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디지털 모델러의 '맨땅에 해딩' vs '돌산 찾아다니기'
2010.05.03 10:20 HS Ad, 조회수:4907


필자는 여러분께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또는 한 번쯤은 보았을 <아바타>라는 영화에 ‘디지털 모델러’로 제작에 참여했다.
 
디지털 모델러는 컴퓨터를 이용해 사물을 입체로 조각해내는 ‘디지털 조각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비족이나 괴물들, 나무와 풀 한포기, 그리고 떠있는 모든 돌들과 비행기 등과 같은 것을 디지털 모델러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조각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 1. 발품팔기

<아바타>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는 ‘판도라’라는 새로운 세상의 표현작업이 시작되지 못한 시점이었다. 이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중국에서 찍은 돌산들을 보여주면서 작품 속 하늘에 떠있는 돌산들과, 그 돌산들을 묶고 엮고 있는 많은 양의 덩굴(Vine)들을 만드는 작업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실사 사진과 컨셉트 이미지 몇 장으로는 감독이 원하는 느낌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돌산의 느낌, 돌 같은 느낌….’ 이를 위해 제작팀은 산에서 직접 돌을 가져와 그 돌들을 보면서 작품에 등장할 하나의 돌을 만들어내고, 그 돌들을 카피해나가면서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돌산들을 표현해 냈다.

그 다음 작업은 돌산들의 풍화된 모습을 자연스러운 표현하는 것. 이에 그러한 모습을 상상해 보고 그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들을 웹을 통해서, 또 현장에 가서 찾아내고, 그러한 이미지들을 토대로 스케치를 했다.

이렇듯 스케치 작업을 통해 상상 속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시킨 다음 다시 컴퓨터로 들어가서 3D로 만들어 내곤 했다. 이러한 과정 없이 바로 컴퓨터에서 만들어 낸다면 완성도나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을 것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상상을 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우선 거기에 가장 근접한, 실존하는 이미지들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크리에이티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작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참고 이미지’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더 다양하고 풍부한 참고 이미지를 찾아내느냐가 궁극적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판도라 행성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돌산들과 절벽들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탄생했다.

# 2. 실과 노끈

판도라 행성의 돌산들에는 300개 이상의 덩굴들이 엮여 있는데, 하늘에 떠있는 그 많은 수의 돌산들마다 각각의 형태나 규모에 맞는 자연스러운 덩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덩굴 가지들과 그 흔들리는 모습과 흐름을 각각에 중력에 맞도록 상상해서 표현해 내는 것이 포인트. 그러나 돌산이나 덩굴 모두 실존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런 느낌의 현장을 찾아 나섰지만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그래서 실과 노끈을 이용해 간단하게 엮어서 덩굴을 만들어 봤다. 그런 다음 사진을 찍어서 스캔하고, 그 위에 더 자세히 그려서 구체화한 후 입체 형상을 만들어 냈다.

보통 CG스튜디오에는 프리프로덕션 전문 팀들이 있다. 이 팀들은 실제 작업에 앞서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크리어쳐들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실시한다.

영화의 파이프라인은 이러한 검증 없이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아바타>의 경우는 엄청 많은 양의 컴퓨터로 만들어진 캐릭터나 크리어처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검증이 필요했다.

# 3. 웨타스튜디오

<아바타> 작업을 진행한 뉴질랜드의 웨타스튜디오. 그곳에는 당시 180명의 아티스트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일하는 분위기는 아주 자유스러웠다.

마치 나만의 공간처럼, 또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는 공간처럼…. 그래서 좀 더 자유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티스트들은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데, 이런 자유스러운 작업환경이 아니었어도 그것이 가능했을까.

<아바타>의 탄생, 그리고 적어도 대중적 성공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들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아트’라는 것은, 또한 ‘광고’라는 것은 상상력과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표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절감하게 된다.
 


이선진 | 동서대 디지털 콘텐츠학부 교수 | muplie@naver.com
광주대 산업디자인학부·대학원 졸업. 샌프란시스코 소재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Visual Effect and Animation 전공 후 소니이미지웍스에서 근무. <아바타> 작업 후 현재 스티븐 스필버그·피터 잭슨 공동제작인 <tintin>의 캐릭터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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