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평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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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미국의 유명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넘기던 독자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시속 27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투수 시드 핀치가 뉴욕 메츠의 입단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특히 1969년 이후 두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다려온 메츠의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 믿을 수 없는 강속구 투수 이야기는 결국 믿을 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우절 이벤트 기사였던 것.
이 거짓말에 웃어 넘긴 독자도 있을 테고 항의 전화로 삿대질을 한 독자도 있을 테지만 결국 만우절 거짓말은 그 수위 조절의 절묘함에 승패가 좌우된다. 광고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냉정한 속도 경쟁 속의 토끼, SK텔레콤이 따뜻한 생활 속의 거북이, 편지를 말한다는 것을 수위 조절 성공으로 봐야 할까, 실패로 봐야 할까? 고개를 끄덕끄덕 해야 할까, 도리도리 해야 할까? 나의 경우, 런칭 편은 전자였고 본편 시리즈는 후자였다. 살짝 닭살 돋는 신파극으로 빠진 본편은 한 입 베어 물고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처럼 아쉬웠다. 설정도 성우도 다소 과했다.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배달하겠다는 SK텔레콤의 한 수가 만우절 기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그 한 수를 무르지 말고 정석대로 두어야 할 것이다. 그건 광고의 몫이라기보다 기업의 몫이다. 기업의 신뢰는 매체비로 살 수 없으므로
너무나 빠르고 너무나 급한
통신광고들을 보며,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주길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대나무 숲을 걸었던 한석규와 스님의 의연함이 그리웠고
사람을 향했던 따뜻한 시선이 그리웠더랬습니다.
쉴새 없이 자기 자랑만을 일방적으로 하던 통신 광고에
다시,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찾아왔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을 이달의 크리에이티브로 선정했습니다.
통신의 본질은 연결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앞다투어 발전한다 해도
누군가와 닿기 위해,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인 겁니다.
당장, 빛의 속도로 전달되지 않을지언정
지금의 내 마음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는 편지.
그 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심부름꾼이 되어주는 통신사의 역할을
잘 담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캠페인을 LTE속도로 접지 말고, 장기적으로 쭉 –
진짜로 100년 후에 까지 지속될 수 있는 캠페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