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광고 기획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론칭 캠페인은 가장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그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생소한 카테고리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9월 론칭한 와일드펀치는 소주를 베이스로 강한 탄산에 레몬·자몽 과즙을 품은 알코올 도수 5%의 제품이다. 맥주 같은 술? 아니면 순하리 소다톡 같은 맛? 광고주와의 킥오프 미팅 후 제품을 직접 맛보기 전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나름의 상상을 해보았다. 하지만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시음용 ‘와일드펀치’를 실제로 맛본 순간, 그동안 해온 모든 추측이 의미 없음을 느꼈다.
“강렬하게 깔끔하다!” 이것이 순하리 와일드펀치 첫 모금이 나를 사로잡은 느낌이다. 과즙을 품었지만 달지 않고, 탄산이 많지만 맥주처럼 부담스럽지 않았다. 완전히 새롭고 매력적인 맛의 경험 뒤에 고민이 밀려왔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우선 소비자의 생활을 들여다보았다. 요즘 소비자들이 술을 마시는 상황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더 이상 술자리를 정하고 마시지 않는다. 사람들은 북 카페에서 책을 보면서 가볍게 맥주 한 캔을 즐기고, 밤이 아닌 낮에도 음료처럼 술을 마신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술보다 부담 없이 깔끔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과 장소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소비자 공감이 가능한 다양한 음용 상황을 발판으로 제품의 특징이 느껴지도록 포지셔닝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 편의 광고 속에 무려 여섯 가지 상황을 담았다. 북 카페, 파티, 브런치 카페, 루프톱 캠핑, 한강 산책, 클럽 콘서트 상황 등을 담기 위해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상황들의 매력을 살리고 ‘와일드펀치’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걸 크러쉬’의 상징 제시(Jessi)를 메인 모델로 선정했다. 제시의 거침없이 당당한 와일드함과 밝고 긍정적인 깔끔한 이 브랜드의 특성을 잘 대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제시는 아침 일찍부터 다음날 동 틀 때까지 다양한 장소를 함께 이동하며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해주었다. ‘와썹(What’s up)’이라는 인사처럼 ‘와일드펀치’를 ‘와펀(Wa Pun)’이란 광고적 인사말로 표현하며 신규 브랜드에 대한 새로움을 전달했다. 그렇게 와일드펀치와 함께한 하루는, 제시의 강렬하고 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와일드펀치 콘서트장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강남의 한 유명 클럽을 섭외해 진행한 제시의 공연 장면은 수십 명의 일반인 모델이 관객 역할로 함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스태프와 연기자 모두 지쳐 있는 상황. 가장 중요한 공연 장면 촬영이 잘될지 걱정이었지만 제시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이 걱정들을 모두 깔끔하게 날려 버렸다. 강렬한 무대와 그녀의 멋진 공연을 짧은 시간만 보여주기에는 너무도 아쉬웠다. 결국 Brand song을 제작하고 와일드펀치 뮤직비디오까지 만들기로 했다. 뮤직비디오는 제한적인 마케팅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100만 뷰를 가볍게 돌파하며 와일드펀치에 대한 열띤 호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광고 기획자로서 제품력이 뛰어난 제품을 론칭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것은 참으로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와일드펀치’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짜릿한 한 방을 선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와펀 뮤비’를 보시면서 와일드펀치 한 캔을 즐겨보시길 자신 있게 권해드린다. 분명히 여러분의 무료한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줄 강렬하고 깔끔한 와일드 펀치의 한 방을 느끼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