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수재 프로 GCSC 1팀 dmodule.lee@samsung.com
“ 무료 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유심칩을 드립니다. 평생!”
최근 개봉한 영화 <킹스맨>에서 악당 발렌타인이 내건 메시지입니다.
악당의 예상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유심칩을 얻고자 줄을 길게 서며 열광합니다.
영화 속 악당은 누구도 거절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제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전화기에 자신의 유심칩을 심는 데 성공합니다.
솔깃하다, 거부할 수 없는 파격적 제안
“누가 저 유심칩을 거절할 수 있을까?”
발렌타인의 메시지는 고객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얻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더 새롭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던 저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발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파격적인 제안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제안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이처럼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우면서도 화려하게 성공하는 기업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은 무료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를 무서운 속도로 성장시켰습니다. 초기 카카오톡은 늘어가는 사용자와 트래픽 대비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었던 탓에 서비스 유료화 등 향후 수익 모델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 전망이 들끓었던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핵심 가치인 무료 메시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기프티쇼, 플러스 친구 등 다양한 수익 방안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지금까지도 국내 넘버 원 SNS 서비스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애플(2위), 알리바바(3위), 구글(4위) 등을 누르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힌 워비 파커(Warby Parker) 역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2015년 패스트컴퍼니 선정). 워비 파커는 안경이 직접 써보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는 데에 착안, 반품 비용 부담 없이 안경을 5개까지 5일간 무료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온라인숍에서 실시했습니다. 심지어 주문한 5개의 제품 중 하나도 구매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반품 배송비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안경테와 안경 렌즈를 포함해 95달러의 저렴한 가격, 또한 소비자 한 명이 안경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낙후된 지역의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안경을 기부하는 사회적 활동 또한 빼놓지 않았습니다. 안경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참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워비 파커는 창업 5년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지금까지 35개국에서 1만 8000명의 저소득 근로자들이 안경을 제공받거나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1. 영화 <킹스맨> 포스터. ⓒjoblo.com
2. 반품 비용 부담 없이 안경을 5개까지 5일간 무료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인 워비 파커. 패스트컴퍼니가 2015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다. ⓒwarbyparker.com
3. 업계 최초 글로벌 사회적 기업 ‘B Corporation’에 선정된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 ⓒsocar.kr
서비스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리틀 벳 정신
자포스(Zapos)의 무료 반품 서비스, 제품 한 개 구매당 똑같은 제품을 한 개 기부하는 탐스슈즈의 CSV 마케팅 등 특별한 기술과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생각이 이쯤에 와서 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업들이 아닌 기존 기업들에서는 이러한 혁신적인 가치를 내세운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운 것일까?” 그리고 또 이런 자문도 해봤습니다.
“왜 나는 영화 <킹스맨>의 악당과 같은 파격적 제안에 대해서는 고려해 보지 못한 걸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리틀 벳(Little Bets)>이라는 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포춘>, <로이터>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피터 심스의 저서인 이 책에서 저자는 “위대한 창조는 작은 실험(Little Bets)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완벽한 계획과 잘 짜인 구조를 만들려고 시간을 허비하거나 위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큰 시도(Big Bets)만 하지 말고, 실패 부담이 적은 작은 시도를 통해 실패와 성장의 경험을 지속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실패의 유연성이 적은 큰 시도일수록 실현 가능성, 예산, 내부의 반대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자기 검열의 감옥’에 빠지게 되며 프로젝트가 진행돼 감에 따라 ‘파격적인 제안’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변질되게 된다는 것이죠. 바로 이 점에서 스타트업의 강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말 그대로 스스로의 독창적인 서비스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입니다. 이들은 기존의 사업 방식도, 치밀한 수익 확보 방안이나 경영 노하우도 충분치 않은 예비 사업가들이기에 더욱더 자신들의 ‘매력적인 가치’에 충실한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이들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달할수록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작은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순환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상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혁신 기업이 창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출신들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1.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쉐어하우스 ‘WO0ZOO’ 9호점. ⓒventuresquare.net
2.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예술 작품을 제품 디자인으로 적용해 판매하는 마리몬드. ⓒmarymond.com
3. 피터 심스의 저서 <리틀 벳>은 작지만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공을 이끌어 낸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petersims.com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 소셜 벤처, 그리고 GCSC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를 들어 보셨나요? 바로 사회적 투자를 일컫는 말인데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세계 전체 임팩트 투자의 규모가 2010년 50조 원에서 2020년 40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3년 ‘지속가능투자연구소’를 설립하고 10조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학계,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활발해져 2012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의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 총액은 6442억 원 규모에 달하며,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활동과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지원은 앞서 언급한 사회적 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밑거름이 돼, 다양하고 독창적인 사회적 가치를 지닌 시도가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셜 마케팅이야말로 국내에서 향후 다양하고 혁신적인 창업·마케팅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는 기대 분야라고 볼 수 있으며, GCSC 역시 관련 단체 및 스타트업들과의 교류를 강화해 틈틈이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선순환되는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를 ‘설득’하는 아이디어를 넘어 소비자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가치’를 제안하는 길목에 굿 솔루션의 무대가 있으며, 이를 만들어 내기까지 GCSC의 ‘작은 실험(Little Bets)’들이 어떤 여정을 거치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세.움.이(세상을 움직이는 이야기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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