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광고인들은 광고전문직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광고업 자체가 전문직이라면 광고복덕방, 광고대리점, 광고대행사, 광고회사라는 명칭을 거쳐 오는 동안 모두 전문 광고회사를 지향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전문 광고회사라니?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종합 광고회사가 광고주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작지만 강해 보이는 전문 광고회사를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기존의 종합 광고회사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온라인, 모바일, 디지털, BTL 같은 신유형광고에 능수능란한 새로운 개념의 전문 광고회사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종합광고회사들이 전문 광고회사에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전문 광고회사들이 직접 광고주를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 광고회사들이 광고생태계에 넓게 포진해 있으면 우리나라 광고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그에 걸맞게 전문 광고회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광고주는 전문 광고회사의 전문성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현명한 광고주들은 가시적인 광고효과나 단기적인 제품판매보다 브랜드자산을 구축해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더 중요한 가치를 둔다. 이런 목적 때문에 특화된 전문 광고회사를 활용하면서도 전문성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의 지불에는 인색한 광고주도 있다. 전문가집단의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전문 광고회사의 전문성은 보상비용에 맞춰 변용될 것이다.
둘째, 종합광고회사들은 전문 광고회사의 아웃소싱에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아웃소싱은 이제 전 세계 광고계의 보편적인 추세라는 점도 근거의 하나다. 종합 광고회사는 광고, PR, 프로모션, 이벤트, 인터넷, 모바일을 활용해 통합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IBC: Integrated Brand Communications)을 전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에서는 플래닝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나머지 기능은 전문 광고회사에 맡겨 아웃소싱을 했을 때 캠페인의 성과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광고산업계 차원에서는 전문 광고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들은 스마트 시대의 광고생태계를 주도할 ‘창조계급(creative class)’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창조계급의 부상』(2002)에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라는 3T 모델을 제시하며 세 가지 요소를 확보한 영역에서 창조계급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산업계에서는 기술과 인재를 끌어내고 유인하는 ‘관용’의 정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창조계급을 양성해야 한다.
넷째, 광고정책의 차원에서는 전문 광고회사의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오세성은 <광고산업 주요통계 조사 및 DB화 연구: 6차년도>(2010)에서 ‘광고산업의 가치사슬 모델’을 제시하며, 광고산업을 가치사슬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그룹은 제작(생산)을 담당하고, 제2그룹은 인프라에 속하는 영역이며, 제3그룹은 광고 대행업이고, 제4그룹은 광고 관련 서비스 영역이었다. 전문 광고회사는 모든 영역에 골고루 퍼져있는 셈인데, 골고루 퍼져있는 전문화되고 특화된 분야를 어떻게 지원해서 우리 광고계의 체질을 강화할 것인지 정책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전문 광고회사는 작지만 강한 회사이자 작은 거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1989)는 책에서 20세기의 자본주의 사상을 비판한 바 있었다. 이를 패러디하면 작지만 전문성이 뛰어난 광고회사들은 산뜻한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해 아름답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강하기까지 하다. ‘작은 것이 강하다(Small is Powerful)’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전문 광고회사에 대한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