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본격화로 우리들의 일상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화의 전개 과정에 따라‘디지털 일상계’가 새롭게 구축되어 우리 삶을 새로운 형태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디지털 시대의 일상세계는 공리적 이윤 동기가 지배하던 시장을 넘어서고, 일상과 비(非)일상의 경계를 횡단하며, 세인(世人)의 관심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하는 블랙홀과 유사한 ‘보편적 생활권(Universal Life-sphere)’의 모습으로 도약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 ㅣ 김문조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잠에서 깨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일터로,
퇴근 후 잠시 떠돌다 집에 와 쉬고 다시 잠자리로,
이처럼‘다람쥐 쳇바퀴’같이 단조롭고 무료한 것이 우리의 영속적 일과.
때문에 사람들은 틈만 나면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일상의 질곡을 벗어나고자 해서,
휴일이나 휴가철이면 새로운 체험을 위한 인파가
영화관·놀이터·관광지 등에 흘러 넘치나,
그러한 시도들조차 틀에 박힌 판박이 행락에 불과해
짜증과 피곤을 유발하는 따분한 일과로 전락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오프라인 생활.
이 같은 권태의 상징인 일상의 중요성을 간파한 선각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찍이 독일의 현상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은 일상적 공간을 생활세계(Lebenswelt, Life-world)로 지칭하며 그 의의를 역설한 바 있으며, 현상학적 사회학자 알프레드 슈츠(Alfred Schutz)도 반복적인 일상체험이야말로 개인의 의식 형성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최상의 현실(Paramount Reality)’임을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학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표출되어 온 일상의 가치가 최근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새롭게 구축된 디지털 일상계
과거를 되돌아 보면, 일상의 출현은 인류사회가 유목시대에서 농경시대로 전환한 시기로 소급할 수 있다. 고대 농경사회에서의 일상은 밤과 낮, 혹은 절기 변화와 같은 자연의 리듬에 상응한 순환적 형태였다. 그러나 숙련을 위한 부단한 연공을 요하던 중세 봉건사회의 일상은 장인적·연마적이었고, 공장이라는 생산 기지가 집단생활의 중심을 이루었던 근대 산업사회의 일상은 기계적·확정적이었다.
반면, 지식정보사회로 지칭되는 오늘날은 탐색적·교류적 일상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성격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상에는 항시 단조·반복·평범·무료 등으로 묘사되는 부정적 관념이 잔존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일상계에‘혁명적’이라고 수식할만한 거대한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디지털화의 전개 과정은 대체적으로 다음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기술적 진전에 해당하는 디지털 기술의 개발 과정, 2단계는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다방면으로 쓰여지는 활용 과정, 3단계는 디지털 기술로 우리의 생활방식이 혁신되는 문화화 과정, 4단계는 기술 발전이 우리 마음속 깊은 곳까지 영향을 끼쳐 디지털 시대를 특징짓는 새로운 심성이 구축되는 과정이다.
디지털 일상계의 주요 속성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의 일상세계도‘디지털 일상계(DEL : Digital Everyday Life)’로 발돋움하고 있는데, 새로 구축되는 디지털 일상계는 디지털 기술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그림 1>과 같은 속성들을 갖춰가고 있다.
1) 접근성 : 소통 기회가 무차별적·무제한적으로 확장되어, 지위·계층·연령·성 등을 막론하고 누구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자유롭게 의사교환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적 성향을 갖고 있다.
2) 탈(脫)제약성 : 시간적·공간적·제도적·관념적·윤리적 제약의 완화로 시공간 변형이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의식적·도덕적 선택권이 강화되어‘모든 것이 가능하다(Anything goes)’는 공감대가 확산된다.
3) 역치성 : 낮과 밤, 여름과 겨울, 혹은 근로활동과 여가활동 등과 같은 국면전환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일종의 과도기적 혼돈이나 탈조직화 경향을 보인다.
4) 유동성 : 공간 개념이‘정주적 유형(Space of Stay)’에서‘흐름의 유형 (Space of Flow)’으로 바뀌게 되면서 거주형태나 생활양식이 지리적 이동성을 전제로 한 유목적 경향을 강하게 띠게 된다.
5) 총체성 :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다른 모든 것들과 맞닿아 전체를 형성하는 연기적(緣起的) 존재 상황을 맞게 된다.
한편, 이러한 속성을 완비해 나가고 있는 디지털 일상계는 우리 삶을 새로운 형태로 변모시키는데, 변화의 방향은 일단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테제로 범주화 할 수 있다.
· 탈(脫)물질화 : 실물의 세계에서 은유의 세계로
· 유희화 : 근로중심 상황에서 놀이중심 상황으로
· 사회화 : 경제적 공간에서 사회적 공간으로
· 다중화 : 일의적 활동에서 중복적 활동으로
· 가상화 : 실재계에서 가상계로
그런데 이상 모든 변화들은 궁극적으로 불가능을 가능성의 신화로 대체하는 ‘전능화 테제(Omnipotence Thesis)’로 통괄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급진적 발전을 거듭하는 디지털 기술은 따분하고 역겹던 일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든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전능한 공간’으로 격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2).
더구나 물질생활의 지속적 개선으로 디지털 일상계의 위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의 핵심적 생활관심이 생활수준(Level of Life)에서 삶의 질(Qualityof Life)을 넘어 삶의 의미(Meaning of Life)를 이행하는 것으로 변화해감에 따라 상품의 사용가치(Use Value)나 교환가치(Exchange Value) 대신 기호가치(Sign Value)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그림 3).
디지털 일상계의 내재적 동향
그렇다면, 날로 그 위세가 더해가는 디지털 일상계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어떤 것들을 거론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응답을 예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일상계의 내재적 동향을 탐지해 보면, 다음의 다섯 가지 사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 신성성 : 소비가 문화적 소양이나 취향의 명목 하에 비난받기보다 오히려 권장되거나 찬미된다.
2) 현혹성 : 생산영역과는 달리 소비세계에서 강압이나 강요가 아닌 유혹적 설득양식(Seductive Mode of Persuasion)이 풍미한다.
3) 쟁투성 : 소비공간이 자체적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 상품들 간의 치열한 의미론적 경합이 전개되는 기호의 각축장 모습을 지향한다.
4) 탈(脫)공리성 : 소비 현장에서 순수 경제적 행위로서의 구매(Buying)가 아닌 사회경제적 행위로서의 쇼핑(Shopping)이 성행한다.
5) 확장성 :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공간이 소비자들이 경유하는 통로에서 소비자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시대의 일상세계는 반복·평범·무료 등으로 치부되던 지난날의 구태를 벗어나 공리적 이윤 동기가 지배하던 시장을 넘어서고, 일상과 비(非)일상 간의 경계를 횡단하며, 세인(世人)의 관심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현하는 블랙홀과 유사한‘보편적 생활권(Universal Life-sphere)’으로 도약하고 있다(그림 4).
디지털 일상계에 적용 가능한 마케팅 전략
‘고객 만족’혹은‘고객 감동’등이 마케팅 세계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소비자가 생산자보다 우대되는‘소비 왕국’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전능화하는 디지털 일상계의 일각을 차지하는 사이버 마켓을 수시로 클릭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상품(정보)의 탐색자가 아니라 신성한 소비 왕국의 순례자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왕일까 봉일까?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신(新)일상계인 디지털 소비공간을 순례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상품 물신성(Commodity Fetishism)에 경도된 맹신자로서 주체적 판단력을 상실한 소외된 소비자(Alienated Consumer)로 전락할 위험성이 큼이 분명하다.
소비를 미덕으로 찬양만 할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소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엄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려는 현 단계 한국사회에서는 주체적 소비관, 건전한 소비윤리 및 적정한 소비 아비투스(Habitus)의 형성을 위한 창의적 소비 패러다임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광고홍보 및 마케팅업계에서도 몽매한 우중(愚衆)이나 광폭한 난중이 아닌 분별있는 현중(賢衆)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 적정 소비(Optimal Consumption)를 도모할 수 있는 정공법을 강구해, 위력을 더해가는 디지털 일상계를 의미있는 공간으로 전용하는 과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날로 그 위세가 더해가는 디지털 일상계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어떤 것들을 거론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응답을 예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일상계의 내재적 동향을 탐지해 보면, 다음의 다섯 가지 사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 신성성 : 소비가 문화적 소양이나 취향의 명목 하에 비난받기보다 오히려 권장되거나 찬미된다.
2) 현혹성 : 생산영역과는 달리 소비세계에서 강압이나 강요가 아닌 유혹적 설득양식(Seductive Mode of Persuasion)이 풍미한다.
3) 쟁투성 : 소비공간이 자체적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 상품들 간의 치열한 의미론적 경합이 전개되는 기호의 각축장 모습을 지향한다.
4) 탈(脫)공리성 : 소비 현장에서 순수 경제적 행위로서의 구매(Buying)가 아닌 사회경제적 행위로서의 쇼핑(Shopping)이 성행한다.
5) 확장성 : 전자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공간이 소비자들이 경유하는 통로에서 소비자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시대의 일상세계는 반복·평범·무료 등으로 치부되던 지난날의 구태를 벗어나 공리적 이윤 동기가 지배하던 시장을 넘어서고, 일상과 비(非)일상 간의 경계를 횡단하며, 세인(世人)의 관심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현하는 블랙홀과 유사한‘보편적 생활권(Universal Life-sphere)’으로 도약하고 있다(그림 4).
디지털 일상계에 적용 가능한 마케팅 전략
‘고객 만족’혹은‘고객 감동’등이 마케팅 세계의 유행어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소비자가 생산자보다 우대되는‘소비 왕국’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전능화하는 디지털 일상계의 일각을 차지하는 사이버 마켓을 수시로 클릭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상품(정보)의 탐색자가 아니라 신성한 소비 왕국의 순례자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왕일까 봉일까?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신(新)일상계인 디지털 소비공간을 순례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상품 물신성(Commodity Fetishism)에 경도된 맹신자로서 주체적 판단력을 상실한 소외된 소비자(Alienated Consumer)로 전락할 위험성이 큼이 분명하다.
소비를 미덕으로 찬양만 할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소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엄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하려는 현 단계 한국사회에서는 주체적 소비관, 건전한 소비윤리 및 적정한 소비 아비투스(Habitus)의 형성을 위한 창의적 소비 패러다임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광고홍보 및 마케팅업계에서도 몽매한 우중(愚衆)이나 광폭한 난중이 아닌 분별있는 현중(賢衆)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Consumption), 적정 소비(Optimal Consumption)를 도모할 수 있는 정공법을 강구해, 위력을 더해가는 디지털 일상계를 의미있는 공간으로 전용하는 과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