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애드페스트 세미나
글 ┃ 이효룡 HSAd CR센터 Senior AD
Be Bad
2015년 ADFest의 주제였다. 나쁜 광고를 만들자는 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도발적인 매력을 갖춘 광고를 만들자는 취지다. 우리가 보다 ‘Bad’한 광고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서 광고인들은 끊임없이 소개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중심을 잃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보다 ‘Bad’해지는 자세라는것이다.
2015 Ad-Fest 세미나 현장
‘Be bad’라는 큰 테마 아래 펼쳐진 첫 번째 세미나의 주제는 ‘How to make a Brand Badass’로, ‘Badass’는 거친 혹은 공격적인이라는 뜻의 비속어이다. R/GA의 CCO인 Nick Law는 광고인들의 아이디어 발상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세미나를 시작했다. 흔히 광고인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스토리텔링에만 매몰되거나 펑셔널리티만 강조하는 등의 실수 때문에 매우 단편적이고 보편적인 광고물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였다. 단편적이고 보편적인 광고는, 다르게 말해 소비자들이 예측 가능한 광고이기도하다. 그런 방식으로는 놀랍도록 새로운 광고를 절대 만들 수 없다고 Nick Law는 설명한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PnDgZuGIhHs
그가 생각하는 놀랍도록 새로운 광고, 진정 ‘Bad’한 감각을 갖춘 광고로 그는 <Love has no labels> 캠페인을 꼽았다. 캠페인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거리에 검정색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그 스크린에는 X선의 뼈들이 보이는데 그 뼈들은 스크린 속에서 서로 키스와 허그를 나누는 등 애정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X선 뒤로 그 애정행각의 주인공들이 나타나자 소비자들은 깜짝 놀란다. 그들이 예상했던 보편적 연인들이 아닌 동성애 커플, 및 다양한 종교, 인종, 장애, 나이 차이를 가진 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별하지 마세요’를 주제로 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시작점은 다른 공익 캠페인들과 똑같았을 것이다. 어쩌면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헌혈해주세요’, ‘담배 피우지 마세요’ 등 일방적으로 호소하는 보편적인 공익 광고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일방적인 스토리텔링 혹은 단편적인 아이디어 발상법에서 벗어나 이 캠페인을 만든 이들은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움직이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게끔 혹은 반성할 수 있게끔 하는 새로운 광고 형태를 만든 것이다.
내가 만들고 있는 이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얼만큼 거칠게 그들의 내면을 흔들어 놓을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스토리텔링으로 하여금 그들이 이미 느껴본 감정을 복습하게끔 하는 것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와 감각의 광고로 하여금 그들이 처음 느껴본 감정들을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것. 그 방식이 다소 거칠고 공격적이더라도. 그것이 Be Bad의 첫 번째 방법론이다.
두 번째 세미나의 타이틀은 <YOU ARE THE HERO. NOT A TARGET>으로,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을 좀 더 ‘BAD’하게 만드는 작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세미나를 이끌었던 하쿠오도의 Kazuaki Hashida와 Takahiro Hosoda는 소비자를 메시지만 받아들이는 타깃으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소비자들을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풍성한 이야기 거리들을 가진 주인공들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광고인들은 단순히 ‘이거 해, 이거 써!’만을 이야기하는 일방적인 상업적 메시지를 그들에게 던질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객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BAD’한 매력을 가진 이야기들 말이다.
EYE PLAY THE PIANO가 그런 예다. 잘 걷지도 손을 잘 쓰지도 못하는 소년이 있다. 그 아이에겐 피아노란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 직접 연주를 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 헤드셋을 씌워주자 소년은 마법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2015 Ad-Fest 세미나 현장
FOVE사의 가상현실 헤드마운트로 하여금 가능한 일이었다. 헤드마운트를 착용하면 원하는 화음코드가 가상현실을 통해 사용자의 눈앞에 색깔별로 배열된다. 그러면 이용자는 원하는 화음코드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거리는 것만으로도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헤드마운트의 시선 추적기능이 작동하면서 해당 피아노줄에 연결된 센서를 자극해 건반을 누르는 원리다. 또 하나,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면 피아노 서스테인이 눌려져 원하는 만큼 음의 길이를 조절 할 수 있다. 장애인으로써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피아노 연주가 가능해지면서 주인공은 아마 평생 처음 느껴본 감정을 느끼며, 마치 온 세상을 가진듯 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소비자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감동을 전하는 ‘소비자와 함께’하는 광고. 이것이 Be Bad의 두 번째 방법론이다.
http://eyeplaythepiano.com/en
세미나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거의 광고들은 ‘우리 제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제작되어왔었다. 기술의 장점들을 드러내며 “우리 정말 혁신적이에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우리 이렇게 따뜻한 기업이에요”라는 둥. 그렇다면 앞으로의 광고는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까. 앞서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올해 Adfest의 주제였던 BE BAD만을 마음깊이 새겨보면 어떨까. 다소 도발적으로라도, 공격적으로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 그런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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