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준 플래너(Comm.Planning 10팀)
해킹(hacking)은 전자 회로나 컴퓨터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웹사이트 등 각종 정보 체계가 ‘본래의 설계자나 관리자, 운영자가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체계 내에서 주어진 권한 이상으로 정보를 열람, 복제, 변경 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이르는 말이다.(from wikipedia)
브랜드 해킹이란 개념은 지난 3월에 열린 Ad:Tech 2011 오프닝 세션에서 Renny Gleason(와이든앤 케네디(W+K)의 글로벌 인터렉티브 전략 디렉터)의 발표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Renny Gleason 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NIKE Chalkbot’, ‘NOKIA The World's Biggest Signpost’, MINI mini car 캠페인 등에 참여했습니다. 이 캠페인들의 특징은 제품의 기저까지 들어가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터들이 마치 해커가 된 것처럼 브랜드를 해킹한 후 다시 재조합 해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만들어 크리에이티브로 승화한 것이지요.
마켓 3.0에 들어선 지금,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당당한 주체로서 끊임없는 개선을 요구하고 또 이를 위해 해킹마저 할 정도의 적극적인 존재들입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브랜드 해킹이 생겨난 것입니다. 익히 알고 있던 것에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죠. 그럼, 브랜드 해킹에서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POD NANO Watch
(이미지 출처: TUAW http://aol.it/iy779p)
아이팟 나노를 해킹해 손목시계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팟 나노는 디자인 때문에 손목시계 형태의 케이스가 종종 등장했지만 위 사례는 해킹을 통해 완벽하게 손목시계가 되었습니다. 아이팟 나노의 운영체제가 iOS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사실 애플의 앱스토어와 iOS의 진보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해킹에 힘 입은 바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렇게 사용자들의 해킹에서 ‘inspiration’을 받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곤 했죠. 적극적으로 ‘브랜드 해킹’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이는 얼마 전 발표된 iOS5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가 해킹(탈옥) 플랫폼인 Cydia에서 따온 것이었으니까요.
EA: Boom Blox wii
닌텐도 Wii게임 타이틀 중 BOOM BLOX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한 퍼즐게임으로 2008년 발매 당시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즐기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쟈니 리로, 그는 발매된 게임에 만족하지 않고 닌텐도 Wii를 해킹하여 몇 가지 구성을 혼합하여 3D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유튜브에 올려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죠. 이렇게 게임을 해킹하게 되면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법도 한데 정반대의 일을 합니다. EA는 쟈니 리의 해킹을 보고 새롭게 버전업된 3D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 기간이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고요. 위 아이팟 나노 워치와 달리 이 경우에는 브랜드가 해킹을 찾아내서 제품화시킨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LEGO: MINDSTORMS
(이미지 출처: http://bit.ly/kWeMof)
위 이미지는 레고의 마인드스톰 브릭을 이용해 영사기를 만든 것으로 이외에도 레고 브릭을 이용한 다양한 해킹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LEGO를 위기에서 구한 것도 역시 ‘브랜드 해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정체를 겪던 레고는 MINDSTORMS이라는 레고 제품 라인을 공개해 매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브릭을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공학 기술이 녹아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해킹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시장성을 판단한 레고는 MIT와 협력해 보다 높은 수준의 제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컴퓨터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연동시켜 작동되는 제품 라인을 속속 공개한 것이지요. 덕분에 아이들 장난감이라는 한정된 영역에 머물지 않고 보다 넓은 성인 시장 및 교육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해외 광고 에이전시들은 단순히 광고물을 제작하고 수수료를 받아가는 단계를 넘어 제품을 제작하거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광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토렌트를 영화 홍보의 채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계 공공의 적이나 다름 없는 토렌트인데 말이죠. 그 이유를 한 영화사의 임원이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거기에 있거든”
마찬가지로 기존의 광고를 새롭게 바라보고 해킹이라는 미지의 개념까지 생각의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소비자들은 이미 해커가 되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