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언택트 시대 광고제작기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0.07.13 02:43 조회 565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이던 지난 겨울과 봄 사이,많은 광고주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행사들도 순환근무 등 여러 형태로 대응에 들어갔고 저희 회사 또한 출퇴근 시간대 혼잡을 피하는 자율근무를 기본으로 부서별로 상황을 살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습니다. 마침 준비 중이던 경쟁 프레젠테이션 일정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늦춰진 덕분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팀원들과 일주일만 재택근무를 해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예정된 촬영 현장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나오기로 하고요. 현업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언제나 빡빡한 데드라인,클라이언트의 시간에 맞춰 음직이기 마련인 광고대행사의 일상을 생각하면 걱정도 들었습니다. ‘비대면 근무는 어디까지 가능할까’,‘그래도 회의는 만나서 얼굴보고 하는 게 확실하지 않을까’,‘진행이 느려지는 건 아닐까’,‘팀원들은 집에서 제대로 집중이 될까?’ 같은 생각들이었죠.

더 솔직하자면,저 자신이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데다가 초등학생인 아이도 종일 집에만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출퇴근이라는 강제성이 없어도 괜찮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어차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다만 저역시 재택근무는 처음이라 사전에 몇 가지 규칙을 세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거리두기’하기.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서 근무하자는 것이죠. 연차가 아니니까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과 함께요. 다음은 메신저에 로그인 상태로 있기. 평소에도 메신저로 업무를 많이 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협업 부서에 재택근무 알리기.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여러 부서의 담당자들도 불편함이 없게 말이죠. 재택근무 첫날,하필 스틸 촬영이라 저와 아트디렉터만 대면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에는 전에 없던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촬영장 입구에서 온도 측정을 하고 소속과 이름,연락처 등을 적어 기록했고 손 소독제가 곳곳에 비치되었습니다. 촬영 전에 소독도 마친 상태였고요. 확인용 모니터도 멀찌감치 떨어뜨려 스태프들끼리 거리 두기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보통 촬영을 하다 보면 지연되기 쉬운데 포토그래퍼와 미리 상의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타임테이블에 맞추기로 해 대면 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모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촬영에 돌입,좋은 컷을 빨리 많이 얻어냈고 약속된 시간에 촬영이 끝나자 모두 만족하고 안도하게 되었죠. 다행스럽다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평소보다 유난히 지치더군요.

마스크를 쓴 채로 몇 시간을 있는 게 생각보다 체력이 소비되는 일인 걸 처음 알았습니다. 방호복까지 입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들이 새삼 대단하다 싶었고요. 다음 날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 부서원의 재택근무. 출근 시간에 맞춰 노트북을 켰습니 다. 메일을 체크하고 메신저에 로그인하고 팀원들도 들어오기를 잠시 기다렸습니다. 너무 칼 같이 맞춰서 인사를 하면 팀원들이 압박감을 느낄까 싶어 조금 더 기다렸죠. 하지만 급한 성질을 어쩌지 못하고 로그인 하지 않았던 팀원들에게 결국 톡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모닝 메일 확인하시죠’라고. 팀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알아서들 볼 텐데 왜 때문에? CD가 나를 못 믿나? 내가 어린애인가? 이럴 거면 출근하라고 하지’ 등 불만이 치고 올라오진 않았을까요? 아차차!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가 비대면 근무에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점을요. 사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어도 업무를 하는데 이미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마음과 태도의 준비가 안된 것이지요. 단톡방 글자에는 담기지 않는 상대방의 표정과 기분,액션과 리액션 사이의 미묘한 시차,의도가 100% 전달 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등이 문제 였습니다. 첫날은 그렇게 생각 과잉 상태가 되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찜찜한 상태로 업무를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 날은 영상 촬영. 촬영 장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흰 가운을 입고 소독 과 온도 체크를 하는 스태프와 열 감지 카메라였죠.‘체온이 높으면 조기 퇴근하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했는데 말해 놓고 나니 웃을 일이 아니더군요. 미열이거든요. 체온계를 확인하는 제 눈동자가 조금은 떨렸을 겁니다. 막힌 세트장이 아니라 넓은 로케이션 여러 장소에서, 게다가 환기도 잘 되는 환경이라 촬영에 금방 집중했습니다. 모델의 텐션도 너무 좋고 감독의 연출도 멋지고 촬영은 잘되는데 뜻밖의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의사소통을 할 때 여러 번 물어보고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아마 그날 촬영장에서 제일 많이 한 주고 받은 말이 "네? 뭐라고요?" 였을 겁니다. 촬영 후 며칠 동안은 광고주, 프로덕션, 기획, 제작까지 아픈 곳은 없는지 챙기게 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머지 날들의 재택근무, 어느새 추근 시간에 맞춰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체크하고 메신저를 열고 하는 루틴이 자연스러워졌더군요. 메일도 긴급한 내용은 크게 없어서 팀원들이 다 읽었는지 확인할 필요 없었고요. 메신저 상태에도 신경이 별로 안쓰이고 단톡방에 제가 할 말을 써내려가면서도 첫날 같은 생각 과잉상태에 이르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시차가 나서 그렇지 알아서들 확인할 거고 필요하면 답을 할 테니까요. 메시지도 예전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보다 정확하게 의미를 전하기 위해 한 번더 생각하고 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마치 처음엔 낯설었던 여행지에 익숙해질 ?쯤 떠나는 날이 되는 것처럼 비대면 근무도 마지막 날에야 적응이 되었던 모양이에요. 짧고도 길었던 한 주간의 비대면 근무를 마친 다음 월요일 오전 회의시간 가볍게 일정과 각자 업무를 공유하고 팀원들에게 제가 가장 궁금하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재택근무 잘 맞던가요?" 사실 해보니 저는 잘 안맞는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조금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자기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어 좋았다'는 팀원도 있었고 '모여서 회의해야 하는 경우만 빼면 앞으로도 계속해도 괜찮을 것 같고 큰 불편함이 없어 오히려 일에 집중이 더 잘되었다' 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언택트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저만 적응이던 걸까요? 생각해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인 저희팀원들은 학생 때부터 인강과 SNS등을 통해 비대면이 편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제 안에 생각날 때마다 바로 업무지시를 내리고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일이 제대로 된다고 믿고 행동하던 꼰대니스가 있었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약하게 라고 있었을까요? 자기 반성과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안은 채 다시 일과가 시작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를 지나 '생활 속 거리두기' 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출근 때마다 열 체크, 회의 시간에는 마스크 필수, 증상이 있으면 바로 귀가 등 규칙들을 답답하지만 착실히 지키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화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광고주 회의도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가는것도 익숙한 일사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이제 세계적인 석학이나 미래학자가 아니더라도 당연하게 합니다. 미래라고 미더왔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언택트 시대의 광고가 어떤 모습이 될지, 광고대행사의 업이 어느방향으로 갈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디지털이 뉴노멀이 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인 충격파까지 생각하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큰 흐름은 흘러 가는대로 봐야겠지요. 단 하나 확실한 사실은 새로운 일상에서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이냐 아니냐 언택트냐 컨택트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도록 마인드셋을 새로하자! 저보다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팀원들을 보면서 얻은 깨달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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