaom.com
4. 메신저 서비스인 ‘Snap Chat’이 출시한 현금 송금 서비스인 ‘Snap Cash’ 광고. ⓒsnapchat.com
 

속도의 미디어, 빠른 호흡과 맹렬한 커뮤니케이션 
 
디지털이 광고 산업의 핵심에 자리한 것은 이제 새롭지 않은 현상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디지털 광고 수익은 세계적으로 1630억 달러(전체 광고 수익의 30% 차지) 규모에 이르며, 2019년에는 TV 광고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광고의 핵심은 단연 모바일이다. ‘내 손 안의 큰 세상’이라는 삼성전자의 오래된 슬로건처럼 모바일은 미디어의 폭풍이 되고 있으며 광고뿐 아니라 모든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 흐름은 2016년에도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빠른 디지털이 자동화를 부른다
한때 미디어 기획(Media Planning)과 구매(Buying)는 광고업 중에서도 가장 전문가적 능력이 돋보이던 영역이었다. 디지털화는 미디어 기획·구매 과정을 자동화시키고 있는데, 소위 광고업의 뜨거운 감자인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이 바로 그것이다. 광고의 사전 구매가 아니라 목표에 맞춰 매체비를 지출하며, 실시간 입찰(Real Time Bidding, RTB)을 통해 타깃에게 메시지를 노출하고 집행 자료를 분석 보고서까지 만들어주는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현재 모바일 채널이 중심이지만, TV를 포함한 대중매체에도 도입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2월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광고 매체 담당자들은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TV 적용에 대해 매우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6년 소비자에 대한 빠른 대응과 광고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는 속도를 더할 것이다.

조급한 소비자를 위한 맹렬한 커뮤니케이션
소비자가 조급해진 것에 가장 큰 동인이 된 것은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전면적인 보급에 기인한다. 제품 및 서비스 구매에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고, 구매 혼선을 최소하려는, 또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은 더 늘어가고 있다. 신조어인 ‘모루밍(Mobile + Showrooming)’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다가 즉석에서 모바일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데, 빠르고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제품의 성능에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하는 소비자 심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영리하지만 조급해진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온·오프 연계형 크로스 채널(Cross Channel)의 경쟁은 온라인 중심 IT 사업자들의 오프라인 사업 진출을 통해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광고인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길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지나고 우리는 한층 더 예민해진 소비자와 예측불허의 매체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유일한 재산이던 광고 산업에서 언젠가부터 자동화 프로그램과 예측 모델이 주인공이 되고, 광고인은 주변부로 내몰리고 있다는 씁쓸한 기분을 피할 수 없다. 산업 전반의 총체적 자동화라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스마트함으로 중무장한 기계의 승리를 목도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때때로 디지털 기술이 여전히 스마트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광고 산업에서 기계가 압승하기 힘든 것은 광고의 대상이 여전히 예측불허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광고인에게 소비자는 늘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워서 다행이다.
 
안도하기 이전에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과연 우리 광고인이 광고업의 주인으로서 제 기능을 했는가? 필자는 광고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Mirror)의 기능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역할(Mover)을 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공익 캠페인을 전개해서 사회 변화에 기여한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견인차이자 전략 업종으로서 세상을 바른 길로 운항하는 데 조타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분주하게 변하는 사회 현상에 휘둘리면서 혹은 단기성과에 급급한 클라이언트의 요청만을 따라 이런 저런 파도에 흔들리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 것이 아닌지 뒤돌아보자. 우리는 진정 광고업의 주인인가? 새해에는 우리 모두 넓은 마음으로 사회의 큰 그림을 그리는 광고인이 되길 고대한다.

글 유승철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communication@ewha.ac.kr
불황 ·  신뢰 커뮤티케이션 ·  경험형 소비 ·  미디어 ·  소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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