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 영화의 정사와 기록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극영화 가운데 우수한 시나리오를 선정하여 1983년부터 매년 ≪한국 시나리오 선집≫을 발간하고 있다. 2003년 한국시나리오 선집에는 총 10편의 시나리오가 선정되어, <선택>,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와일드 카드>, <싱글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4인용 식탁>,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 보이>, <실미도>가 수록되었다. ≪한국시나리오선집≫은 2003년 한국 영화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동시대에 가장 뛰어난 작품성과 시나리오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편찬위원(가나다 순)
노효정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유동훈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시나리오 작가
이상용 영화평론가
이정국 영화감독
주유신 영화평론가
책의 특징
독특한 장르 영화에 관한 매혹과 애정을 다루는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써야 한다면 <지구를 지켜라!>는 아주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처럼, 아주 뒤늦게 도착하기는 했지만 SF의 망토를 두르고, 공포의 안테나를 세우고 은근슬쩍 미소 짓는 종합선물세트는 반가운 선물이다. 흔히 하이브리드라고 일컬어지는, 혼성 혹은 혼합 장르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가 종종 시도한 것이지만 언제나 미완의 기획이었다. <지구를 지켜라!>는 이러한 혼성 장르의 진한 배합을 느낄 수 있다. 장준환 감독이 밝힌 대로 병구의 캐릭터에서는 <미저리>의 여주인공 캐시 베이츠를, 병구의 집안을 묘사하는 장면은 <양들의 침묵>을, 병구의 연인 순이는 <길>의 젤소미나를 인용했다. 지구의 역사를 읊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훔쳐냈다. 이처럼 다양한 패러디 위에 한국 사회의 현실과 상상력을 뒤섞고 비튼 것이 <지구를 지켜라!>의 정체다.
양봉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병구(신하균)는 안드로메다의 외계인이 지구를 위협할 거라고 믿는 이상한 청년이다. 그는 안드로메다의 왕자와 연락할 수 있는 유제화학의 강만식(백윤식) 사장을 납치해 고문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병구는 한때 강만식 사장의 공장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다.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어머니는 이름 모를 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상태다. 납치된 강만식 사장을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 추 형사는 병구의 수상한 행적을 알아챈다.
스릴러와 SF 등 다양한 장르적 배합 이외에도 <지구를 지켜라!>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황당한(하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미친 병구와 외계인 강만식이라는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충돌시킨다. 병구가 미친 원인은 그의 과거를 통해 설명된다. 광부인 아버지는 사고로 몸을 다친 후 사고로 죽게 되고, 어머니는 화학 공장에서 일을 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직업병에 걸린다. 병구의 옛 애인은 노동 쟁의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 병구의 과거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장준환 감독이 386세대의 영향력을 입은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반생이라는 것이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더불어 이 세대가 진정으로 이룩한 것은 만화적 상상력이라고 불릴 만한 황당무계함이다. (중략)
_<작품 해설>중에서
목차
2003년 한국시나리오선집 심사 총평
본문
작품해설
제작_(주)싸이더스
감독_장준환
제작년도_2003년
나오는 사람들_병구, 순이, 강 사장, 추 형사, 김 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