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같다. 국내 크리에이티브 발전을 위해 이렇게 하면 된다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꿈꿔본다면. 우리나라 No. 1 독립광고대행사 CD로서. 그 안에서도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출범한 팀의 CD로서. 국내외 광고제에 참가하며, 광고 회사 아닌 협업 가능한 다양한 파트너들을 만나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나눈다면.필자가 속해있는 팀은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광고와는 무관해 보이는 집단도 많다. 앱 개발자, 웹 콘텐츠 제작자, 순수 창작자, 인쇄 전문가, 특허 출원 기술자, 이것저것 만드는 대학생들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드는 생각은 한결같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모두가 고수다. 크리에이티브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아이디어와 디바이스를 가진 누구나 크리에이터의 잠재태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만나는 경쟁자들은 더 이상 종합광고대행사만이 아니다. TV 광고든 이벤트든 디지털 캠페인이든, 어디에서 잭팟이 터질지 모른다는 믿음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무한 경쟁으로 이어진다.그럴수록 확고해지는 건 일단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이다.익숙한 길 대신 가보지 않은 길, 늘 같이 일해왔던 스텝 대신 한번도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던 파트너들과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의 샘플, 프로토타입을 만든 자만이 또 다른 실행을 할 수 있고, 그 실행이 또 다른 실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야 경쟁력이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행을 위한 실전적 방법 중 하나는 협업일 것이다. 물리적 협업이 아닌 화학적 협업 말이다. 최근 TBWA가 페이스북과 함께 진행한 ABC마트 캠페인도 좋은 사례일 것이다‘세상의 모든 신발’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ABC마트이기에 해봄 직한, ‘세상에 없는 신발을 만들자’는 캠페인. 애초 이 캠페인은 광고 회사가 먼저 제안한 캠페인이었다. 크리에이터로서 선제안이 어려운 건, 예정에 없던 캠페인을 진행할 광고주의 층층을 설득하는 과정부터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는 더 철저해야 했다. 타깃을 고려, 모바일 기반 캠페인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어떻게 캠페인을 진행하면 좋을지 로드맵을 그려 페이스북을 만났다. 단계별로 나름 플랜을 짰다고 생각했는데, 페이스북의 의견은 캠페인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피드백은 요즘 크리에이티브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참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이후 몇 차례에 걸쳐 회의가 이어졌고, 애초 설계한 캠페인은 조금씩 각도를 조정하여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로 다듬어졌다. 다행히 캠페인의 반응은 뜨거웠고, 세계적인 디지털 광고제로 부상하고 있는 ‘페이스북 어워드 2017’에서 본상까지 수상했다. 만약 캠페인 설계 단계에서 페이스북과 협업하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모바일 환경이 요구하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의견들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ATL에 최적화된 컨텐츠 그대로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고, 반응을 기대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어쩌면 지금이 바로 모바일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비단 매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뿐 아니라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해서도 협업은 중요하다. 크리에이티브에 테크놀로지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테크놀러지스트와 협업의 중요성은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협업의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 마치 서로 다른 종(種)인 양 사용하는 용어도,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도다른 집단이 함께 일하는 과정은 충분한 협의와 공유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종합광고대행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에 아웃소싱을 통해 협업해온 것처럼 컨트롤러가 되어 선형적으로 일을 뿌려온 구조가 아니라, 함께 할 파트너들과 유기적 관계를 이룰 코디네이터가 되어 상호보완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원형의 구조로 소통을 해가야 하는 것이다. 광고제의 교훈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부산국제광고제심사 과정에서, 소수이긴 하나 여전히 어디서 본 듯한 서프라이즈 캠페인들을 볼 수 있었다. 굉장한 이벤트가 벌어지고, 소비자들이 놀라고, 그게 뉴스가 되어 회자된다는 출품작의 공식 아닌 공식대로 기획된 콘텐츠. 그 과정에 쓰였을 비용, 인력,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마치 스캠(Scam) 광고 같은 이런 류의 크리에이티브는 (실제로 집행이 되었다해도 문제지만) 도덕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대하는 시선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디지털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시대가 뜻하는 바는, 매체의 다양성, 쌍방향성을 넘어 더 이상 진실 아닌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를 가리키기도 한다. 검색은 손쉬워졌고, 정보는 차고 넘친다. 광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레퍼런스를 참조한 콘텐츠, 오리지널티가 없는 크리에이티브, 스캠 (Scam) 광고의 실체는 순식간에 드러난다. 더 이상 가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사람들은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좋은 것을 선택한다. 좋아 보이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사랑한다. 말하자면, 진정성의 시대. 크리에이티브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통신사, 부스트 모바일(Boost Mobile)이 진행한 ‘Boost your voice(당신의 목소리를 높이세요)’ 캠페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동통신사가 으레 할 법한 프로모션과는 차원이 다르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목소리를 높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실제 그것을 위해 전국의 매장을 투표소로 운영하는 놀라운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온 국민의 소통을 위해 싸우겠다는 기업의 철학이 진심으로 전해졌다. 무릇 광고는 시대라는 문맥에서 읽혀야 하는 크리에이티브다. 사람들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광고 또한 빨라져야 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눈높이가 올라간다면 광고의 눈높이도 올라가야 한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변하지 않는 생각, 믿음, 철학이 있다면, 광고 또한 그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것이 크리에이티브가 변화와 유행을 좇는 것 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변론이 될 것이다.
[Column] 국내 크리에이티브 발전 모색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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