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행하지 않는다. 발견한다.(이원흥 CD)
기사입력 2005.11.29 12:00 조회 3634

▒ 나는 대행하지 않는다. 발견한다 [이원흥 CD]

# 1. 놀라운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결국은 필연이었던 것이죠. 너무나 놀라운 세상이었어요.”
거의 대부분의 소위 ‘잘 나가는’ 현직 광고인들이 그렇듯이 이원흥 CD 또한 광고인이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불문학을 전공하여 막연하게 문학을 계속 하고 싶었던 그는 취업시즌에 제일기획 채용공고를 통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욕만 충만하였던 그에게 광고계는 너무 놀랍고 신기한 세상이었다고 한다.
“선배들이 부럽고 우러러 보였어요. 내가 이렇게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인지에 대한 한계도 수없이 느꼈죠.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도 절실했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광고라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 정말 내 모든 것을 걸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한거죠. 저 나름대로는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더 잘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의 어떤 면이 장점인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직업에 있어서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한 스승이 있다. 청출어람이라지만 그 뛰어난 제자도 그 스승을 잊지는 못하는 법이다.

 

“인생의 어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누구를 만났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저의 중대한 행운 중의 하나입니다만, 처음 만났던 카피라이터의 롤 모델이 현재 TBWA의 박웅현 CD셨어요. 사수였었죠. 카피라이터로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올바로 보게 된 것도, 또 제 한계를 명백히 본 것도 그 분과 일을 하면서였어요. 무작정 뛰어든 광고계에서 박웅현 선배가 아니셨더라면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못보고 지나친 것도 많았을 것이지만, 이미 그 분과 만나게 되었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선 돌아보지 않는 법이죠.”

 


# 2. 모짜르트가 아니라면 살리에르 처럼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은 그 자체로 참 재미있는 것이잖아요.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도, 완성된 크리에이티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것이에요.” 이런 크리에이티비티가 타고나는 것인가, 훈련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논쟁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원론적인 질문이다.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비티가 타고나면 더 좋은 것이겠고 살리에르가 부러워하는 모짜르트처럼 타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모짜르트가 아니라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말하라면 저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연애’와 ‘독서’입니다.


- “남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내 마음이 먼저 많이 움직여봐야 한다는 것.”
감동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능력입니다. 더 새로운 것에 더 많이 자극 받아서 감동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내가 풍부하게 감동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되죠. 만약 어떤 것이 나를 감동시켰다면 그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영어로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If something moves you, it will touch someone else, too,” 라고 할 수 있지요. 영화에, 음악에, 문학에, 사람, 사랑에 많이 감동해보고 많이 느껴보고 많은 것을 자극 받은 사람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거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도 커진다는 얘기죠.


- “좋은 투우사가 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투우가 되는 것이다.”
광고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낯선 타인에게 말 걸기’ 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품에 따라서 매번 다른 사람에게 - 노인들에게, 20대에게, 청소년에게 등- 말을 거는 것이에요. 그렇지만 좋은 투우사가 되기 위해서 투우가 되어야 한다지만, 매번 그렇게 되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예를 들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도 술꾼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10대에 대해 연구는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수는 없지요. 다만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노력이 독서입니다.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많이 보려고 노력함을 통해서 인생이 풍부해 질 수 있다고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책을 매개로 하여 많은 경험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이에요.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더 크리에이티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3. ’새로운 생각의 발견’


이원흥 CD는 특별히 시집을 많이 읽는다고 하였다. 시인들의 시선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고. 그는 광고를 ‘관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시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며 몇 가지 시를 소개했다.


‘비누’ - 정진규 시인
비누가 / 나를 씻어준다고 믿었는데 /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다는 걸! / 알게 되었다. /
몸 다 닳아져야 가서 닿을 수 있는 곳, / 그 아름다운 消耗를 위해 /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 걸 / 알게 되었다.


“사람의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비누’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흥미롭게 다가선 것이 정진규 시인이 제시하는 ‘관점’ 인 것이죠. 사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있었기에아무도 몰랐던, 그러나 누구나 공감하는 비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겁니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시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 아무것도 아닌 연탄재를 가지고 이런 시각을 보여준 것도 안도현 시인의 관점이죠. 제가 추구하는 광고도 이처럼 제품/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지닌 광고’ 지요. 그래서 저희 회사의 슬로건도 ‘새로운 생각의 발견자’ 입니다. 광고회사의 존재이유가 단순히 광고주의 제품을 많이 팔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광고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자체를 통해 사물 또는 사람의 새롭고 흥미로운 면을 발견해서 세상에 새로운 공감을 일으키는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가 만든 광고 중에 삼성기업PR의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도 2등에 비추어 1등을 말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고 오뚜기 진라면은 “사실 1등이 아닌데,1등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라고 1등에 대해 말하는 또다른 관점을 보여주며 맥심 카푸치노의 “경제의 반대말은 커피다. 경제는 거품이 적을수록 좋고, 커피는 거품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라는 카피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피와 경제를 비교함으로써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

 


# 4. 각자의 0.5mm의 노력


“광고는 물론 같이 하는 일이에요. 그러나 크리에이티브는 혼자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팀이 중요시되고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으니까 광고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함께’가 많이 강조되지만, 크리에이티브로 한정해본다면 ‘혼자 열심히, 잘 하는 일’이라는 자각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더 힘들기도 하지요.

다른 일에 비유하자면 축구는 11명의 팀원이 단체로 뛰는 경기이지만, 보다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한 전술 면에서 볼 때 한 명 한 명이 각각의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광고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을 때 세계적인 광고물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팀이 되는 것이지, 단순히 팀원들이 얼싸안고 ‘우린 한 팀이다’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이 하는 일’이라는 광고에서의 관점에서 보면, 기획 단계에서의 팀원들과의 협력, 광고주와의 관계, 감독, 포스트프로덕션 등 협력관계의 연속이다. 어떻게 더 잘 협력하고 관계를 잘 조율하느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원흥 CD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느냐 이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우선 나 스스로가 얼마나 더 좋은 크리에이터인지, 더 나은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의식이 모든 스텝들에게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노력해서 각자 0.5mm씩 더 진전된다면, 그 팀은 “우린 팀워크가 제일 중요해” 라고 말하는 것보다 가시적인 결과로서 뭔가를 더 보여주게 되겠죠.”


물론 그렇다고 그가 팀워크는 중요하지 않고 부정할 대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때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비로소 최고의 팀으로서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익히 들어왔던 팀워크를 중시하던 방식과는 사뭇 정반대의 이야기여서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하였으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같은 이야기이다. 팀을 위해서는 결국은 개개인이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 팀원이 없이는 팀도 존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것은 광고에서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 관점에서도 말할 수 있는데, 스스로가 좀 더 자신의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기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는 궁극적으로 나 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 5. 광고인들 스스로의 자긍심 필요


광고라는 업이 서비스업이긴 하지만 매우 전문적, 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에 대해서 광고인들조차도 스스로 광고회사를 ‘대행사’ 라고 말하는 것이 불만인 그다. 법률이나 의료도 서비스이지만 그들이 스스로 의료 ‘서비스’ 라고 말하지는 않는데 왜 광고인들은 스스로 ‘대행’ 이라고 말하고 있느냐며 사뭇 진지해진다. 이원흥 CD가 좋아하는 여러 카피 중에서 리츠칼튼 호텔의 슬로건 “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 이 있다. 여기에는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신사숙녀 중의 신사숙녀라는 존중의 의미도 있으면서 우리 스스로 신사숙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신사숙녀를 대하겠는가 라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광고계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에 비해서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저평가되어있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다는 이원흥 CD는, 위의 리츠칼튼의 슬로건처럼 우선은 광고인이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적인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즉 스스로 보는 관점이 ‘대행’인 것과, 광고라는 일이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는 일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광고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스스로에 대해 ‘우리가 가장 잘한다’, ‘광고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한다’ 라는 정도 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컴온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저희 회사에 대한 아이덴티티에 그런 생각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컴온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문구는 “새로운 생각의 발견자” 인가보다.

 


# 6.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광고를 하면서 인생을 많이 배웠습니다. 저 스스로도 모?장점을 발견해주었으며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그 영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하는 것은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양면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듯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양면성이 항상 존재하잖아요. 특히 광고를 통해서 배우게 된 점은 나에게서나 남에게서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먼저 보려고 노력 하게 된 점이에요. 또한 중요한 것들이 많을 때 우선순위를 메기고 선택하는 판단력,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하나에 대한 집중력, 나머지에 대한 미련을 버릴 줄 아는 점 등 많지요.”


광고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데드라인에 쫓기며, 세상을 뒤흔들만한 아이디어라도 광고주의 동의 없이는 묻혀질 수다.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대하며, 새롭게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그 새로움에 대해서 늦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광고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광고는 예측을 해야 하는 일이에요. 단순히 이 광고가 대박이 날건 지 아닌지의 차원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이런 문제/기회 앞에 서있는데 우리의 이런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이 시장에서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광고회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미래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미래 예측력을 높여야지 그 광고인과 광고회사가 가지는 능력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광고는 예측하기 힘들어요. 티벳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잖아요? ? 내일과 다음 세상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는 끝까지 광고인일 테지만 기회가 허락한다면 칼럼리스트로서도 활동해 보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중에 준비가 많이 되면 이원흥 만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 막연한 꿈입니다. 아직까지는 광고계에 국한되어있는 광고인의 시각으로 정치, 사회 등의 가지각색의 이슈에 대한 견해를 풀어나가 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계가 컨텐츠적으로나 조직적인 면에서 내실을 기해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좀 더 지적으로 치열해져서 광고가 아닌 사회의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광고인의 견해가 궁금해지는 사회가 도래되어야 하겠지요.”


“많이 연애하고 많이 읽으십시오.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건 더 좋은 광고인이 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무엇에 애쓰며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풍요로움은 달라지니까요.”

 


인터뷰 및 정리 / 공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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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텍 런던은 9월 10일~11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됐다. 컨퍼런스는 크게 8개 세션으로 구성돼 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관심 있는 주제를 잘 선정해서 들어야 한다. 이번 런던에서는 ‘Multichannel Marketing Summit’, ‘Data & Analytics Summit’ , ‘Video Summit’, &ls
[Global Trend] 신시대의 마케팅 전략, Co-Creation전략 어디까지 와 있는가?
현 사회는 단순히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기만 하는 방향으로만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소비자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기업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한 'Co-Creation'이라는 신 마케팅 전략이며 이 글은 이에 대한 개념과 다양한 예시에 대한 칼럼이다.
[Digital Guide] 2017년, 디지털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6년 국내 매체별 총광고비는 전년과 거의 유사한 규모를 보였다. 전체적인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업계에서 “모바일로 시작해서 모바일로 끝났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모바일 미디어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이런 성장세 속에서 올해 디지털 미디어의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6년, 모바일 천하   모바일의 성장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동영상 광고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