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1]‘진정성’이 함께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2.05.08 05:32 조회 1166
‘진정성’이 함께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회공헌을 위한 아이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잘 디자인된 기업사회공헌 활동이나 공익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나 마케팅 활동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것을 점점 더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Y사의 나무심기 캠페인과 환경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그 회사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마케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은 기업사회공헌 활동 중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회사 내 조직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유기적인 업무협조를 원할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오래 전 필자가 해비타트에 근무할 때 한 외국계 은행이 과거 10주간 해비타트의 한 건축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자원봉사를 마친 직원들 간에 업무 협조가 원활해졌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한국의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그 질이나 양에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정부, 기업, 비영리섹터의 상호협력 조정 모델은 충분히 안정감을 주지 못할 만큼 역동적으로 변해왔다. 여전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환경, 경제민주화, 인권과 같은 이슈들이 정치영역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도 이들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기업사회공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일반대중은 기업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감동을 받기보다는 그 기업의 전략적 동기, 진정성 등에 대해서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확대하는 ‘수평적 축’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깊이’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 가지 해외 기업의 사례를 통해 시사하는 바를 먼저 살펴보자.


 
1. 이슈의 진화
지난 4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AFP(Association of Fundraising Professional)의연례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국과 캐나다 중심으로 수천 명의 비영리 모금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2011년의 기업사회공헌 대표 기업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대상을 받은 캐나다의 통신회사 벨(Bell)의 사회공헌 테마를 알고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Bell은 지난 몇 년간 ‘우울증에 대해서 말하자’, ‘내 가족의 정신질환에 대해서 말하자’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Let’s talk’이라는 캠페인을 이끌어왔다.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Bell의 사회적 캠페인(Social Campaign)은 기업의 인지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대단히 넓혔다고 한다.

2. 경쟁전략과의 유기적 통합
미국의 종합가전 대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오래 전부터 ‘Green is Green’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기후변화 이슈에 대처해왔다. 다분히 전략적이다. 녹색은 ‘돈이다’ 혹은 ‘전망이 밝다’는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슬로건에는 GE가 기후변화 이슈에 대하는 진지한 추구와 집착이 담겨 있다. GE의 환경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라 생존, 성장전략과 결합되어 있다. 그들
은 탄소배출권 거래가 미래 산업과 금융에 미칠 전략적 시사점을 간파했다. EU의 상공을 날아드는 모든 항공기는 유럽의 탄소배출 기준을 적용 받게 된다. GE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미리 개발한 효율성 높은 항공기 엔진은 항공회사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밖에 없다. GE는 물처리 분야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고있다. 기업의 생존전략과 통합되지 않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본질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희박하고, 순수하다고 볼 수가 없다.

3. 진정성의 힘
금년 1월, 인도에서 만난 인도 방갈로르의 한 중견 건설회사가 진행중인 통큰 사회공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한 채의 집을 팔 때 마다 해비타트를 통해서 한 채의 집을 가난한 가족을 위해서 지어주는 ‘A house for a house’라는 CRM(공익연계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1년에만 6,000채의 집을 지어주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한다. 이 캠페인이 인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진정성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가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해비타트의 건축현장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부터 싹튼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아빠의 회사에 같이 참여하면서 아버지를 설득했다. 이 스토리가 인도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대 변수
1. 정의에 대한 도전, 경제민주화의 요구
향후 20~30년의 한국 사회는 인문사회학을 향한 에너지가 폭발할 가능성이 많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아시아의 문명적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더구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기업사회공헌의 방향성이 단순히 자선과 미담 중심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되어서는 일반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것이다. 앞으로는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내부와 기업 간의 경제 민주화 이슈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향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빌게이츠가 다보스포럼에서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 자본주의 4.0의 논의 등은 ‘쇼’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흐름을 대변한다. 한미FTA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이 점점 더 강화하고 있는 준법(Compliance) 요구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2. ‘가버넌스 이론’에 따른 정부 스탠스의 변화
전통적으로 정부의 성격을 ‘큰 정부(유럽)’, ‘작은 정부(미국)’로 구분해 왔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협치행정이론(Governance)이 주류가 되었다. 한 국가와 지구적 이슈를 정부, 기업, 비영리섹터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협치이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비영리섹터와 기업사회공헌 활동 그리고 정부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영제국 박물관,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도 이런 트렌드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지형 하에서 정부, 기업, 시민 사회는 적정한 협력과 조정의 모델을 찾는데 다시 한 번 부심해야 할 것이다.

3. 기후변화, 인권, 문화예술의 중요성 부각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주로 매슬로우의 ‘생존의 욕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국민들은 기업이 절박한 문제에 도움을 주어야 사회공헌으로 인식한다’는 이해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빠르게 한국 사회의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적인 욕구가 팽창하고 인권, 환경, 문화예술, 교육 등의 이슈가 공익적인 이슈로 사회에 자리매김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캐나다의 Bell과 같이 다루기 어려운 이슈를 성공적인 기업사회공헌 활동으로 전환시키는 시도들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분야의 사회공헌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재계 인사들의 국제적 연대와 캠페인의 글로벌화
국제적 자선가들의 국경을 넘는 연대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의료와 환경 국제개발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거대 이니셔티브가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분야, 질병의 극복을 위한 개입 등의 분야에서 빌게이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부호들이 국제연대를 촉발하고 있다.이러한 흐름은 아시아의 주요한 전략거점인 한국의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거대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책임 있는 투자에 대한 세계적인 요구를 점점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위 국제 NGO(INGO)들이 과거 대학과 병원들에서 행해지던 집중거액 모금캠페인(Capital campaign)을 지구적인 스케일로 시행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테마 선정에 있어서 지구적 이슈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유대인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자선을 사업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사회공헌 활동과 사회적 기업 • 공익투자 등을 위시한 사업적 접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앞으로 영리 기업과 공익적 비영리 단체의 경계가 모호한 많은 창의적 조직들이 나올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창조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다. 항상 논쟁거리를 던지는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2012년에 제시하는 ‘Shared Value(공유된 가치)’라는 화두는 사익적 기업과 공익적 비영리 센터라는 자연스럽지 않는 경계선을 걷어치울 것을 말하고 있다. 기업 자체가 가치 지향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비영리 전문가들과 기업사회공헌 전문가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눈물’, ‘진정성’이라는 것이다. 세련된 마케팅의 디자인보다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에서 나온 ‘눈물이 배어 있는’ 이야기에 소비자들은 더 반응할 것이다. 결국 어떤 기업이 깊이 있는 한국 사회를 진정으로 울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진실한 이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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