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란 것이 잠시 왔다 무정하게 떠나 버린다. 절정일 때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착각들을 갖게 할 뿐더러 절정일 때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미처 깨우치기도 쉽지 않다. 마치 짧디 짧은 봄날의 꽃처럼 살며시 왔다가 가버리는 것이 젊음이다.
세월이 흐르고 중년에 다가설 즈음이 되면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나의 시절이 가버렸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그런 변화 가운데 급격한 것 중 하나가 모발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설령 눈에 뜨이게 머리가 빠지는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흰머리가 늘어나게 되면 염색을 해야 되고, 젊은 날에 비해 머리칼의 힘이 빠지고 숱이 엷어지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설령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이모’ 광고를 보면 단순히 모발 제품의 광고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한 번쯤은 잠시 광고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상념에 잠기게 된다. 그냥 웃어넘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심각해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광고에 잠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이모 광고에서 작은 액자 속의 나폴레옹은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누구든 이 멋진 명언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몇 번씩 반복해서 읽어보지 않겠는가?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은 탤런트 이덕화 씨의 근사한 사진과 시선을 끄는 광고 문구 “내 비장의 무기는 머리에 있다. 그것은 하이모다”이다. 희망과 비장의 무기와 같은 단어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지만 특히 중년의 남자들에게 그 반응은 대단했다. 게다가 머리숱이 적은 대표적인 인물로 이덕화 씨의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 여러 차례 공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도 하이모를 이용하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하이모 광고의 포인트는 고객들에게 광고카피를 통해서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철학자 칼 라이문트 포퍼의 명언을 광고 문구에 인용해 더 강한 효과를 주고 있다. 나폴레옹에 비해서 라이문트 씨의 지명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젊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라이문트 씨의 명언에 “아니다. 월 72000원이면 젊음을 살 수 있다”는 단호하고 기발한 대답에 웃음을 띄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좀 더 코믹한 광고는 세익스피어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에 맞장구를 치는 “쓰느냐 마느냐 더 이상 고민하지 말라” 라는 말이다. 중, 고교 정도를 졸업한 사람치고 세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절묘하게 광고 카피를 접목시킨 경우에 해당한다.
광고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같은 광고라도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박장대소를 하도록 만들거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면 오랫동안 그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이모 광고의 인물 선정은 탁월함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반응은“이건 작품이야, 작품”이다. 멋진 지적 노고의 결과물을 보면서 누가 저렇게 기발한 광고카피를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