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광고주들의 마케팅 비용,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폭풍우가 다가올 때 어떤 이는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담을 쌓고 벽을 올리지만, 또 어떤 이는 이 와중에 바람의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하여 일을 하기위해 풍차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위기도 이렇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당신은 무조건 폭풍을 피해 달아나겠는가?
실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장 절실한 시점은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이다. 위기관리경영의 연장선에서 적극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은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자사 상품을 차별화하여 현재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이때 광고주들이 쓰는 광고/마케팅 비용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분명히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투자이다. 지금 우리 귀에 익숙한 브랜드들 대부분이 불경기와 위기를 지혜롭고 용감하게 극복한 것들이다.
불경기가 찾아왔다고 무조건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광고/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 미국 유통업계의 리더였던 K-Mart가 불경기를 슬기롭게 이기지 못하고 비용절감에 의존하다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를 기억한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 아니라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불황극복의 기회로 삼아야 광고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들의 PIMS(Profit Impact of Marketing Strategy) 연구가 있다. 그들은 실증자료를 기초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이윤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였다. 연구를 통해 많은 시장의 원리와 법칙을 찾아내었는데, 그 중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호경기 때에 비해 불경기 때 마케팅 투자를 많이 한 기업들 경기가 호전되었을 때 회복속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었다. 즉, 감기 좀 걸렸다고 방에서 이불 덮고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산책도 하고 맑은 공기도 마시다 보면 병을 훨씬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경기가 찾아왔을 때 위축될 수 있는 경영자의 심리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자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이불 덮고 앓고 있을 때 시장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활동하다 보면 자사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연히 새로운 시장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말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시기에 기본으로 돌아가 우선 다음과 같은 외부환경요인을 검토해야 한다: (1) 불황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2) 주요 경쟁자들은 과거 불황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3) 불황기 동안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4) 불황기에 수익성이 다른 세분시장에 비해 높으리라 예상되는 시장은? (5) 이 세분시장의 수요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리고 내부적인 환경요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즉, 자사의 마케팅 능력과 이미지는 어떠한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할 때이다. 그러면 이러한 내부, 외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어떠한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또한 기존 상품에 대해 어떠한 마케팅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불경기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앞으로 찾아올 호경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방어적인 자세로 불경기를 이겨내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그러한 자세로는 호경기가 가져다 줄 기회를 즐길 수 없다. 광고주들은 기업의 신속한 회복과 성장 모멘텀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불경기 때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광고와 마케팅에 투자해야 한다.
글 / 故 이문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광고계동향 ·
2월 ·
Column ·
이문규 ·
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